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 3일 윤석열 대통령의 비상계엄 선포 및 해제의 여파로 금융시장의 불안이 커지고 있는 가운데, 금융당국이 국내 36개 증권사 CEO들을 소집해 비상대책을 마련하라고 주문했다.
아울러 신한투자증권의 상장지수펀드(ETF) 유동성공급자(LP) 손실 사태 등 증권업계에서 일어나는 각종 사건·사고의 배경으로 '미흡한 내부통제'를 지목하며 각 CEO들이 책임지고 내부통제 및 성과보수 구조를 점검할 것을 요청했다.
금융감독원은 5일 오전 7시 30분 함용일 자본시장·회계 부원장 주재로 국내 36개 증권사 CEO들과 긴급현안 간담회를 개최했다. 당초 지난 4일 간담회가 열릴 예정이었으나 3일 밤 비상계엄 선포·해제 사태에 따른 여파로 연기됐다.
이날 간담회에서 금감원은 최근 정치상황 변화에 따른 금융시장 변동성 확대와 관련해 전체 증권사의 대비상황을 점검하고, 자본시장의 핵심 플레이어로서 증권사의 금융시장 안정성 제고 및 투자자 보호를 위한 선제적 대응을 당부했다.
함 부원장은 모두발언을 통해 "최근 정치상황 변화에 따른 금융시장의 변동성 확대에 대한 국내외 우려의 목소리가 확산되고 있다"며 "다행스럽게도 국내 증시의 외국인 자금 유출은 제한적이고, 국채선물을 순매수하는 등 시장이 안정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도 "다만 주요 선진국 증시와는 달리 우리 증권시장의 체력은 어느 때보다 약화돼 있다"며 "향후 국내외로부터 추가적인 충격이 가해질 경우 금융 전반의 시스템 리스크로의 전이도 우려되는 상황"이라고 진단했다.
이에 시장 안정성 확보를 위해 증권사들의 적극적인 역할이 필요하다고 강조하며, ▲CEO를 중심으로 유동성·환율 등 리스크 요인별로 시장상황 급변에 대비한 '종합 컨틴전시 플랜'을 마련할 것 ▲당국과 긴밀한 협조체계를 구축하며 시장 변동성 대응 역량을 최적화할 수 있도록 노력할 것 ▲이상거래 적출 등 자체 모니터링을 강화하고 철저한 내부통제를 실시할 것 등을 요청했다.
금감원은 최근 신한투자증권에서 발생한 ETF LP 금융사고의 근본적인 원인을 '내부통제 부실'로 지목했다. 해당 부서는 유동성 공급 목적에서 벗어난 투기거래를 하다가 지난 8월 초 코스피200 급락으로 인해 단기간에 1300억 원의 손실을 냈다. 관련 임직원들은 손실을 감추기 위해 내부관리 손익을 조작하고 스왑계약을 위조해 허위제출된 부서실적에 따라 거액의 성과급을 부당하게 수령하기도 했다.
이에 전체 증권사들을 향해 본부장 등 책임자에 의한 ‘수직적 내부통제’와 리스크·준법 등 관리부서에 의한 ‘수평적 내부통제’의 관점에서 감시와 견제 적정성을 CEO 책임 아래 정밀 점검할 것을 요구했다. 특히 최근 금융사고와 불법행위가 집중되고 있는 기업금융(IB) 업무에 대한 내부통제 역량 강화에도 관심을 둘 것을 당부했다.
또한 해당 사고의 또다른 원인으로 단기실적 중심의 성과보수체계를 꼽으며 단기실적을 과도하게 유인하는 현행 성과보수 체계를 재설계해 달라고 요청했다. 단순 헷지업무 부서에 PI부서와 동일한 성과체계를 적용해 과도한 투자거래가 발생했으므로, 업무단위별 본연의 목적에 부합하는 방식으로 성과보수체계를 재설계해야 한다는 것.
아울러 기업공개(IPO) 과정에서도 ▲공모가격 부풀리기 ▲중요사실 부실기재 ▲상장직후 대량매도 ▲공개매수제도 악용 등 행위가 다수 발생하고 있다고 지적하며 주관사가 책임 있는 역할을 다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함 부원장은 "증권사가 투자자와의 이해상충 관리의무를 해태하거나 주관사의 주의의무를 위반한 것으로 판단되는 경우 엄중조치할 것"이라며 "증권사가 스스로 증권사 본연의 역할을 충실히 수행해달라"고 전했다.
이날 간담회에 참석한 증권사들은 비상대응계획에 따라 리스크관리와 모니터링 강화에 만전을 기하기로 했다. 아울러 내부통제와 성과평가 체계를 전사적으로 점검하는 한편, 금융투자상품 판매 및 중개 등 업무 프로세스 전 과정에서 업무관행을 개선하기로 약속했다.
한편 금감원은 향후 자본시장 관련 긴급 현안사항 발생할 경우 'CEO 레터(가칭)'를 통해 신속하게 현안을 공유하고 대책을 모색할 계획이다. 또한 2025년도 검사업무 핵심과제로 증권사의 리스크 취약 부문에 대한 내부통제 운영의 적정성을 강도 높게 점검해 증권사의 내부통제 역량을 강화해 나갈 방침이다.
[ 경기신문 = 고현솔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