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어느 아파트가 있다. 똑같은 구조로 찍어낸 것 같은 콘크리트 공간 안에, 모두가 평범해보이는 사람들. 그러나 자세히 살펴보면 저마다의 웃음, 슬픔, 사랑, 고뇌들을 갖고 있다.
안산문화재단이 오는 14일과 15일 선보이는 낭독극 ‘어느 아파트’는 안산의 이야기를 담은 작품으로, 2019년 ASAC창작희곡공모 선정작이다.
그동안 코로나19로 상연하지 못하다 두 해를 넘긴 2022년 관객과 만나게 됐다. 각 일화에 맞는 동선, 등·퇴장 및 주요장면 실연을 더한 입체낭독공연 형태로 진행된다.
작품은 어느 아파트에 살고 있는 사람들의 10가지 이야기를 그린다. 아파트에는 치매에 걸린 80대 노파, 이혼을 고민하는 부부, 종교로 갈등하는 가족, 축구를 보며 환호하는 중년남성들 등 다양한 인물들이 살고 있다. 안산을 배경으로 한 아파트이지만 우리 주변에서 볼 수 있는 보통 사람들의 이야기이기도 하다.
극을 집필한 홍석진 작가는 “얼핏 똑같은 구조로 찍어낸 것 같은 시멘트 공간 안에, 얼핏 고만고만한 사람들이, 얼핏 그렇고 그런 일들로, 웃고 다투고 사랑하고 경쟁하고 질투하고 침묵하고 분노하고 고뇌한다. 사실 ‘얼핏’한 사연이란 없다. 그곳엔 한 사람 한 사람 각자가 새겨놓은 무늬들이 있다. 그 각양각색의 무늬들을 어루만져 보고 싶었다”고 작의 의도를 전했다.

작품은 무대, 조명, 음악 등 모든 요소가 인물들의 상태를 과하지 않게 만들고 우리네 이야기로 가깝게 바라볼 수 있게 표현돼 ‘일상성’이 잘 구현되도록 연출될 예정이다. 아파트라는 공간에 사는 사람들의 사연을 통해 관객은 현재 우리의 모습을 발견할 수 있다.
작품을 기획한 김정근 연출은 “우리나라에서 아파트는 많은 이야기를 내포하고 있다. 아파트 브랜드를 따지고, 값이 올랐다거나 재건축 조합이 갈등을 겪는다거나 하는 뉴스를 낳는다. 이처럼 아파트는 ‘사는 곳’의 의미보다는 ‘물질’의 가치로 먼저 읽히고는 한다”고 설명했다.
이어 “하지만 본래 아파트는 사람이 사는 곳이다. 각자의 공간에서 안식을 취하며 서로를 방해하지 않는 것 또한 아파트의 특성이다. 그래서 시멘트 벽 하나를 사이에 두고 바로 옆에 있으면서도, 높이가 다를 뿐 같은 땅에 존재하면서도 서로에 대해 잘 모른다”고 덧붙였다.

이번 공연은 안산문화예술의전당에서 진행된다. 우상민, 문경민, 정충구, 김정근, 최세나, 권지혜, 김수민, 김동우, 유세선, 지유림 등 10명의 배우들이 출연한다.
특히, MBC 김정근 아나운서가 출연을 결정해 화제를 모은다. 그는 아나운서로 재직하면서도 ‘루터’, ‘울엄마 그리기’ 등 연극에 출연하는 등 연기 활동을 병행해왔다.
[ 경기신문 = 정경아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