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990년대 초부터 현재까지 정교한 설계를 바탕으로 움직임과 서사를 가진 ‘기계생명체(anima-machine)’를 작업해 온 작가 최우람의 첫 국립현대미술관 개인전이 열렸다.
지난 9일 서울관에서 개막한 전시 ‘MMCA 현대차 시리즈 2022: 최우람 – 작은 방주’는 방향상실 시대라는 거센 파도를 헤쳐 나가는 우리에게 위로를 건넨다. 진정한 공생을 위해 자신만의 항해를 설계하고 조금씩 나아가기를 응원하는 작가의 마음을 엿볼 수 있다.
특히, 폐종이 박스, 지푸라기, 방호복 천, 폐자동차 부품 등 일상 속 흔한 소재에 최첨단 기술을 융합한 점이 눈에 띈다. 이는 삶의 조화와 균형에 대한 희망을 내포한다.
전시에는 설치 및 조각 12점, 영상 및 드로잉 37점 등 다양한 장르의 작품 총 53점이 출품됐다. 그 중 49점이 이번 전시를 위해 제작된 신작이다.
오늘날의 재난과 위기에 대한 답을 찾는 과정이 응축된 이번 전시는 ‘오늘날의 초상’(서울박스), ‘모순된 욕망의 춤과 출구 모색’(5전시실), ‘항해의 설계’(복도)의 여정으로 구성됐다.

서울박스에서는 바닥에 놓인 검은 ‘원탁’과 높은 층고의 천장에서 날개를 활짝 편 채 회전하는 ‘검은 새’가 관람객을 맞이한다. 두 점의 신작은 수직적 긴장 관계를 형성하는데, 권력에의 의지, 경쟁 사회의 구도, 양극화된 현실과 심화된 계급주의를 비유한다.
5전시실 입구에 위치한 ‘하나’는 코로나19 의료진의 방호복 소재로 제작된 꽃이다. 생사가 급박하게 교차하던 현장에 있던 이들을 비롯해 이 위기를 몸소 체험한 동시대인에게 바치는 헌화이자 시대를 위한 애도의 의미를 표현했다.
전시 제목과 같은 ‘작은 방주’는 세로 12미터에 달하는 대형 설치작으로 ‘등대’, ‘두 선장’, ‘닻’ 등 배 또는 항해와 관련된 물체들과 함께 설치됐다. ‘방주의 춤’을 다각도로 설명하며, 인간의 모순된 욕망과 우리가 나아가야 할 방향에 대해 질문한다.
한편, 이번 전시는 전통공연예술진흥재단의 융합형 전통 창작 공연(10~11월 중 10회 예정) 등을 통해 다채롭게 재해석될 예정이다. 프로그램 관련 자세한 정보는 누리집에서 확인 가능하다. 전시는 내년 2월 26일까지.
[ 경기신문 = 정경아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