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속적인 부하 직원 갑질로 징계받은 가해자가 징계안을 직접 심의하고, 조사한 것으로 드러났다.
고용노동부 경기지청(이하 경기지청)은 지난해 9월 용인대학교 교직원 A씨 등 4명이 직장 상급자인 B씨 등 3명으로부터 직장 내 괴롭힘과 인권 침해 등을 당했다는 진정서가 접수돼 지난 3월 17일 직장 내 괴롭힘에 대한 사실관계가 인정된다며, 용인대에 가해자 3명에 대한 징계를 요구하는 시정명령을 내렸다.
17일 경기신문이 입수한 '용인대 직원징계위원회 위원 명단' 확인 결과 경기지청 시정명령으로 지난 5월 용인대가 가해자 B씨 등 3명에 대한 징계 심의 진행 당시 징계위원회 위원에 B씨가 포함된 것으로 파악됐다. 이른바 '셀프 심의'가 진행된 것이다.
이런 일이 가능한 이유는 가해자 B씨가 학교 고위직으로 근무하고 있기 때문이다. 앞서 지난 3월 20일 용인대 교직원 노조는 성명서를 통해 용인대가 B씨 등 가해자들에 대해 공정한 징계가 이뤄질 수 있도록 '직장 내 괴롭힘 특별위원회' 구성 및 운영을 요청한 바 있다.
B씨는 용인대 직원인사위원회와 직원징계위원회 위원을 겸하고 있어 공정한 징계 심의가 이뤄질 수 없다고 본 것이다.
하지만 용인대는 B씨에 대한 위원 자격 박탈, 특별위원회 운영 등 조처를 하지 않았고, B씨 등 가해자 2명은 인사상 불이익이 없는 가벼운 처벌을 받았다.
이에 대해 용인대 관계자는 "피해 당사자들의 의사를 최대한 반영해 분리 조치를 해왔다"며 "B씨가 위원으로 소속돼 있었지만, 해당 위원회 의사 결정에 참여한 경우는 없다"고 해명했다.
한편 올해 1월 경기지청이 갑질 피해 조사를 진행할 당시에도 B씨 등 3명은 A씨 등 피해자들에게 2차 가해를 한 것으로 알려졌다.
A씨는 "가해자들은 갑질 피해 조사 과정 중에서도 피해자들에게 협박 또는 모욕을 주고, 교내 직원들에게 허위사실을 유포하는 등 2차 가해를 했다"고 토로했다.
용인대가 당시 2차 가해를 방지할 조치를 취하지 않았다면 가해자와 피해자를 분리하는 '보호조치 의무' 위반이다.
관련 법령에 따라 직장 내 괴롭힘 사실이 확인되면 사업장은 피해자가 가해자와 분리될 수 있도록 보호조치를 취해야 한다. 이는 피해 사실이 확인되지 않은 조사 과정 중에도 마찬가지이다.
[ 경기신문 = 나규항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