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제 꿈 꾸세요 / 김멜라 지음 / 문학동네 / 344쪽 / 1만 4500원
“소설을 쓰면서 저는 제가 꾸는 꿈을 펼치고, 보고 싶은 세계를 상상해 언어로 담아낸다고 생각했습니다. 다 모아놓고 보니 알겠습니다. 결국 그 모든 글쓰기는 당신의 꿈으로 가기 위한 노력이었다는 것을요. 여기에 실린 소설들은 당신 꿈에 나오길 바라는 저의 들뜬 마음입니다. 바람이 있다면 부디 깨어났을 때 웃어주세요.” (‘작가의 말’ 중에서)
김멜라 작가의 두 번째 소설집이 출간됐다. 책에는 최근 이효석문학상을 수상한 표제작 ‘제 꿈 꾸세요’를 비롯해 2021년 젊은작가상과 문지문학상을 잇따라 받은 ‘나뭇잎이 마르고’, 2022년 젊은작가상 수상작 ‘저녁놀’ 등 총 8편의 단편이 수록됐다.
표제작 ‘제 꿈 꾸세요’는 저승사자 격인 ‘가이드’가 망자의 여행을 이끄는 사후세계 이야기다. 극단적 시도를 했지만 다시 깨어난 30대 여성, 자살에는 실패했지만 허무하게도 초코바를 먹다가 목이 막혀 죽게 된다. 작품은 죽음이 반드시 슬프고 무겁기만 한 것이 아님을 경쾌한 시선으로 보여 준다.
화자인 ‘나’는 허공 위를 걷는 중이다. 그 아래로는 얼굴이 파랗게 된 채 죽어 있는 자신이 보인다. 그는 마치 튜브에 든 물감을 짜듯이 죽어 있는 자신의 몸에서 쓰윽 빠져나왔다. 사인(死因)은 기도 폐쇄와 호흡곤란. 나는 ‘아몬드 크런치 크랜베리 초코바’를 먹다가 목이 막혀 죽고 만 것이다. 죽겠다고 마음먹었을 때는 살았는데, 살겠다고 다짐하니 어이없게도 삶이 끝나버렸다.
이때 죽어 있는 나의 앞에 등장한 ‘챔바’. 챔바는 자신을 가이드라고 소개하며, ‘길손’이 된 나는 당장 떠나야 한다고 말한다. 다른 사람의 꿈속에 들어가 다른 사람으로 하여금 죽어 있는 자신을 발견하게 해야 한다는 것이다. 나는 순간 엄마·친구·동성 연인을 떠올린다.
상상을 통해 다른 사람의 꿈으로 가는 길. 굵은 눈이 쏟아지는 꿈속, 챔바는 힘들다며 투정이다. 나는 친구 ‘규희’의 꿈으로 향하다 마음을 돌려 과거 연인인 ‘세모’에게 가려 한다. 과연 다른 이들에게 어떠한 상처도 주지 않고 나의 죽음을 발견하게 할 수 있을까.
“나는 나라는 존재를 빈 괄호로 두고 싶었다. 이제 죽은 나를 발견해주길 원하지 않았다. 내 죽음의 경위와 삶의 이력들을 오해 없이 완결하고 싶지도 않았다. 대신 나는 나와 이어진 사람의 꿈으로 가 그들을 즐겁게 해주고 싶었다.” (‘제 꿈 꾸세요’ 중에서)
작가는 다른 사람의 꿈속으로 향하는 여정을 자신의 시신을 발견할 사람을 찾아가는 과정이 아닌, ‘일어났을 때 웃게 되는 꿈’을 꾸게 하는 것으로 바꿔 낸다. 그렇게 어둡고 우울했던 한 사람의 죽음을 귀여운 상상력으로 밝게 풀어간다.
[ 경기신문 = 정경아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