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윤종규 회장의 뒤를 이어 KB금융그룹을 이끌 차기 회장 후보군이 확정됐다. 내부에서 양성된 3명의 부회장이 경쟁에서 앞서 있다는 의견이 지배적이지만, 공개되지 않은 외부 출신 후보자가 다크호스로 떠오를 가능성도 제기된다.
KB금융 회장후보추천위원회(이하 회추위)는 지난 8일 차기 회장 후보 1차 숏리스트를 발표했다. 내부에서는 양종희·이동철·허인 KB금융 부회장과 박정림 KB금융 총괄부문장(KB증권 대표이사)가 이름을 올렸다. 2인의 외부 후보는 본인 요청에 따라 공개되지 않았다.
회추위는 오는 29일 1차 인터뷰를 진행해 숏리스트를 3명으로 압축하고 다음 달 8일 2차 심층 인터뷰를 거쳐 최종 후보자를 확정할 예정이다.
금융권에서는 1961년생 동갑내기 부회장 3인방이 차기 회장으로 유력하다고 평가하고 있다. KB금융은 2021년 말 조직개편을 통해 부회장 3인 체제를 완성하고, 지난해 말 부회장들이 평소 이력과 동떨어진 분야를 담당하도록 업무를 변경하는 등 부회장들의 자질을 검증해 왔다.
가장 먼저 부회장으로 선임된 양종희 부회장은 윤 회장과 오랫동안 손발을 맞춰 오며 두터운 신임을 받아 왔다. 2015년 LIG손해보험(현 KB손해보험)의 인수를 성공적으로 해냈고, 이후 5년간 KB손해보험 대표이사를 맡았다. 현재 개인 고객, 자산관리(WM)·연금, 중소상공인(SME) 부문장을 맡고 있으며 윤 회장과 마찬가지로 '재무통'으로 분류된다.
이동철 부회장은 지주와 계열사를 두루 거치며 넓은 업무 스펙트럼을 쌓았다는 점이 강점이다. 그룹 내 대표적인 '전략통'으로 꼽히는 그는 2000년 국민·주택은행 합병작업, 2003년 인도네시아 BII 인수, 2006년 외환은행 인수 도전, 2016년 현대증권(현 KB증권) 인수 등 굵직한 인수합병(M&A)를 주도했다. 현재 디지털, IT 부문을 맡고 있다.
'영업통' 허인 부회장은 후보 중 유일한 은행장 출신이다. 국민은행 설립 이래 처음으로 3연임에 성공한 그는 재임 당시 리딩뱅크를 탈환하는 등 은행의 성장을 이끌어 왔다. 현재 글로벌부문과 보험 부문을 맡고 있다. 윤석열 대통령의 서울대 법대 1년 후배라는 점이 부각되면서 많은 주목을 받았다.
박정림 총괄부문장은 국내 최초 여성 증권사 CEO라는 타이틀을 지니고 있다. 국민은행 부행장과 지주 WM 총괄부사장 등 그룹 내 주요 요직을 거쳤으며 2019년 KB증권 사장에 올랐다. 다만, 지난 2020년 라임펀드 사태와 관련해 금융당국으로부터 문책 경고를 받은 점이 리스크다. 제재가 확정되면 금융당국과 소송을 하지 않고서는 회장직을 수행할 수 없다.
공개되지 않은 외부 후보가 부상할 가능성도 있다. 금융권에서는 이명박, 박근혜 정부 때 관료를 맡았던 인물이 외부 출신 후보로 낙점됐을 것이라는 추측이 나온다. 금융당국의 영향력이 커지고 있는 만큼, 당국과의 소통에서 유리한 관 출신 후보가 차기 회장이 될 수도 있다는 것.
한 금융권 관계자는 "금융당국이 주요 금융그룹 회장 인선 과정에서 영향력을 행사해 온 만큼, 이번에도 당국의 개입 가능성이 있는 상황으로 관 출신 인사가 낙점될 가능성도 있다"며 "윤종규 회장이 연임을 포기하면서 내부 후보자가 아닌 아예 외부 후보자에서 차기 회장이 탄생할 수도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 경기신문 = 고현솔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