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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 ‘폭염·폭우·코로나’ 3중고에 시달리는 수원역 노숙인들

연일 반복되는 폭염·폭우 속 노숙인들 거리 생활 건강 우려
코로나19 마스크 없어 ‘노숙인=코로나19 전파자’ 낙인
4차 접종 대상자 확대에도 ‘거리 노숙인’ 대상에서 빠져
17일 오전 10시 노숙인들 대상 4차 예방접종 실시
수원시 “지속적으로 임시주거지원사업과 자활시설 입소 등 권유”

 

“어젯밤 그렇게 폭우가 쏟아지더니 오늘은 너무 더워서 움직일 힘조차 없어.”

 

연일 반복되는 폭염·폭우 속에 노숙인들이 거리 생활을 이어나가면서 우려를 자아내고 있다. 3일 오전 11시경 수원역 환승센터 고가 밑 주변 곳곳에는 노숙인들이 자리를 펴고 누워있거나 앉아 있었다. 이날 수원의 날씨는 오전 7시 30분까지 폭우주의보가 발령됐다가 다시 10시부터 폭염주의보가 발령돼 가만히 서있어도 땀이 쏟아졌다.

 

1년 동안 수원역 일대에서 노숙 생활을 한 박영배(가명·60) 씨는 “여름철에 제대로 씻을 시설이 없다는 것이 큰 고충 중 하나”라며 “어쩌다가 돈이 생기면 근처 목욕탕에 가서 잠시라도 씻을 수 있지만, 정말 드문 ‘기적’”이라고 말했다.

 

노숙인들에게 가장 절실한 것은 바로 의류였다. 무더위로 인한 땀과 폭우에 옷과 신발이 젖다 보면 갈아입을 여벌의 옷과 신발이 없거나 태부족하다 보니 가까이만 가도 악취가 심하게 났다.

 

최근에는 코로나19 재확산 속에서 마스크마저 제대로 갖추지 못해 ‘노숙인=코로나19 전파자’라는 낙인 속에 살고 있다. 시 노숙인 관리부서에서 나와 코로나19 백신 예약·접종을 돕고 있지만, 아직 4차 백신을 접종하지 못한 사람들도 많았다.

 

강기주(가명·53) 씨는 “백신을 3차까지 맞았지만 4차 접종은 언제할지 알 수 없는 상황이다”며 “당장이라도 4차 접종을 하고 싶은데, 노숙인에게는 제약이 많다”고 말했다.

 

실제 정부는 50대 이상 또는 18~49세 기저질환자는 4차 접종 대상자로 확대하며 생활시설 입소 노숙인을 포함했지만, ‘거리 노숙인’은 대상에서 빠져 이들이 감염 위험에 방치되고 있다.

 

노숙인 자활·재활·요양시설 등 노숙인 생활시설의 경우 노숙인이 상당 기간 입소해 머무르다 보니 개별 신청 등의 절차 없이 백신 접종이 지원된다.

 

7월 말 기준 파악된 수원시 거리노숙인 70명, 자활시설노숙인 21명, 일시보호시설노숙인 13명으로 집계됐다. 전체 노숙인 104명중 약 70%가 거리생활을 전전하고 있어 폭염·코로나19 등에 무방비로 노출된 채 거리를 떠돌고 있다.

 

이에 대해 권정원 수원시복지정책과 자활지원팀장은 “오늘 17일 오전 10시경에 수원역 앞 무료급식소에서 노숙인들 대상 4차 예방접종을 계획 중이다”고 말했다.

 

 

또 거리를 떠도는 노숙인 대부분이 각종 범죄에 무방비로 노출돼 있다는 점이다. 이들 대부분이 쉼터 입소 등을 꺼려 보호관리도 여의치 않다.
 

지난 1일 오후9시경 수원역 광장 인근에서 흉기 난동을 부린 노숙자가 경찰에 붙잡혔다. 지난 6월에는 노숙인 등을 끌어들여 허위 전세계약을 맺고 11억 원을 넘게 빼돌린 일당 14명이 재판에 넘겨졌다.

 

한 노숙인센터 관계자는 “노숙인들에게 잠자리와 일자리를 제공하고 있지만 대부분 입소를 거부하고 있다”며 “(이들을 찾아) 방한용품과 먹거리를 나눠주는 정도”라고 말했다.
 

이런 악조건에서도 노숙인들이 그나마 여름을 버틸 수 있는 이유는 수원역 인근에 마련된 수원다시서기노숙인센터 등에서 무료급식과 쉼터 운영으로 최소한의 보호를 하고 있기 때문이다.

 

센터를 통해 환경미화 활동을 하는 한명희(가명·67) 씨는 “종교시설들이 일주일 내내 무료급식 봉사활동 하고 있어서 주말동안엔 그걸로 버텨낸다”며 “또 센터서 나온 자원봉사자들이 환승센터를 돌면서 무더위를 버틸 수 있도록 얼음물 나눠줘 더울 때마다 아껴가며 마신다”고 말했다.

 

노숙인 전희순(가명·56) 씨는 “지난주부터 8월에 수원역 환승센터 환경정리를 위해 노숙인들을 내쫓는다는 소문이 노숙인들 사이에 공공연하게 퍼져 있다”며 “갈곳도 없고 머물 수 있는 장소 마련 계획도 없이 무작정 노숙인들을 쫓아내는 것 같아 서럽다”고 하소연했다.

 

이에 대해 권 팀장은 “수원역 인근 노숙인들로 인해 주민들과 시설관리자들의 민원이 지속적으로 제기 돼 임시주거지원사업(고시원, 여관 등)과 자활시설 입소 등을 권유하고 있다”며 “민원과 노숙인들의 인권 사이에서 안타까워하고 있으며 그래도 포기하지 않고 거리노숙인들을 지속적으로 만나서 설득 중이다”고 말했다.

 

[ 경기신문 = 임석규 기자 ]

 

※ 쉬운 우리말로 고쳤습니다.

 * 르포(reportage) → 현지 보고, 보고 기사, 현장 보고, 현장 보고서

 

(원문) [르포] ‘폭염·폭우·코로나’ 3중고에 시달리는 수원역 노숙인들

(고쳐 쓴 문장) [현장] ‘폭염·폭우·코로나’ 3중고에 시달리는 수원역 노숙인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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