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IFRS17 도입 이후 손해보험업계가 장기보장보험의 판매 실적을 위해 상품강화와 보험료 인하 등으로 모객 경쟁에 나서고 있다.
업계에 따르면 KB손해보험은 지난달 최대 가입 가능 연령을 기존 30세에서 35세로 확대한 'KB금쪽같은자녀보험Plus'를 출시했다. 오은영 박사를 광고모델로 내세워 인지도를 확보하기 위해 적극적으로 나섰다. 그 결과 해당 보험은 한 달 동안 2만 9000건 이상 팔렸으며, 가입연령을 확대한 31~35세 가입자는 전체 신규가입자 중 약 16%를 차지했다.
DB손해보험도 지난 3일부터 '아이러브플러스건강보험'의 가입연령을 30세에서 35세로 늘렸고, 소액암과 유사암 진단비 담보를 추가하며 경쟁에 참여했다. 롯데손해보험은 지난해부터 가입 연령을 35세까지로 확대한 어린이보험 상품을 출시하며 고객 확보에 나섰다. 삼성화재는 지난 2월 어린이보험 가입을 원하는 30대 수요를 겨냥한 신상품 '내돈내삼(내 돈으로 직접 가입하는 내 삼성화재 건강보험)'을 출시하며 시장에 진입했다.
운전자보험을 둘러싼 손보사들의 경쟁도 치열해지고 있다. 지난해 10월 DB손해보험은 변호사선임비 보장 시점을 경찰조사(불송치) 단계로 앞당긴 상품을 출시했고, 한 달 만에 50% 이상(20만 4000건) 증가한 60만 3000건의 신규 계약을 체결했다.
이같은 흥행을 지켜본 다른 보험사들도 DB손해보험의 배타적사용권이 만료되자 해당 특약을 탑재했다. 메리츠화재와 현대해상도 변호사 선임비용(최대가입금액을 5000만 원) 특약을 탑재했고 KB손해보험은 해당 특약의 최대가입금액을 1억 원으로 책정했다.
이처럼 보험사들이 장기보험 시장을 집중적으로 공략하는 것은 IFRS17의 시행과 무관하지 않다. 보험사들은 올해부터 보험부채를 현재가치로 평가하는 IFRS17을 적용받고 있으며, 보험회사의 지급여력제도도 신지급여력제도(K-ICS)로 개편됐다. 이에 따라 CSM(계약서비스마진, 보험계약을 통해 얻을수 있는 기대수익)이 중요한 수익 지표로 여겨지면서 장기보장보험의 판매 실적이 예전보다 중요해졌다.
문제는 이러한 손보사들의 출혈경쟁이 보험료 인상이라는 부작용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점이다. 특히 운전자보험의 경우 불필요한 변호사 선임을 조장하거나 변호사 선임비용을 부풀리는 등 소비자들의 모럴헤저드(도덕적 해이)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어린이보험은 가입연령이 늘어남에 따라 보험사들이 지출하는 비용이 많아지면서 손해율이 오르고, 보험료가 오르거나 보장이 축소될 수 있다.
금융감독원 관계자는 "회사별로 비슷한 명칭의 특약이라도 보장내용이 다르거나 보장내용이 같더라도 특약 명칭이 다를 수 있다"며 "약관·상품설명서등을 통해 보장내용을 자세히 확인하고 가입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 경기신문 = 고현솔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