찬 바람이 스며들기 시작하며 숲의 색이 달라진다. 초록은 물러나고 붉은빛과 노란빛이 산자락을 물들인다. 선선한 공기 속을 걷다 보면 마음이 느긋해지고 낙엽 밟는 소리에 발걸음이 가벼워진다. 그렇게 계절의 한가운데서 마주한 숲은 잠시 쉬어가기 좋은 쉼터가 된다.
가을을 가장 아름답게 만날 수 있는 경기도의 숲길을 따라가보자
■ 호반 풍경이 아름다운 '가평 청평자연휴양림'
가평 청평자연휴양림은 북한강과 청평호를 끼고 있어 물빛과 숲이 어우러진 풍경이 인상적이다. 가늘 길목부터 호수 옆을 따라 달려 차장 밖으로 반짝이는 물빛이 눈길을 사로잡는다. 휴양림은 유료로 운영되지만 휴양림 내 카페에서 입장권을 내면 음료 한 잔이 무료로 제공된다. 카페는 숲과 계곡 사이에 자리해 휴식에 제격이다.
대표 코스는 다람쥐 마실길(1㎞)과 약수터 왕래길(왕복 5㎞)이다. 다람쥐 마실길은 숙박동 주변을 가볍게 둘러보기 좋고, 약수터 왕래길은 경사가 완만하고 길이 넓어 누구나 걷기 좋은 길이다.
청평자연휴양림의 최고 명소는 역시 전망대다. 이곳은 북한강을 한눈에 내려다 볼 수 있는 뷰포인트로 주변 숲까지 두루 살펴볼 수 있다. 이곳에서 10분 더 오르면 임도의 정상에 닿을 수 있다. 정상에서 내려오는 길 끝 약수터에서는 깊은 숲속에서 솟아나는 시원한 약수를 맛볼 수 있다. 아울러 숲을 따라 이어지는 바람과 낙엽 소리가 여행의 여운을 길게 남긴다.
■ 숲속 위로가 함께하는 연천 고대산자연휴양림
경기도 최북단에 자리한 고대산자연휴양림은 도시의 소음이 완전히 차단된 숲속 쉼터다. 산책 코스 전 구간이 무장애길과 다름없어 깊은 숲속을 누구나 편안하게 산책할 수 있는 게 최고의 장점이다.
숙박동 끝에서 시작되는 산책길에는 유아숲 체험원이 있다. 이곳에는 외줄 건너기, 출렁다리 건너기, 인디언집 등 다양한 시설이 있어 아이들과 함께 체험하기 좋은 곳이다.
유아숲 체험원을 지나 본격적인 숲길은 나무데크길로 이어져 있다. 데크길 양옆에 늘어선 울창한 나무들은 가을빛이 완연하다.
완만한 숲길을 걷다보면 곳곳에 ‘잘 될 거야’, ‘잘하고 있어’와 같은 문구를 볼 수 있다. 숲을 걷는 동안 마음에 작은 위로를 전하기 위한 관리자들의 배려가 느껴진다. 가을빛이 짙게 번진 숲속을 걷다 보면 어느새 일상의 피로가 사라지고 마음이 한결 따뜻해진다.
■ 주민이 함께 만든 '의정부 자일산림욕장'
의정부 자일산림욕장은 개장 2년 차의 신생 산림욕장이다. 의정부 첫 산림욕장으로 지역 주민들이 직접 조성했다. 개발제한구역과 군사시설보호구역으로 오래도록 묶여 있던 숲의 원형을 최대한 보존한 상태로 조성됐다.
자일산림욕장은 수피길(1.5㎞)과 잣나무쉼터(1㎞) 두 코스로 나뉜다. 두 코스 모두 원형 형태라 숲을 걷다 보면 출발지로 되돌아오게 된다. 또한 두 코스가 붙어 있어 한 개의 길처럼 묶어서 산책을 즐길 수도 있다.
일부 구간은 톱밥이 깔려 있어 맨발 산책도 가능하다. 입구에는 주민들이 만든 포토존과 목공예품이 놓여 있고 곳곳의 쉼터에는 ‘함께 만든 숲’의 이야기들이 새겨져 있다.
또 산책 중 들리는 새소리와 낙엽 밟는 소리가 어우러져 도심 속에서도 자연의 숨결을 느낄 수 있다.
■ 다양한 프로그램의 '양평 국립양평치유의숲'
국립양평치유의숲은 이름처럼 ‘치유’에 초점이 맞춰진 숲이다.
관리동을 중심으로 우측은 무장애데크로드, 좌측은 임도와 흙길이 교차하는 산책로다. 무장애데크로드는 휠체어나 유모차도 다닐 수 있도록 조성된 길이다. 반면 좌측 산길은 제법 가파른 계단도 몇차례 만날 수 있는 숲길로 금을 채굴하던 금광굴을 여러 개 만날 수 있어 광부둘레길이란 이름이 붙었다.
금광굴은 6.25 전쟁 때는 주민들의 대피 장소가 되기도 했으며 동굴 내부에는 황금박쥐로 불리는 붉은 박쥐가 서식한다. 현재는 입구가 차단돼 있어서 들어갈 순 없지만 철창 너머로 내부 모습을 어느 정도 살필 수 있다.
특히 국립양평치유의 숲은 ‘슬로우드 테라피’, ‘숲멍해먹’, ‘온열치유’ 등 다양한 치유 프로그램과 편백나무볼 지압 체험이나 반려동물과 함께하는 ‘펫로스 치유’도 체험할 수 있다. 모든 프로그램은 사전 예약제로 진행된다.
■ 작은 도시 속의 숲, 부천 무릉도원수목원
부천자연생태공원 안에 있어 하루 종일 즐길 거리가 풍성하다. 열대식물원, 자연생태박물관, 농경유물전시관 등을 함께 둘러볼 수 있다.
1300여 종의 수목이 자라며 가을이면 단풍이 절정이다. 주상절리 형태의 인공폭포와 토피어리 조형물이 조화를 이루고, 산책길 곳곳에 휴식공간이 마련돼 있다.
‘숲속의 작은 서재’에서는 책을 읽으며 여유를 즐길 수 있고 ‘누구나숲길’ 무장애길을 따라 걸으면 숲 외곽을 한 바퀴 산책할 수 있다.
■ 산책·트레킹·등산이 하나로 광명 구름산산림욕장
광명 하안동 일대에 위치해 접근성이 좋고 코스 선택 폭이 넓다. 둘레길, 트레킹, 등산로로 다양하게 즐길 수 있다.
숲속 도서관과 피크닉 벤치, 통나무 놀이시설이 마련돼 가족 단위 여행자에게 인기다. 전나무숲에서 피톤치드 향이 진하게 퍼지고, 아이들은 놀고 어른들은 쉴 수 있다.
구름산 정상까지 약 2.2㎞ 구간은 가벼운 등산코스로 적당하며 정상에 오르면 광명 전경이 한눈에 내려다보인다. 걷는 동안에는 마음이 고요해지고 일상에서 벗어난 여유가 찾아온다.
[ 경기신문 = 우경오오 기자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