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금융권의 최대 화두였던 금융회사의 비금융업 진출을 허용하는 '금산분리(금융과 산업자본의 분리) 완화 방안' 발표가 미뤄진다. 금융당국이 경기 침체가 이어지는 상황에서 금융회사의 비금융업 진출이 중소기업이나 소상공인 등에게 미치는 영향을 더 따져보기로 하면서다.
24일 금융당국 및 금융권에 따르면 금융위원회는 이달 말 발표 예정이던 금산분리 완화 방안에 대해 추가 의견 수렴 과정을 거치기로 했다.
금융위 관계자는 "부처 간 협의 과정에서 중소기업이나 소상공인 등 비금융 분야 사업자에게 보다 충분히 사전 설명을 하고 의견 수렴도 거쳐야 한다는 의견이 제시돼 발표 시기를 연기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이어 "금융 분야와 비금융 분야가 서로 상생할 수 있는 방안을 더 모색해 볼 예정"이라고 부연했다.
당초 금융위는 이달 말 금융규제혁신회의를 열고 금융회사의 비금융업 진출에 대한 구체적인 방안을 발표할 예정이었다. 이는 약 40년 동안 잠겨 있던 금산분리 규제 빗장이 풀린다는 점에서 하반기 가장 관심을 끄는 정책 중 하나였다.
앞서 금융위는 금융회사가 할 수 있는 비금융 업무 범위와 관련해 현행 포지티브(열거주의) 방식을 추가 보완하는 방식뿐 아니라 네거티브(포괄주의)로 전환해 '진출 불가 업종'만 빼고 모두 허용하는 방안까지 논의 중이라고 밝힌 바 있다.
그러나 막판 부처 간 조율 과정에서 금융사가 비금융 영역으로 무분별하게 사업을 확장할 경우 골목상권이 침해될 수 있다는 의견이 제시된 점이 발표 연기에 영향을 준 것으로 보인다. 그동안 은행이 막대한 자금력과 영업력을 앞세워 문어발식으로 사업을 확장할 경우, 어려운 중소기업이나 영세사업자 등에게 타격이 불가피하다는 지적이 꾸준히 제기됐다.
아울러 금융회사들의 리스크 관리 및 통제 시스템 강화가 선행된 뒤 비금융업 진출을 논의해야 한다는 의견도 제시된 것으로 전해졌다. 최근 경남은행, DGB대구은행 등에서 대형 금융사고가 연일 발생하면서 금융권 관리 강화 목소리가 커진 것도 결정 연기에 영향을 준 것으로 풀이된다.
다만 금융당국은 금융회사의 비금융업 진출 논의 자체가 아예 중단되는 것은 아니라는 입장이다.
금융위 관계자는 "비금융 사업자 의견 청취와 은행 리스크 관리 체계 검토를 거쳐 추후 발표 시기를 다시 결정할 예정"이라며 "논의 자체를 아예 없던 것으로 한다는 의미는 아니다"라고 했다.
금융위는 금융사와 중소 사업자 간 불공정 경쟁 논란이 없는 분야부터 '금융-비금융 융합'을 시도해 볼 방침이다. 이와 관련해 기업은행에도 혁신금융서비스를 통해 중고 기계 매매 플랫폼 사업을 허용하는 방안을 논의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 경기신문 = 고현솔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