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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계 '뜨거운 감자' 고교학점제, 학교의 불만과 비판 잇따라

문재인 정권 핵심 공약…윤석열 정권에서 속도 붙어
학생의 선택 폭 늘린다?…초기부터 '탁상행정' 비판
서둘러 대책 마련한 교육 당국…현장에선 '글쎄'
교육부 설문조사, 예상 달리 긍정 반응 잇따라
"교육부 조사는 사실과 달라"…여전한 불만 목소리

 

올해 1학기부터 처음으로 도입된 고교학점제가 교육계의 뜨거운 감자로 떠올랐다. 여전히 현장에서는 학생과 학생을 고려하지 않은 무리한 정책 추진이라는 비판과 함께 불만이 터져나오고 있는 상황이다.


◇ 문재인 정권 핵심 공약…윤석열 정권에서 속도 붙어


고교학점제는 학생들이 자신의 진로와 흥미에 따라 과목을 선택하고 이수 기준에 도달한 과목에 대해 학점을 취득·누적해 졸업하는 제도다. 올해 고1 학생을 상대로 전면 도입됐다.


2012년 문재인 당시 대선 후보의 핵심 교육 공약으로 언급된 고교학점제는 문재인 정부가 들어선 2017~2018년 추진 방향과 일정이 갖춰졌고, 2018~2022년 관련 법령과 교육과정을 개정하면서 기틀이 마련됐다.

 

학교 현장에 혼선을 일으킬 수 있다는 우려가 있어 일각에서는 고교학점제를 유예해달라는 목소리가 나오기도 했다. 그러나 문재인 정권 이후 들어선 윤석열 정권이 고교학점제 추진·보완을 국정과제로 내세우면서 시행에 탄력이 붙었고 시범사업을 거쳐 올해 고1부터 전면 시행됐다.

 


◇ 학생의 선택 폭 늘린다?…초기부터 '탁상행정' 비판 속출


기존까지 정해진 교육과정에 따라 수업을 들었던 학생들은 고교학점제 도입 이후로 자신이 수강할 과목을 직접 선택하게 됐다. 반드시 배워야 할 내용은 공통과목으로 지정돼 의무 수강해야 하지만, 이를 제외한 과목은 스스로 선택할 수 있다.


학교는 학생들의 선택 폭을 늘리기 위해 다양한 과목을 개설했다. 학생의 소속 학교에 원하는 과목이 없을 경우 다른 학교나 지역 대학·교육기관, 온라인 학교 등에서 제공하는 수업을 듣는 것도 가능해졌다. 


그러나 이같은 고교학점제가 학생과 교사 모두에게 부담을 주고 현장을 고려하지 않은 탁상행정이라는 비판이 시행 초기부터 지금까지도 이어지고 있다. 특히 학생의 졸업요건이 까다로운데, 학생은 공통과목과 선택과목을 합쳐 192학점 이상을 이수하고, 각 과목별로 3분의 2 이상의 출석률과 40% 이상의 학업성취율을 충족해야만 한다. 이수 기준에 도달하지 못한 학생은 방과 후나 방학 중 '최소성취수준 보장지도' 추가로 받아야 한다.


최소성취수준 보장지도 때문에 방과 후와 방학 기간 동안 교사의 업무 부담이 가중된다는 비판도 있었다. 학생이 학업 성취율에 도달하도록 수행평가 기본 점수를 높이거나 형식적으로 최소성취수준 보장지도를 하는 등 부작용이 발생하기도 했다.


다양한 과목이 개설되면서 한 교사가 한꺼번에 여러 과목의 수업을 맡게 돼 업무 부담이 크게 늘어나기도 했다. 교원 숫자가 절대적으로 모자른 상황에서 가르칠 과목만 늘어난 것이다.


또 학생들이 자신의 진로나 적성을 기반으로 과목을 선택하기보다 성적 유불리를 중심으로 과목을 선택한다는 문제도 나왔다.

 


◇ 서둘러 대책 마련한 교육 당국…현장에선 '글쎄'


현장의 불만이 속출하자 지난 9월 25일 교육 당국은 고교학점제 운영 개선 대책을 발표했다. 먼저 교사 불만이 많았던 최소성취수준 보장지도 기준을 완화했는데, 보충 지도 시수를 1학점당 5시수에서 3시수 이상으로 줄였다. 또 보장지도 시수 지침을 교육감이 정하는 규정에 따라 학교별로 자율적으로 운영하게 했다.


교사의 부담을 덜어주기 위해 출결 관리와 학교생활기록부(학생부) 기재 방식도 조정했다. 기존까지 출결 관리 권한은 과목별 담당 교사에게만 있었는데, 이 권한을 담임 교사에게까지 확대해 현장의 혼란을 줄이고자 했다.


또 교사의 학생부 기재 부담을 완화하기 위해 공통과목의 '세부능력 및 특기사항' 최대 기재 분량을 1·2학기 합쳐 1000자에서 500자로 줄였다. 


선택과목이 다양해진 만큼 교원의 숫자도 늘리기로 했다. 온라인학교 및 공동 교육과정 운영을 이한 2026학년도 교원 정원을 전년보다 1600명 늘어난 7100명으로 추가 채용하기로 했다.


뜨거운 감자였던 '학점 이수 기준'에 대해서도 말이 나왔다. 기존에는 3분의 2 이상의 출석률과 40% 이상의 학업성취도를 모두 충족해야만 이수할 수 있었는데, 적어도 선택과목에 대해서는 학업성취도 없이 출석률만 적용하는 방안을 교육부가 제안한 것이다.


교육부는 이같은 제안을 소관 기관인 국가교육위원회(국교위)에 제안했지만, 국교위는 내부 위원 공백과 의견 충돌로 인해 사실상 논의가 정체된 상황이다. 다음 달까지 개편안을 내놓겠다고 한 계획과는 달리 올해를 훌쩍 넘어갈 가능성도 높다.


이처럼 현장의 혼선과 불만을 잠재우기 위한 교육 당국의 조치가 있었지만, 막상 현장에서는 크게 달라진 점이 없다며 '제도를 폐지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꾸준히 나오는 실정이다.

 


◇ 교육부 설문조사, 예상 달리 긍정 반응 잇따라


현장의 혼란이 이어지는 와중에 지난 26일 교육부는 최근 실시한 설문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한국교육과정평가원이 전국 일반고 160개교, 학생 6885명과 교사 4628명을 상대로 실시한 '고교학점제 성과 분석 연구'다. 이 조사에서는 학교 현장의 예상과는 다르게 다소 긍정적인 반응이 집계됐다.


논란의 핵심인 '최소성취수준 보장지도'와 관련해 교사 70%는 '나의 최소 성취수준 보장지도 계획과 운영은 참여 학생에게 도움이 됐다'고 응답했고, 79%는 '이 제도를 통해 학생들이 최종적으로 최소 성취수준에 도달했다'고 답했다.


'선생님의 예방지도 또는 보충지도는 내가 과목을 이수하는 데 도움이 된다'고 답한 학생은 67.9%, '선생님은 나의 학습 수준을 확인하고 부족한 부분을 채워준다'는 응답도 69.3%에 달했다.


다만 '내가 원하는 선택과목이 충분히 개설돼 있다'고 응답한 학생은 58.3%에 그치는 것으로 나타났다. 40% 가까이 되는 학생들이 원하는 선택과목을 수강할 수 없다는 뜻이다.


◇ "교육부 조사는 사실과 달라"…여전한 불만 목소리


긍정적 반응이 집계된 설문조사에 교원단체는 "현장의 인식과 큰 괴리가 있다"며 즉각 반발했다. 


지난 26일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교총)와 교사노동조합연맹(교사노조), 전국교직원노동조합(전교조)는 입장문에서 "교육부가 이번 설문 결과를 근거로 '학교 현장의 반응이 긍정적'이라는 인식을 전제로 정책 방향을 제시한 것은 현장 교사들에게 상당한 이질감과 당혹감을 준다"며 비판했다. 


교육부와는 결과가 정반대인 설문조사도 있다. 앞서 언급한 교원단체 3개 단체가 실시한 설문조사에서는 교사 10명 중 9명이 최소성취수준 보장지도와 미이수제를 폐지해야 한다고 응답했다. 


종로학원이 고1 학생과 학부모 총 470명을 상대로 한 설문조사에서도 10명 중 7명이 고교학점제를 폐지해야 한다는 응답을 내놓았다.


이처럼 교육 당국과 학교 현장의 반응이 정반대로 엇갈리는 가운데, 고교학점제를 둘러싼 논쟁과 문제 제기는 향후 수년 간 계속해서 이어질 전망이다.

 

[ 경기신문 = 안규용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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