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25년 6월 3일, 이재명 대통령이 제21대 대통령으로 당선됨에 따라, 새 정부의 집무실과 관저 위치에 대한 국민적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대통령 관저는 단순한 거처가 아니라 조선시대 궁궐처럼 국가의 상징적 공간으로, 그 품격과 위엄은 국민들에게 감동을 줄 수 있어야 한다.
조선 태조 4년(1395년), 정도전은 경복궁을 설계하며 궁궐이 “사방이 우러러보는 곳, 신민들이 나아가는 곳”이라 정의했듯이, 대통령 관저도 국민과 함께하는 국정의 중심이자 존엄한 공간이 되어야 한다.
그러나 윤석열 정부는 집권 초 기존 청와대를 포기하고 용산 국방부 청사와 외교부 장관 공관을 집무실과 관저로 사용했다. 당시 이전 비용으로 약 496억 원이 예상되었으나, 실제 지출은 832억 원 이상으로 증가했고, 군 지휘부 이전·보안 문제·통신 도청 등 여러 문제를 낳았다. 이는 국민 세금의 낭비이자 비효율적 결정으로 평가받는다.
특히 2024년 12.3 비상계엄 조치 이후, 용산의 현 집무실과 한남동 관저는 장기적으로 부적절하다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 이에 따라 새 대통령은 편안하고 상징성 있는 새로운 관저를 마련해야 할 필요가 커졌다. 이 문제는 단순한 행정 판단이 아닌 역사사회학적·건축학적·지리학적 접근이 필요하다.
한국인은 전통적으로 배산임수(背山臨水) 지형을 선호하고 자연과의 조화를 중시해왔다. 천지인(天地人) 사상과 음양오행, 주역(周易) 세계관은 궁궐과 전통 건축물에 구현되어 있으며, 이는 경복궁의 경회루나 창덕궁의 자연친화적 건축에서도 확인할 수 있다. 외국인 관광객들도 이를 ‘신(神)이 만든 건축’이라 감탄할 정도다.
여기에는 한국인의 독특한 자연관이 큰 작용을 하여 왔다. 먼저 한국인은 자연과의 조화와 상생을 중요하게 생각하였다. 자연의 변화에 맞춰 순응하며 살아가는 삶의 자세이다. 다음은 자연의 원리에 따라 살아가려는 지혜를 생활화 하였다. 그리고 한국인은 자연을 신성시하는 마음을 가지고 있다. 큰 나무나 바위, 산과 강을 함부로 훼손하기를 터부시했다. 끝으로 한국인의 자연관은 소박한 삶의 자세, 자연처럼 넓고 빈공간, 여백(餘白)의 아름다움을 추구하는 미(美)의식에도 깊이 반영되었다.
또 경복궁의 경회루는 주역의 원리에 입각하여 건축되었다. 내부 중앙의 3칸은 누각의 정당으로 천지인(天地人) 삼재(三才)를 의미하고, 삼재를 떠받치는 8개 기둥은 팔괘(八卦)를 상징한다. 조금 낮은 마루 12칸은 1년 12달을 뜻하고 바깥 마루의 24개 기둥은 24절기를 의미하고, 이를 둘러싼 16개 사이의 문(64짝)은 64괘를 상징한다. 이러한 설계는 조선왕조 유교 이념의 사상체계가 건축에 표현되었다.

결국 대통령 관저는 단순한 주거지가 아니라 국민의 삶과 국정 철학을 상징하는 공간이다. 새 정부는 국민의 신뢰를 얻기 위해, 우리 전통과 자연철학에 기반한 조화로운 새로운 관저를 조성함으로써 국격을 높이고 미래 비전을 실현해야 할 것이다.
최근 이재명 대통령은 청와대 부지의 해당 건물을 보수한 후에 청와대로 다시 복귀할 것을 확실히 하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필자가 이 글을 쓰는 이유는 장기적인 차원에서 대통령 집무실에 대한 국민적 논의가 심도 깊게 이루어져야 한다고 보기 때문이다.
그 이유는 첫째, 현 청와대 터는 2022년 5월 전면 개방되어 많은 국민들이 경내 이곳저곳을 방문함으로써 하나의 ‘관광지’로 전락(轉落)하였고, 그로인해 대통령실이라는 ‘권위’와 ‘위엄’을 이미 상실하였다.
둘째, 전면 개방돼 공개됨으로써 청와대는 더 이상 안보와 보안상 안전하지 못한 곳이 되었다.
셋째, 대통령 집무실(본관)과 관저가 도보로 20분 거리에 있어서, 국가 비상시국에는 기민한 대처에 많은 어려운 점이 있다.
넷째, 대통령 관저 부지는 본래 좁은 터라, 주변의 암석을 폭약으로 깨어서 그 암석과 흙으로 15m 가량의 축대를 쌓았으며, 계곡의 전면을 모두 매립하여 관저를 건축하였다는 점이다, 일반 서민들도 계곡 위에 매립하여 집을 짓지 않았는데, 하물며 대통령이 거주하는 관저를 이렇게 건축하였다는 사실에 매우 실망하였다.
즉 이 관저는 ‘대통령이 거주할 수 없는 집’이라고 필자는 판단하였다. 이에 필자는 대한민국의 상징이라고 할 수 있는 관저가 올바른 위치에 신축되기를 간절히 바라는 마음에서 이 글을 쓰게 되었다.

◇전통과 미래를 잇는 대통령 관저, 국가 공간의 새로운 기준 제안
대통령 관저는 단순한 거주 공간이 아니라 국정 철학과 시대정신, 국민과의 신뢰를 상징하는 국가의 얼굴이다. 이에 새 대통령 관저는 물리적 편의성을 넘어서 역사와 미래를 아우르는 품격 있는 공간으로 새롭게 설계되어야 한다.
조선의 법궁 경복궁은 『주례고공기』와 『삼재도회』의 사상을 기반으로, 천(天)·지(地)·인(人)의 삼재와 음양오행 원리를 반영하여 배치된 유교 정치철학의 집약체였다.
특히 경복궁과 창덕궁은 정치 이념과 자연 철학이 조화된 대표적인 공간이다. 경복궁은 유교 정치철학과 음양오행, 천지인 사상을 반영해 권위와 질서를 표현했으며, 창덕궁은 자연과의 조화를 통해 실용성과 겸손한 권위를 구현했다. 이 두 궁궐은 오늘날 대통령 관저가 지향해야 할 전통과 정신적, 미학적 기준을 제시한다.
반면, 지난 윤석열 정부가 이전한 용산 대통령 집무실과 관저는 공론화 부족, 졸속한 결정, 막대한 이전 비용, 보안 및 통신 불안정 등의 문제를 야기했다. 특히 2024년 비상계엄 조치 이후 용산에 대한 국민적 불신이 높아지며, 장기적 사용에 부적합하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이제는 전통과 국민, 미래를 연결하는 새로운 관저가 필요하다. 천지인 사상, 음양오행, 자연 친화적 배치 등 전통철학을 반영하면서도, 스마트 보안 시스템과 에너지 자립형 친환경 설비를 갖춘 미래형 공간으로 재설계되어야 한다. 일부 구역은 국민에게 개방해 소통의 상징으로 삼고, 전통문화 체험 기능도 갖출 수 있다.
집무실·관저 후보지로는 청와대, 과천 정부청사, 세종시 어진동 등이 논의되고 있으며, 수도권과 행정수도 간의 균형, 기존 인프라, 자연환경 등을 고려해 최적의 입지를 결정해야 한다. 새 대통령 관저는 대한민국의 국격을 높이고 국민 자긍심을 회복하는 공간이자, 향후 100년을 준비하는 국가 정체성의 상징이어야 한다.

[ 이창걸 사회학 박사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