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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부작침의 자세로 그리다…차진환 개인전 ‘착득거(着得去)’

나비, 달, 잔, 바다 소재로 공생하는 세계 그려
‘나비-잔’, ‘무소’, ‘해바라기’ 등 25점 전시
13일까지 수원시립만석전시관

 

“그림이 정서적으로 한 사람의 메말랐던 부분에 큰 빗방울이 되고 물이 되면 제가 도움이 된다고 생각해요. 그림을 보고 느끼는 바는 다 다를 테지만 새로운 세상이 있다는 걸 느낀다면 예술가로서 역할을 하는 것 같아요. 세상을 변화시키는 토대가 되죠”(인터뷰 中)

 

8일 수원시립만석전시관에서 차진환 작가의 개인전 ‘착득거(着得去)’가 열리고 있다. 1988년 대학 졸업 후 40여 년 간 그림을 그린 작가가 6년 만에 개최한 개인전이다. 2018년부터 한빛학교에서 장애아들을 가르친 작가의 경험을 토대로 작품 세계를 넓혔다. 이번 전시에서는 신작 ‘나비-노닐다1’, ‘나비-노닐다2’를 포함한 작품 25점을 선보인다.

 

전시명인 ‘착득거(着得去)’는 불교적 개념으로, ‘성공할 수 있는 능력이 있다’라는 뜻이다. 차진환 작가에겐 ‘어렵지만 공생하면서 노닐자’라는 뜻이다. 가족이나 친구, 모셔야 하는 사람, 자연의 아름다움까지 즐겁게 삶을 함께하자는 의미다. 작품의 중심이 되는 개념 역시 ‘노니는’ 것이다.

 

 

대표작 ‘나비-잔’시리즈도 이런 중심 개념을 담고 있다. 파도가 치는 푸른 바다를 배경으로 잔이 놓여있고 나비들은 잔 위로 떠 있는 달을 향해 날아간다. 고요하면서도 서정적인 그림들은 작가의 작품세계를 구성하며 상징과 은유를 내포한다.

 

파도는 세간의 풍파나 갈등, 고난을 의미하고 잔은 무엇을 담는 그릇으로써 포용을 뜻한다. 나비는 생명이나 성장, 자유, 행복, 사랑을 뜻한다. 초승달에서 반달, 보름달로 변하는 달은 변화와 순환을 의미한다. 네 사물들은 하나의 시처럼 어우러지며 길복을 빈다.

 

‘나비-잔’ 시리즈는 캔버스에 위에 아크릴로 그림을 그렸고 펄프 위로 꽃 모양의 도장을 찍어 특유의 무늬를 만들어냈다. 나비 모양의 오브제로 혼합 재료의 미감을 살렸고 섬세하고 아름다운 작품을 완성시켰다.

 

 

작가는 사회적 발언을 하는 작품들도 많이 그렸다. ‘나비-4.16’이 대표적이다. 세월호 참사를 기리기 위해 그린 작품인데, 선체를 나타내는 거대한 형상 위로 수 십 마리의 나비가 날아오른다. 나비는 희생자들의 부활, 환생을 의미한다.

 

차진환 작가는 “실제로 5.18 광주 민주화 운동이나 2021년 미얀마 사태, 독립운동 등을 소재로 그림을 그렸다”며 “정치적으로 ‘잊지 말자’라는 메시지를 보내고 ‘억울한 일들에서 회피하지 말자’라는 말을 하고 싶었다”고 말했다.

 

 

이외에도 작가의 자화상인 ‘무소’가 전시된다. 인도의 코뿔소를 그린 작품인데, 슬픈 눈에 작가의 비애를 담았다. ‘무소의 뿔처럼 혼자서 가라’라는 불교적 개념을 적용해 작가만의 인내와 억울함을 표현했다. 달 아래 힘이 느껴지는 코뿔소가 작가의 고집을 느끼게 한다.

 

해바라기의 생애를 그린 ‘해바라기’도 전시된다. 갓 피어난 해바라기부터 시든 해바라기까지 여러 모습을 한 화폭에 담아 사람의 일생을 표현했다. 성장하고 늙어 죽음에 이르는 과정을 은유와 상징으로 표현했다. 끊임없이 변화하며 고정되지 않는 세상에서 아름다움과 고통도 나타냈다.

 

차 작가는 “앞으로 표현 능력부터 소재까지 쇠도끼를 갈아서 침을 만든다는 ‘마부작침’의 자세로 정교하게 끝까지 작업할 계획”이라며 “관람객이 다양한 방향으로 제 그림에 들어왔다가 다양하게 느끼며 나가길 바란다”고 소감을 밝혔다.

 

 

차진환 개인전 ‘착득거(着得去)’는 13일까지 계속된다.

 

[ 경기신문 = 고륜형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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