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국은행이 대규모 예금인출(뱅크런) 확산 가능성에 대비해 예금취급기관의 유동성 안전판 역할을 강화한다.
이에 따라 은행들이 자금을 빌릴 때 활용하는 자금조정대출의 적용금리를 0.5%포인트(p) 낮추고, 적격담보 범위를 확대한다. 아울러 새마을금고 등 비은행예금기관에 대해서도 유동성 지원 여부를 최대한 신속하게 결정하기로 했다.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는 27일 오전 정기회의에서 미국 실리콘밸리은행(SVB) 사태 등을 계기로 부각된 뱅크런 확산 가능성에 대비한 대출제도 개편안을 의결하고 향후 계획을 논의했다.
현행 한은 대출제도는 주요국에 비해 담보증권 범위가 좁다는 지적을 받아왔고, 이에 따라 뱅크런 발생 시 일시적으로 유동성 사정에 어려움을 겪는 예금취급기관 지원에 상당한 한계를 내포하고 있어 보완방안을 마련했다는 게 한은 측 설명이다.
이와 관련해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는 "실리콘밸리은행(SVB) 사태로 부각된 디지털 뱅크런 가능성에 대비해 대출적격담보 범위를 확대하고, 향후 대출채권까지 추가하는 방안을 검토하기로 했다"며 "한국은행법 테두리 내에서 할 수 있는 최대한의 조치를 담았다"고 말했다.
◇ 은행, 상시대출 금리 0.5%↓…적격담보에 대출채권 추가
우선 한은은 기존 상시 대출제도(Standing Lending Facility)인 자금조정대출의 적용금리, 적격담보범위, 최대 만기 등을 조정해 은행에 대한 낙인효과(Stigma effect)를 최소화하고 중앙은행 대출제도에 대한 접근성을 제고한다.
기존 대출제도는 기준금리에 1%p를 더한 금리를 적용했는데, 오는 31일부터는 기준금리에 0.5%p만을 추가한다. 또한 다음 달 31일부터 적격담보범위에 9개 공공기관 발행채, 은행채·지방채, 기타 공공기관 발행채, 우량 회사채까지 포함하기로 했다. 확대된 적격담보 범위는 일중당좌대출, 차액결제이행용적격담보증권 및 금융중개지원대출에도 동일하게 적용된다.
또한 기존에는 대출만기를 최대 1개월 범위에서 연장할 수 있었지만, 앞으로는 최장 3개월 범위 내 연장이 가능하도록 했다.
이와 더불어 한은은 은행에 대해 적격담보 범위를 대출채권으로 확대하는 방안을 추진한다. 법적 실무적 주요 이슈에 대해 유관기관과 함께 검토하는 등 충분한 준비기간(1년 내외 예상)을 거쳐 금통위에서 의결 후 시행하기로 했다.
◇ 새마을금고·신협 등 비은행예금취급기관 자금조달 문제시 지원
또한 한은은 상호저축은행과 신협, 농협, 수협, 산림조합, 새마을금고 등 비은행예금취급기관의 자금조달에 중대한 애로가 발생하거나 발생 가능성이 높은 경우 한은법 제80조에 근거해 이들 기관의 중앙회에 유동성 지원 여부를 최대한 신속하게 결정하기로 했다.
그동안은 한은법상 금융기관 범위가 은행 및 은행지주회사로 한정된 데다 비은행예금취급기관에 자금을 지원하기 위한 한은법 제80조의 상황요건도 엄격하게 설정돼 이들 기관의 자금조달에 애로가 발생해도 신속한 지원이 어렵다는 문제가 있었다.
이에 따라 한은은 비은행예금취급기관 중앙회에 대출할 때는 은행(자금조정대출)에 준하는 적격담보 범위를 적용하기로 했으며, 비은행예금취급기관 유동성 지원 결정을 위해 감독당국과 수시 정보공유 강화를 추진하기로 했다.
비은행예금취급기관의 대출채권을 적격담보 범위에 포함하는 방안에 대해서는 한은이 충분한 정보를 입수할 수 있도록 공동검사 및 자료제출요구에 관한 제도적 여건이 갖춰진 후에 검토할 방침이다.
[ 경기신문 = 고현솔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