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우리나라 최초의 인터넷전문은행 케이뱅크가 유가증권시장(코스피) 입성에 재도전한다. 높은 수익성과 성장 가능성에 따른 기대와 몸값 고평가 논란, 높은 업비트 의존도 등 리스크와 관련된 우려가 공존하고 있는 만큼, 흥행 여부가 불투명하다는 분석이 나온다.
16일 금융권에 따르면 케이뱅크는 오는 21일과 22일 일반투자자를 대상으로 한 공모청약을 진행한 후 30일 상장할 예정이다. 최종공모가는 이날까지 진행되는 기관투자자 대상 수요예측 결과를 통해 18일 확정된다.
케이뱅크가 상장에 나서는 것은 이번이 두 번째다. 앞서 2022년 상장 예비인가를 받았던 케이뱅크는 증시 부진에 따라 기업가치를 제대로 평가받지 못할 것이라는 판단에 이듬해 2월 상장을 철회했다.
이후 꾸준히 성장하며 올해 상반기 창립 이래 최대 실적을 기록한 케이뱅크는 이번 기업공개(IPO)에 큰 기대를 걸고 있다. 케이뱅크의 올해 상반기 당기순이익은 전년 동기 대비 241.6% 증가한 854억 원이다. 상반기 기준 총 자산은 24조 2844억 원으로 1년 새 24% 늘었으며, 같은 기간 여·수신 잔액도 각각 24%, 26% 성장했다.
최우형 케이뱅크 행장은 지난 15일 기자간담회를 통해 "케이뱅크의 성장을 견인할 요소는 충분하다"며 강한 자신감을 드러냈다.
케이뱅크는 증시 입성을 통해 약 1조 원의 자금유입효과를 기대하고 있다. 케이뱅크가 밝힌 공모 규모는 총 8200만 주, 주당 희망 공모가는 9500~1만 2000원이다. 희망공모가 범위 상단 기준 공모금액은 9840억 원으로 여기에 7250억 원에 달하는 과거 유상증자 자금을 자기자본비율(BIS) 산정 시 자기자본으로 인정받게 될 예정이다.
최 행장은 “케이뱅크는 상장을 발판 삼아 고객의 일상생활 속 비대면 금융 혁신의 속도를 높이겠다”며 “공모자금은 리테일과 SME·SOHO(중소기업 및 사업자), 플랫폼이라는 3대 성장 전략과 리스크관리 및 테크에 활용함으로써 상생금융과 혁신금융 실천에 앞장서겠다”고 했다.
다만 시장에서는 과도한 기업가치 등 여러 리스크에 대한 우려도 상당해 실제 흥행 여부는 지켜봐야 할 것이라는 의견이 나온다.
우선 케이뱅크의 몸값이 지나치게 부풀려졌다는 논란이 끊이질 않고 있다. 공모가가 1만 2000원으로 확정될 경우 케이뱅크의 시가총액은 5조 원을 넘게 되는데, 이는 지난 2022년 상장한 LG에너지솔루션 이후 최대 규모다. 케이뱅크의 주가순자산비율(PBR)은 2.56배로 비교기업인 카카오뱅크(1.26배)는 물론 주요 금융지주(KB금융 0.63배, 신한지주 0.53배)보다 월등히 높다.
공모물량의 절반 가량이 엑시트(자금 회수) 가능성이 높은 구주매출이라는 점도 걸림돌로 꼽힌다. 케이뱅크의 상장 직후 유통 가능한 물량은 전체의 37.32%다. 이준형 케이뱅크 최고재무책임자(CFO)는 “구주매출이 적정 규모가 되지 않으면 나머지 물량이 ‘오버행’(잠재적 매도물량)이 되기 때문에 적정하다고 본다”며 유통 가능 물량 역시 앞서 증시에 상장한 카카오페이와 크래프톤이 40%대였던 것보다 낮은 수준"이라고 설명했다.
제휴를 맺고 있는 가상자산거래소 업비트 의존도가 높다는 점도 해결해야 하는 과제다. 케이뱅크의 예금수신 중 업비트 고객 예치금 비중은 지난해 말 기준 20.7%에 달한다. 가상자산거래소 빗썸과 제휴계약을 맺은 NH농협은행, 코인원과 계약한 카카오뱅크의 관련 고객 예치금 비중이 각각 0.3%에 불과한 것과 비교하면 높은 편이다.
게다가 지난 7월 가상자산이용자보호법이 시행되면서 업비트에 지불해야 하는 이자율도 0.1%에서 2.1%로 올랐다. 실제로 케이뱅크가 업비트 운영사인 두나무에 지급한 예치금 이자비용은 지난 7월 36억 원에서 8월 73억 원으로 한 달 만에 2배 이상 증가했다.
이 CFO는 이와 관련해 “업비트 예치금이 3조 2000억 원 규모로 예치금 이자(2.1%)가 연간 600억 원 수준”이라며 “내년 중소기업·개인사업자 담보대출에서 기대하는 여신 성장이 4조~5조 원으로 업비트 효과를 넘어 추가 성장도 가능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뿐만 아니라 케이뱅크가 성장전략으로 내세운 중소기업대출의 비대면 영업이 쉽지 않다는 점과 금리 인하 시기 인터넷은행의 경쟁력이 떨어질 수 있다는 점도 우려되는 부분이다.
한 금융권 관계자는 “10월 수요예측과 일반청약을 진행하는 예비 상장사들 중 케이뱅크의 해결 과제가 유독 많은 만큼 목표한 몸값을 받아낼 수 있을지 쉽사리 예측하기 어렵다”며 “성장 가능성과 실적 안정성을 시장에 입증하는 것이 흥행의 관건”이라고 강조했다.
[ 경기신문 = 고현솔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