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수면 아래 / 이주란 지음 / 문학동네 / 200쪽 / 1만 3500원
이주란 작가의 신작 ‘수면 아래’는 지난해 ‘주간 문학동네’ 연재를 통해 독자들에게 먼저 선보인 작품이다.
어린 시절부터 평생을 함께해오다 결혼한 두 사람이 아이를 잃는 커다란 상실을 겪은 뒤 다시 삶을 회복해나가는 과정을 그렸다. 둘은 이혼을 택했지만, 완전한 이별을 하지는 못한 채 가까운 곳에서 서로의 일상을 나누며 살아간다.
책은 주인공 ‘해인’의 일상을 따라가며 진행된다. 해인은 매일 아침 마을버스를 타고 ‘해동중고’라는 이름의 한 중고 물품점으로 출근한다. 새로 들어온 중고 물품을 닦아서 진열하고, 종종 물건을 팔러 들르는 장미 씨와 이야기를 나누고, 근처 공원에서 뛰노는 아이들을 구경하는 등 그의 하루는 작은 일들로 채워져 있다.
그러던 어느 날 전남편 ‘우경’이 상사로부터 베트남에서 같이 일하자는 제안을 받았다고 해인에게 말한다. 우경은 해인에게 그곳에 함께 가자하고, 이로 인해 그동안 아픔을 모른 체하며 지내왔던 둘의 관계에 파문이 일기 시작한다.
어떻게 지냈어요?
그냥 평범하게 지냈어요.
어려운 거네요.
뭐가요?
평범하게 지내는 것.
유진 씨는요?
저도 그런 편이에요.
좋네요. (77쪽 중에서)
작품에는 우리 주변에 있을 법한, 어딘지 허술해 보이면서도 마음이 가는 인물들이 등장한다. 해인의 어린 시절 이야기를 들어주는 유진 씨, 달리기를 싫어하던 그에게 함께 달려보자고 제안하는 장미 씨, 실없는 듯하지만 뜻하지 않은 순간에 위로를 주는 성규, ‘슬퍼도 괜찮으니까 슬퍼도 괜찮다고’ 말하는 어린아이 환희.
수면 아래 묻어둔 상처를 견디며 담담하게 일상을 이어가는 해인에게 온기를 머금은 등장인물들은 혼자가 아니었다는 생각, 누군가가 함께여서 다행이라는 안도감을 준다. 그리고 이를 보는 독자들에게도 위로를 전한다.
[ 경기신문 = 정경아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