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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여수의 월드뮤직 세계사] '해양왕국 포르투갈의 그림자, 파두'


우리말 중에 포르투갈에서 온 단어들이 있다. 우리가 일상용어로 쓰는, 빵, 담배, 카스테라, 사라다, 끼같은 단어들이다. 이 단어들은 포르투갈에서 직접 들어온 것이 아니라 일본을 통해 들어왔다. 역사적, 지역적으로 너무도 멀고 먼 포르투갈 말이 어떻게 일본에 흘러든 것일까.

 

포르투갈은 유럽 대항해 시대의 선두주자다. 1549년, 포르투갈인을 태운 중국배가 악천후로 표류하다 일본 다네가 섬에 닿는다. 포르투갈과 일본의 첫 만남이었다. 이를 계기로 두 나라는 동서양의 다양한 문물을 주고받는 교역국이 된다. 이렇게 일본에 스며들게 된 포르투갈어가 일본식으로 바뀌어 우리나라까지 전해진 것이다. 교역까지 나아가지 않았지만, 우리 조선 땅에 제일 먼저 발을 디딘 서양인도 포르투갈인이으로 추정된다. 네덜란드 하멜보다(1653년) 70년 앞서 도착한 서양인에 대한 기록이 '선조수정실록'에 나와있는데  그 시대에 중국, 일본 등 극동과 활발히 교역하던 이들이 대다수 포르투갈인들이었기 때문이다. 우리 문헌은 아니지만, 영국 역사가 찰스 복서의  '포르투갈 해양제국'이란 책에   '1577년, 일본으로 가다 표류해 조선땅에 이른 포르투갈인 도밍고스 몬테이루 선장'에 대한 기록이 있어 이같은 추정을 뒷받침한다. 유럽의 대항해 시대의 주역은 스페인, 영국, 네덜란드 등으로 알고 있다. 예나 지금이나 유럽 서쪽 끝 약소국인 포르투갈이 어떻게 그 나라들보다 앞서 대항해시대를 연 것일까.


기원전 12세기에 페니키아인이 건설했고 켈트족도 건너와 살았다는 이 땅의 이후 역사는 끊임 없는 강대국의 침탈로 얼룩져있다. 그리스인, 카르타고인, 로마인, 서고트족, 이슬람 세력 등이 차례로 이 땅에 쳐들어왔는데, 특히 로마는 약 400년, 이슬람 세력은 약 500년이란 장구한 기간을 장악했다. 그래도 이슬람 세력을 몰아내고 독립한 것은 포르투갈이 스페인보다 앞섰다. 또 콜럼버스가 아메리카 대륙을 밟은 1492년보다 70여 년 앞서 세계 곳곳을 누빈 나라가 포르투갈이다. 1415년, 지브롤터 해협을 지나 북아프리카 세우타를 점령한 것을 시작으로 아프리카, 아시아, 남미 등 3개 대륙에 걸쳐 식민지를 건설하며 해양대국의 황금기를 구가했다. 그러나 전성기는 오래가지 못했다. 1580년, 왕가의 분규로 60년간 스페인 지배를 받았고, 또 식민지 전쟁에 합세한 영국과 네덜란드 등에 밀렸다. 19세기 들어서는 프랑스 나폴레옹의 침략, 최대 식민지였던 브라질의 독립, 정치 사회의 혼란 등으로  다시 예전의 유럽 약소국으로 전락했다.


민중음악 파두는 포르투갈의 파란만장한 역사 속 부침이 만들어낸 음악이다.

 

해양왕국 시절은 물론 이후에도 바다는 포르투갈인들에게 엘도라도였다. 수많은 이들이 모험과 개척을 위해 미지의 배에 올랐다가 살아돌아오지 못했다. 바닷가에서 기약 없이 남편을, 애인을 기다리는 여인들의 애끓는 심사, 죽어돌아온 시신을 부여잡고 울부짖던 소리, 소식조차 알 수 없는 절망의 한숨……이 모든 것이 파두를 만들어냈다. 기원을 알고 들으면, 울음같고 한숨같고 절규같은 파두를 이해하게 된다. 그래도 파두가 낯설다면 이 절창을 들어보시길 바란다. 파두는 시처럼 아름다운 노랫말이 많은데 개인적으로 최고라고 생각하는 노래다.  파두의 여왕 아말리아 호드리게스의 '이 모든 것이 파두(Tudo isto e fado)’.


어느날 당신이 내게 물었지/ 파두가 뭔지 아느냐고/…중략…/ 지금 말해줄게/ 패배한 영혼들, 길잃은 밤들/ 모우라리아의 이상한 그림자들/ 한 녀석이 노래를 하고 기타들은 울고/ 사랑과 질투, 재와 화염, 고통과 죄/ 이 모든 것이 존재하고 이 모든 것이 슬프고 이 모든 것이 파두라고…후략…

(모우라리아는 리스본의 파두로 유명한 마을)  


해양왕국 포르투갈의 그림자, 포르투갈 민중의 상처가 파두다. 그 파두가 포르투갈을 대표하는 문화상품이 된 것을 보면 아니러니다.

 

(인터넷 창에서 www. 월드뮤직. com을 치면 소개된 음악을 유튜브로 감상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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