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KB금융그룹의 새 수장으로 '비은행 출신' 양종희 부회장이 낙점됐다. 그는 '리딩금융' 수성이라는 가장 큰 과제를 해결하기 위해 은행의 수익 전망이 밝지 않은 상황에서 비은행 부문의 수익성을 높여야 하고, KB금융의 약점으로 지목되는 글로벌 부문도 강화해야 한다.
KB금융그룹 회장추천위원회(이하 회추위)는 지난 8일 양 부회장을 차기 회장 최종 후보로 선정했다. 양 내정자는 오는 12일 이사회 추천 절차와 11월 주주총회를 거쳐 공식적으로 선임될 예정이다.
양 내정자가 그동안 이어져 오던 '은행장 출신 회장' 공식을 깬 비은행 출신인 만큼, 금융권에서는 이번 회추위 결정이 파격적이라는 반응이다. 은행의 수익 기반이 약해지며 비은행 부문 확대 필요성이 대두되고 있는 상황이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도 나온다. 회추위가 은행과 비은행 경험을 두루 갖춘 넓은 시야의 '양손잡이' 경영자가 필요하다고 판단했다는 것.
또한 금융당국이 지난해부터 금융권 지배구조 개선을 요구해 왔다는 점도 양 내정자에게 유리했다는 의견도 나온다. 소위 '셀프 연임'에 대한 문제가 제기되면서 은행 밖에서 다양한 경험을 쌓은 인물이 지주 회장이 되는 것이 적합하다는 목소리도 영향을 미쳤다.
1961년생인 양 내정자는 전주고와 서울대 국사학과를 졸업하고 1989년 주택은행에 입행, 20여년 간 은행에서 경험을 쌓고 2008년 지주로 자리를 옮겼다. 2015년 지주 전략담당 임원으로 근무하며 LIG손해보험(현 KB손해보험) 인수를 주도했으며 이후 2016년부터 5년 동안 KB손해보험을 직접 이끌며 손보업계 '빅4'로 성장시켰다.
2021년 부회장으로 선임된 이후에는 글로벌·보험·디지털·개인고객·자산관리(WM)·중소상공인(SME) 등의 부문장을 두루 맡으면서 그룹 내 은행과 비은행 영역을 총괄 지휘하며 성과에 기여하기도 했다.
11일 오전 기자들과 만난 양 내정자는 "단순히 주주가치뿐만 아니라 사회적 가치에 대해 (금융사들이)고민을 많이 하고 있다"라며 "KB금융은 재무적 가치에서 1등 그룹이었으나 이제는 이를 넘어 기업의 사회적 책임 측면에서도 모범이 되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현재 양 내정자가 당면한 가장 큰 과제는 '리딩금융그룹 수성'이다. 이를 위해 현재 은행 중심인 그룹의 수익 포트폴리오를 다각화하고 장기적인 성장동력을 확보하기 위해 비은행 부문 성장에 집중해야 한다. 올해 상반기 기준 KB금융 순이익에서 비은행 부문이 차지하는 비중은 38%다. '리딩금융'을 두고 경쟁하고 있는 신한금융의 경우 순이익의 40%가 비은행 계열사에서 나온다.
양 내정자는 인수합병을 통해 덩치를 키우기보다는 '내실 다지기'에 집중하겠다는 뜻을 내비쳤다. 그는 "전반적인 사업 포트폴리오를 갖춰 M&A(인수합병)가 목적은 아니"라며 "그룹의 기업가치를 지속가능하게 올릴 수 있는 측면에서 체크하고 검토해볼 것"이라고 말했다.
글로벌 부문의 경쟁력을 높이는 것도 양 내정자의 주요 과제다. 지난해 KB금융의 글로벌 순이익 비중은 10%대로 KB금융은 해외 진출에서 이렇다 할 성과를 내지 못하고 있다. 현재 국민은행의 해외법인 순익 규모는 4대 은행 중 3번째 수준이다.
특히 지난 2018년 인수 이후 적자를 내고 있는 인도네시아 KB부코핀은행의 정상화가 관건이다. 국민은행이 부코핀은행 인수와 정상화에 투입한 자금만 1조 8000억 원에 달한다.
양 내정자는 부코핀은행의 정상화 계획과 관련해 "부실회사를 값싸게 인수해 정상화하는 데 시간이 좀 걸리는 것 같다"며 "여러가지 아쉬운 점이 있지만 인수한 타이밍이 코로나19로 정상적인 금융사들도 힘든 시기였기 때문에 부코핀은 더 어려움이 있었던 것 같다"고 했다.
이어 "전반적인 지배구조라던지 방향성, 비용절감 측면에서 틀을 잡고 있다"며 "다만 새롭게 영업을 강화하는 측면에서 점포를 확장하고 인력을 배치하는 데는 시간이 걸릴 것"이라고 설명했다.
아울러 금융권 안팎에서 지적하는 내부통제 강화를 위해서도 힘써야 한다. 최근 국민은행의 주식거래 담당 직원 10명은 미공개 정보를 이용해 127억 원의 부당이익을 챙긴 혐의가 적발돼 금융당국의 제재를 받았다.
양 내정자는 이와 관련해 "금융기관은 신뢰를 먹고 사는 곳인데, 불미스러운 일이 발생해 진심으로 죄송하고 송구스럽다"며 허리를 숙여 사과했다.
이어 "가장 중요한 것은 자발적 내부통제로 임직원들이 윤리화되고 체득화돼야 한다"며 "모든 시스템이나 프로세스가 자동화되고 체크되면 (금융사고 문제가) 극복될 것으로 생각해, 디지털 분야에 적극적인 투자를 하려고 한다"고 강조했다.
[ 경기신문 = 고현솔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