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가 연내 금리인하 가능성을 일축하며 금융통화위원회(이하 금통위) 위원들은 오히려 기준금리가 오를 가능성을 열어뒀다고 전했다. 최근 증가하고 있는 가계부채는 집값이 바닥을 찍었다는 시장의 인식과 기준금리 인하 기대감의 영향이라고 했다.
이 총재는 24일 금통위 직후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이번 기준금리 동결 결정은 금통위원 전원 일치였다"고 말했다.이날 한은 금통위는 기준금리를 연 3.5%로 동결했다.
그는 “물가상승률이 둔화하고 있지만, 목표 수준(2%)으로 안정되기까지는 상당 기간 소요될 것으로 전망한다”며 “주요국 통화정책과 경기 관련 불확실성이 높아진 데다, 가계부채 흐름도 유의해서 지켜볼 필요가 있는 만큼 현재의 긴축 기조를 유지하는 것이 적절하다고 봤다”고 설명했다.
최종금리 수준과 관련해서는 “대내외 불확실성이 가중되고 있는 영향으로 모든 위원들이 ‘금리 상단을 3.75%로 열어둬야 한다’는 의견을 제시했다”고 말했다.
그 배경과 관련해서는 "조만간 잭슨홀 미팅에서 나오는 발언, 9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금리 결정에 따라 외환시장 변동성이 크게 확대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며 "미국의 금리 정책에 따라 외환시장 변동성이 커지면 물가 변동성도 같이 높아질 수 있기 때문에 상황을 봐서 적절한 대응이 필요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 총재는 또한 "가계대출 증가세가 확대될지 유념해서 지켜봐야 한다는 점에서도 금리 상방을 열어놓기로 했다"고 말했다.
금리 인하 시기를 논하는 것 역시 시기상조라는 기존의 입장 또한 재확인했다. 이 총재는 “통화정책을 강경하게 진행한 상황에서 물가와 경제 파급효과를 지켜 볼 필요가 있는 만큼 연내 기준금리 인하 기대는 과도하다”며 “금통위원들도 같은 의견”이라고 했다.
그는 최근 급등하고 있는 가계부채는 집값이 바닥이라는 인식과 사실상 금리 인상이 끝났다는 기대 때문이라고 했다. 뿐만 아니라 50년 만기 주택담보대출로 인한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규제 회피, 다시 저금리 기조로 돌아갈 것이라는 인플레이션을 경험하지 못한 젊은 세대의 기대감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결과라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금융비용이 지난 10년(처럼) 1∼2%로 낮아질 가능성이 크지 않다”며 “본인이 감당할 수 있는지 고려하면서 부동산 투자를 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가계부채를 관리할 수단에 대해서는 "대부분 수단은 정부에 있다"면서 "한국은행 역할은 어떤 속도로 어떤 정책으로 하는 게 우리경제 및 안정에 도움이 되는지 정책 자문을 하고, 유동성 관리를 하는 것"이라고 짚었다.
한은은 이날 수정 경제전망을 내놓으며 내년 성장률을 2.2%로 예상했다. 지난 5월 전망치보다 0.1%p 내려간 수준이다. 올해 성장률은 5월 전망치와 같은 1.4%를 유지했다.
이와 관련해 이 총재는 그는 “국내 팬트업 소비 약화, 중국경제 더딘 회복세, 미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추가 긴축 우려 등 하방요인과 중국인 단체 관광객 유입, 미국경제의 연착륙 가능성 증대 등 상방요인을 함께 고려한 결과”라고 설명했다.
[ 경기신문 = 고현솔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