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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영우로 장애 인식 확 좋아진다 생각 안 해…‘작은 출발점’ 되길”

[인터뷰] 드라마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 자문 김병건 나사렛대학교 교수

“조금 아쉽게도 시청자분들이 우영우가 가진 능력에 너무 포커스(초점)를 맞추시는 것 같은데. 물론 그런 능력이 있기 때문에 우영우가 존재를 하는 건 맞습니다만, ‘그게 다가 아니다’라는 걸 시청자분들께서도 드라마가 끝나고 난 다음에 한 번 곱씹어 볼 수 있으면 좋지 않을까 생각을 합니다.”

 

18일 종영한 ENA 수목드라마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이하 ‘우영우’)의 자문을 맡은 나사렛대학교 유아특수교육과 김병건 교수는 최근 경기신문 인터뷰에서 이 같은 점을 시청자들에게 당부했다.

 

천재적인 두뇌와 자폐 스펙트럼을 동시에 가진 신입 변호사 우영우(박은빈 분)의 대형 법률 회사 생존기를 그린 ‘우영우’는 첫 방송 이후 입소문을 타며 인기를 몰기 시작했다.

 

이후 드라마는 짜임새 있는 각본을 바탕으로 한 재미와 배우들의 열연, 서로를 반추하고 약자를 보듬는 감동의 서사로 시청자들의 마음을 사로잡으며, 가히 ‘유행’(신드롬)을 일으킬 만큼 화제를 그러모았다.

 

더구나 우영우와 같은 장애인이 우리 주변에 가족, 친구, 이웃 혹은 당사자로 함께 살아가고 있다는 점에서 그 울림은 더 컸다. 

 

 

이러한 유행에 대해 김 교수는 우영우가 나오기 전 인기를 끌었던 tvN 드라마 ‘우리들의 블루스’를 언급하며 “장애를 다른 관점에서 볼 수 있는 여지들이 만들어지고 있는 상황에서 이 드라마가 나오게 돼 상황이 맞지 않았나”라고 설명했다.

 

지난 6월 종영한 ‘우리들의 블루스’는 발달장애를 극복하고 캐리커쳐(풍자화) 작가로 활동 중인 정은혜 작가가 출연했고, 장애 가족의 이야기를 따뜻하게 풀어내 화제를 모았다.

 

김 교수는 “(‘우영우’가) 실제 가능한 우리들의 이야기를 모티브(기반)로 법정 이야기를 풀어나가며 공감대를 형성했고, 우영우라는 캐릭터(인물)가 그 스토리 라인(줄거리)을 통해 성장해가는 과정에 많은 분들이 응원을 한 것 같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자문을 하면서 굉장히 신경을 썼던 것이, 자폐가 하나의 캐릭터로만 소비되지 않도록, 드라마의 스토리 라인을 위한 캐릭터로만 소비되지 않도록 노력을 많이 했다”고 부연했다.

 

그와 제작진의 이 같은 노력은 그간 미디어가 장애를 ‘극복해야 할 대상이나 특별한 능력’으로 바라봤던 시각을 ‘남들과 조금 다르지만 동등한 사회의 일원’으로 다뤄 많은 대중의 공감을 이끌어낸 셈이 됐다.

 

하지만 높은 인기 때문이었을까. 드라마는 방영 내내 ‘비현실적’이라는 지적도 잇따랐다. 우영우의 두뇌, 스펙(이력), 주변인 등에 대한 묘사가 현실과는 너무 동떨어졌다는 것이다.

 

특히 평생 돌봄을 걱정하는 장애인 가족들에게 우영우와 같이 대형 법률 회사에서 사회 생활을 하는 장애인의 이야기는 그야말로 ‘환상 동화’였다. 더불어 드라마 속 그려진 로맨스(연애물) 요소는 일부 시청자들로부터 반감을 사기도 했다.

 

 

먼저 김 교수는 ‘비현실적’ 지적에 “대표성의 측면에서 봤을 땐 비현실적인 게 맞지만, 실존 측면에서 봤을 땐 가능하다”고 말했다.

 

자폐라는 것이 장애의 대표성을 띄고 있지 않고, 실제 자폐를 앓고 있지만 세계적으로 영향력을 드리운 인물이 많기에 우영우라는 인물도 현실에서 “가능하다”는 것이 그의 설명이다. 

 

김 교수는 ‘현실판 우영우’로 자문 당시 참고한 템플그랜딘 교수를 비롯해 아인슈타인, 일론머스크, 글렌굴드 등을 언급했다.

 

특히 김 교수는 ‘실존하는 우영우’와 관련해, 그녀가 가진 능력보다는 능력 이면에 가려진 ‘차별 극복 과정’에 집중할 것을 당부했다.

 

그는 “많은 분들이 우영우가 가진 능력에 집중을 하고, ‘우영우가 이러한 능력을 가졌기에 성공할 수 있지 않았을까’라고 말한다. 그 말이 맞다”라고 하면서도 “우영우가 받았던 ‘차별’ 혹은 차별을 극복하면서 그 자리에까지 가게 된 ‘노력’, 가족들의 ‘고통의 감내’ 등이 (드라마에) 다 담겨 있다”고 말했다. 이어 “그래서 (드라마와 같이 현실에서도) 앞으로 우영우가 존재할 수도 있을 것”이라 강조했다.

 

 

“앞으로 (실존하는) 우영우 같은 분들이 드라마처럼 선한 영향력을 사회에 미치기 위해서는, 비장애인들이 장애를 갖고 있는 사람들의 ‘능력’만 보지 말고 이 사람들이 겪었을 차별이라든지 고통이라든지 하는 부분에 조금 관심을 가지면 좋지 않을까 (싶어요). 또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렇게까지 ‘성장을 했구나’라는 것에서 더 찬사를 보내줄 수 있지 않을까 생각이 들어요.”

 

김 교수는 또 극 중 우영우와 송무팀 직원 이준호(강태오 분)의 ‘러브 라인’(사랑 구도)에 대해서는 “장애라고 하는 요소가 장애가 없는 비장애인들 즉, 보통의 우리들이 살아가는 그것과 뭐가 다른가”라며 “장애가 있기 때문에 러브라인이 쉽냐, 어렵냐, 현실적이냐 이런 논의를 하는 자체는 사실 좀 맞지 않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왜 우리는 이미 먼저 한정 지어서 장애를 판단하고 있는가. (장애인은 못 할 거라는) 현실적 측면에서 봤을 때는 ‘그게 왜 비현실적이냐’고 반문하고 싶다”며 “그런 측면에서 러브 라인이라고 하는 것들이 굉장히 의미가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끝으로 김 교수는 장애인 인식 전환을 위한 ‘작은 출발점’으로 드라마의 의미를 되새기며 다음과 같이 전했다.

 

“드라마 한 편을 통해서 자폐에 대한 인식이라든지 장애인에 대한 인식이 ‘확 좋아질 것이고 전환될 것이다’라는 생각은 하지 않아요. 다만, 하나의 ‘작은 출발점’이 될 수 있다면 그것 하나만으로도 이 드라마가 존재할 가치는 충분히 있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 경기신문 = 강현수 기자 ]

 

※ 쉬운 우리말로 고쳤습니다.

 * 시나리오(scenario) → 대본, 각본

 

(원문) 이후 드라마는 짜임새 있는 시나리오를 바탕으로 한 재미와 배우들의 열연, 서로를 반추하고 약자를 보듬는 감동의 서사로 시청자들의 마음을 사로잡으며, 가히 ‘유행’(신드롬)을 일으킬 만큼 화제를 그러모았다.

(고쳐 쓴 문장) 이후 드라마는 짜임새 있는 각본을 바탕으로 한 재미와 배우들의 열연, 서로를 반추하고 약자를 보듬는 감동의 서사로 시청자들의 마음을 사로잡으며, 가히 ‘유향’(신드롬)을 일으킬 만큼 화제를 그러모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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