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06.04 (수)

  • 구름많음동두천 17.6℃
  • 맑음강릉 20.3℃
  • 구름많음서울 18.2℃
  • 맑음대전 18.5℃
  • 맑음대구 19.0℃
  • 맑음울산 20.0℃
  • 맑음광주 18.4℃
  • 맑음부산 19.1℃
  • 맑음고창 18.4℃
  • 맑음제주 21.3℃
  • 구름많음강화 15.3℃
  • 구름조금보은 17.3℃
  • 맑음금산 18.1℃
  • 맑음강진군 18.7℃
  • 구름조금경주시 20.7℃
  • 맑음거제 19.7℃
기상청 제공

"이젠 쓸 약도 없는데"…저성장 늪 빠진 韓 경제

4년 연속 2% 이하 성장률 기록
트럼프發 무역갈등·내수부진 영향
추가 인하 여력↓…추경 속도붙나

 

한국은행이 올해 성장률 전망치를 하향하면서 우리나라 경제가 오랫동안 저성장 국면을 벗어나지 못할 전망이다. 경제를 지탱하는 수출과 소비 모두 부진할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추가 금리 인하 여력도 크지 않은 상황이라 우려는 커지고 있다.

 

한은은 지난 25일 '수정경제전망'을 통해 올해 실질 국내총생산(GDP) 성장률 전망치를 1.9%에서 1.5%로 낮췄다. 내년 성장률 전망치는 1.8%를 유지했다.

 

지난해 초까지만해도 올해 성장률이 2.3%에 이를 것이라고 전망했던 한은은 지난해 5월(2.1%)과 11월(1.9%) 연달아 전망치를 낮춰 잡았다. 하지만 내수 부진이 장기화되고 12·3 계엄 사태 및 탄핵 정국, 미국 도널드 트럼프 2기 행정부 출범 등 대내외적인 변수까지 겹치면서 석 달 만에 0.4%포인트(p) 하향했다.

 

김웅 한은 부총재보는 "최근 미국 관세 정책과 경제 심리 위축의 영향으로 수출과 내수의 하방 압력이 증대돼 올해 성장률이 지난해에 비해 크게 둔화될 것"이라며 "성장 경로는 통상 환경 변화, 국내 정치 상황, 정부의 경기 부양책 등에 크게 영향받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한은의 이번 전망치를 반영하면 국내 성장률은 2023년 1.4%, 2024년 2.0%(속보치), 2025년 1.5%, 2026년 1.8%로 4년 연속 2% 이하에 머무르게 된다. 4년 연속 잠재성장률(2%)을 밑도는 유래없는 저성장 기록이다.

 

우리 경제를 이끄는 수출을 둘러싼 상황이 좋지 않다는 점이 주요 배경으로 꼽힌다. 지난달 수출은 16개월만에 감소세로 전환했으며, 이달 1일부터 20일까지의 일평균 수출도 1년 전보다 줄어들었다.

 

게다가 트럼프 행정부의 관세·통상정책에 따라 글로벌 무역 갈등이 심화되는 등 통상환경의 불확실성도 확대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이 예고한 대로 반도체, 자동차, 철강 등 주요 산업의 관세율을 인상할 경우, 국내 수출 기업들은 상당한 타격을 입을 수밖에 없다. 한은은 무역 갈등이 심화될 경우 내년 성장률이 1.4%까지 떨어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위축된 소비심리가 새해 들어서도 회복되지 않으면서 내수 전망치도 떨어지고 있다. 한은은 올해 민간소비 증가율을 기존보다 0.6%p 낮춘 1.4%로 예상했다. 건설투자 증가율(-2.8%)도 11월 전망치보다 1.5%p 낮췄다. 이처럼 경기 하방 압력이 커지자 한은 금융통화위원회(이하 금통위)는 지난 25일 만장일치로 기준금리 0.25%p 인하를 결정했다. 

 

문제는 경기 부양을 위한 '추가 금리 인하' 카드를 꺼내기가 어렵다는 점이다. 금리 인하에 따른 부작용이 만만치 않을 것으로 예상되고 있어서다.

 

우선 미국의 경기 지표가 호조를 기록하면서 연방준비제도(Fed)가 금리 인하에 신중한 태도를 보이고 있다는 점이 걸림돌이다. 미국이 금리를 유지하는 가운데 우리나라가 먼저 금리를 낮춰 한미금리차를 키우면 차는 외국계 자금이 이탈하면서 외환시장의 부담이 커질 수 있다. 현재 한미 금리차는 상단 기준 1.75%p다.

 

국내 가계부채 증가세가 다시 꿈틀거릴 수 있다는 점도 발목을 잡는다. 새해 들어 가계대출 총량 한도가 리셋되면서 은행들이 조금씩 대출 제한을 풀고 있는 상황에서 금리까지 떨어질 경우, 봄 이사철 등과 겹쳐 가계대출 수요가 폭발적으로 증가할 수 있다. 이달 들어 지난 20일까지 5대 은행(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의 가계대출 잔액은 총 2조 933억 원 늘었다.

 

추락하는 경기를 방어하기 위한 재정정책을 통한 대응이 중요해진 만큼, 추가경정예산(이하 추경) 편성 논의에 속도가 붙을 가능성도 높아졌다. 한은은 20조 원 내외 규모의 추경이 편성될 경우 올해 성장률이 0.2%p 오를 것으로 전망했다.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는 "금리를 더 낮추게 되면 환율과 물가, 가계부채에 영향을 줄 수 있다"며 "올해 1.5% 이상 성장하려면 재저정책과의 공조가 필요하다"며 추경 필요성을 강조했다. 다만 "20조 원 이상 규모로 하는 것은 부작용이 크다"며 과도한 규모에 대해서는 우려를 전했다.

 

[ 경기신문 = 고현솔 기자 ]









COVER STOR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