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민생회복 소비쿠폰 지급이 한 달을 넘겼지만 전통시장에서는 “잠깐 반짝했을 뿐”이라며 아쉬운 반응이 많다. 매출은 일시적으로 늘었으나 곧바로 다시 줄었고, 발주처 물가까지 오르면서 상인들의 체감 효과는 크지 않다는 지적이 나온다.
27일 오전 수원 영동·못골·지동시장의 거리는 한산했다. 상인들은 가판대 앞에 물건을 놓은 채 의자에 앉아 손님을 기다리며 부채질만 하고 있었다.
상인들은 몇 주 전까지만 해도 소비쿠폰 덕분에 시장에 활기가 돌았다고 말했다. 주요 고객층인 노령층의 소비 심리가 살아나며 손님 발길이 늘었고 매출도 뚜렷이 증가했다는 것이다.
영동시장에서 건어물을 파는 A씨는 “2~3주 동안 매출이 30% 정도 올랐다”며 “나라에서 돈을 받으니 이 기회에 쓰러 나오신 것 같다”고 설명했다.
소상공인연합회가 지난 5일~7일 전국 전통시장과 골목상권 소상공인 2035명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에서도 응답자의 55.8%가 매출 증가를 경험했다고 답했다. 매출이 오른 사업장 가운데 절반 이상은 10~30% 상승했다고 밝혔다.
하지만 현장에서는 반짝 효과에 불과하다는 평가가 우세하다. 소비쿠폰은 한정된 기간 안에 사용해야 해 단기간 소비를 끌어내는 데 그치고, 수요가 몰리며 발주처 물가까지 상승해 상인들의 마진은 오히려 줄었다는 것이다.
수산물점을 운영하는 C씨는 “손님이 한번에 몰리다 보니 발주처 가격이 크게 올라 이익은 줄었다”며 “쿠폰이 끝난 뒤에는 손님도 뚝 끊겼다”고 말했다.
일부 상인들은 세금으로 마련된 재원이라는 점을 우려하기도 했다. 커피점을 운영하는 D씨는 “매출이 늘어 좋긴 하지만 결국 미래 세대에 빚을 떠넘기는 것 아니냐”고 지적했다.
특히 시장 내 식당들은 여전히 어려움을 호소했다. 순대국집을 운영하는 E씨는 “코로나 이전보다 매출이 3분의 1로 줄어 쿠폰도 소용이 없다”며 “경기 자체가 너무 어려워 장사가 안 된다”고 울먹였다.
[ 경기신문 = 안규용 기자, 방승민 수습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