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린우리당 이부영 의장을 비롯한 지도부가 3일 일괄사퇴하면서 원내과반 집권여당이 새해 벽두부터 흔들리고 있다.
`새해부터는 민생에 올인하겠다'는 스스로의 다짐과 `올해에는 안정감을 찾을 것'이란 여론의 기대와는 상반된 흐름인 것은 분명해 보인다.
특히 총선이나 대선을 앞둔 `비상시국'이 아닌데도 당내 문제로 비상대책위원회를 꾸려야 하는 상황도 일반적으로 이해하기 어려운 측면이 없지 않다는 지적이다.
어쨌든 현 지도부의 사퇴는 지난해 1.11 전당대회에서 구성된 1기 지도부의 마침표를 의미한다. 신당창당을 주도했던 정동영 통일부 장관, 신기남 천정배 의원 등 이른바 `천.신.정' 트로이카를 중심으로 당밖 세력을 대표한 이부영 전 의장이 가세한 역학구도가 1년만에 붕괴된 것이다.
특히 차기 전당대회까지는 석달이란 긴 시간이 남아있다는 점에서 여당내 권력 지형을 둘러싼 유동성이 증폭될 가능성이 크다.
이런 관측에 보면 이르면 오는 5일 구성될 비상대책위원회는 힘의 균형을 최대한 모색하는 선에서 구도가 짜여질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우선 본인의 의사과 관계없이 비대위원장에는 임채정 의원이 유력하게 거론되고 있다. 임 의원은 선수 면에서 김덕규 국회부의장과 이해찬 국무총리에 이어 당내 3위인 4선인 데다, 여당내 적통인 민주당 출신이라는 `자산'이 최대 강점이다.
임 의원은 특히 재야파로 분류되는 데도 불구하고 국가보안법 파동 과정에서 보여준 균형감각 때문에 적임자로 평가받는 분위기다.
만일 임 의원이 고사할 경우 3선 중진인 유재건 의원 등이 전대 출마의사가 없다는 점에서 차순위로 거론되고 있지만, 의외로 중량감 있는 원외 인사가 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는 관측도 있다.
오히려 관심은 누가 위원장을 맡느냐는 것보다 어떻게 비대위가 구성되느냐에 쏠리고 있는 양상이다.
일단 비대위는 당장 늦어도 내달초 실시될 원내대표 경선과 전당대회를 앞두고 중립적 관리형 자세를 견지할 수밖에 없다는 점에서 각 계파의 대표성을 띤 인사들로 채워져야 한다는 의견이 적지 않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