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은 비염 환자에게 봄 못지않게 힘든 계절이다. 큰 일교차와 건조한 바람이 비점막을 자극하고, 돼지풀·쑥·환삼덩굴 등 잡초류 꽃가루가 급증하면서 증상이 악화된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 통계에 따르면 혈관운동성 및 알레르기성 비염 환자는 봄철뿐 아니라 9~11월 가을에도 집중되는 경향을 보인다.

알레르기 비염은 꾸준히 증가하는 추세다. 국내 분석 결과 성인 5명 중 1명은 평생 한 번 이상 진단을 받는 것으로 나타났으며 도시화에 따른 실내 알레르겐(알레르기를 일으키는 물질) 노출, 반려동물 양육 증가, 대기오염, 기후변화 등 복합 요인이 영향을 미친 것으로 분석된다.

비염은 비강 점막의 염증으로 코막힘과 콧물을 유발한다. 단순한 불편으로 넘기기 쉽지만, 방치할 경우 부비동염·중이염·결막염 등 합병증으로 이어질 수 있고 수면장애·두통·집중력 저하를 동반해 삶의 질을 떨어뜨린다.

알레르기 비염은 특정 흡입성 알레르겐에 노출될 때 발생한다. 국내 주요 원인은 집먼지진드기, 동물의 털·비듬, 곰팡이, 바퀴벌레, 계절성 잡초류 꽃가루 등이다.

특히 건조하고 바람이 강한 날에는 대기 중 꽃가루 농도가 높아져 증상이 심해진다. 반려동물의 털·비듬·타액·배설물 입자도 공기 중을 떠다니다 비강으로 유입돼 증상을 일으킬 수 있다.

대표 증상은 코막힘, 재채기, 맑은 콧물, 코 가려움 등 네 가지다. 보통 코 가려움, 재채기, 콧물, 코막힘 순으로 진행되며 재채기와 콧물은 오전에 심해지고 코막힘은 오래 지속된다.

눈 가려움, 충혈, 두통, 후각 저하 등이 동반될 수 있으며 감기와 달리 발열은 드물다. 알레르겐 노출이 지속되면 증상이 수주 이상 이어져 감염성 비염과 구분이 필요하다.

증상이 반복되거나 장기화되면 의료진 상담이 권장된다. 문진을 통해 증상 양상, 가족력, 생활·직업 환경, 반려동물 노출 여부 등을 확인하고 비내시경으로 비점막 상태를 살핀다.

이후 혈청검사나 피부단자검사 등을 통해 원인 알레르겐을 규명하면 맞춤형 치료와 환경 관리가 가능하다.

치료는 회피요법, 약물요법, 면역요법, 수술요법 등 단계적으로 진행된다. 우선 알레르겐 노출을 줄이는 것이 기본이다.

약물치료는 비강 내 스테로이드 분무제와 2세대 항히스타민제가 중심이며 필요 시 류코트리엔 수용체 길항제나 항콜린제, 혈관수축제를 병용할 수 있다.

면역요법은 원인 항원을 소량부터 투여해 면역 관용을 유도하는 근본 치료로 3~5년 이상 지속할 때 효과가 크다. 구조적 문제로 약물치료에도 코막힘이 해소되지 않으면 수술을 고려한다.

서민영 고려대 안산병원 이비인후·두경부외과 교수는 “가을은 큰 일교차와 건조한 바람, 잡초류 꽃가루가 겹치는 ‘삼중 자극’의 계절”이라며 “비염이 반복되는 환자는 증상이 나타나기 전 병원을 방문해 조절 약물을 미리 처방받고 단계적으로 사용하는 것이 좋다”고 조언했다.

이어 “꽃가루 농도가 높을 때는 외출과 환기 시간을 조정하는 등 선제적 관리가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 경기신문 = 류초원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