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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의 전시] 가상과 현실 사이 '피그로'에서 디지털 시대의 기억을 탐구하다

XR 전시 '괴물정원: 아츠츠 박사와 기억의 세계'
21일까지 수원시립아트스페이스광교에서 선봬

 

기억은 보존하는 것일까, 아니면 공유하고 순환하는 것일까.

 

크리에이티브 그룹 레벨나인(Rebel9)은 이러한 질문을 던지며 관람객을 가상과 현실 사이에 놓인 세계 ‘피그로’로 초대한다. 

 

수원시립아트스페이스광교는 인터랙티브 내러티브 기반 XR 전시 ‘괴물정원: 아츠츠 박사와 기억의 세계’를 통해, 현대 디지털 사회에서 기억의 의미를 다층적으로 사유하는 장을 마련했다. 

 

레벨나인이 기획·제작한 이번 전시는 ‘우리는 연결되지 않아도 존재하는가’라는 존재론적 물음에서 출발해, 관람객이 직접 서사 속에 참여하는 체험형 전시다.

 

 

전시는 현실 세계의 불안과 고통에서 벗어나 미지의 디지털 생태계 ‘피그로(Figro)’로 도피한 천재 개발자 아츠츠 박사의 동화적 서사를 따라간다. 

 

관람객은 아츠츠 박사가 남긴 단서를 쫓으며 서사 속 주인공이 돼 이야기에 개입하고, 그 과정에서 디지털 생명체 ‘디지피톤(Digiphyton)’과 조우하게 된다. 

 

박사의 숨겨진 연구실을 발견하는 순간, 관람객의 여정은 본격적으로 펼쳐지며 전시는 현실과 가상을 넘나드는 몰입도 높은 체험을 제공한다.

 

전시장에 들어서면 먼저 인터랙티브 콘솔 ‘위스퍼 블룸’에서 구동되는 ‘코드의 샘’이 시선을 끈다. 

 

관람객은 이 ‘코드의 샘’을 통해 자신이 원하는 몸의 형태를 만들고, 색과 소리를 선택한 뒤 QR 코드를 입력하면 피그로 어딘가에 숨어 있는 자신만의 디지피톤을 호출하게 된다. 

 

 

호출된 디지피톤은 바로 옆에 마련된 ‘다마고치 체험존’으로 이동해 관람객과 교감을 나누도록 구성돼 있다. 

 

디지피톤의 반응은 단순한 소통이 아닌 교감을 통해 형성되며, 관람객은 자신만의 디지털 생명체를 발견하고 돌보는 감각을 경험한다.

 

이어 VR 헤드셋을 착용해 피그로 세계로 접속하면, ‘피그로 중앙역’에 기차를 타고 도착한 자신만의 디지피톤이 관람객을 맞이한다. 

 

AI와 결합된 피그로 세계 안에서 디지피톤은 관람객의 지속적인 관심과 교감을 바탕으로 존재하고 진화한다. 

 

 

전시는 디지털 시대의 관계가 단순히 접속의 여부를 넘어, 서로의 존재를 확인하고 지탱하는 ‘연결의 연대’임을 은유한다. 

 

작가는 이번 전시를 통해 관람객에게 디지털 윤리와 책임의 문제를 되짚어보는 시간을 제안한다.

 

끝으로 전시는 ‘영원한 보존’이라는 아카이브적 강박을 비판적으로 조명한다. 

 

전시장 한켠에 마련된 ‘동화책 읽기존’에서는 모든 기억을 저장하려는 욕망으로 인해 시스템 붕괴를 초래한 아츠츠 박사의 오류를 확인할 수 있다. 

 

 

관람객은 동화를 읽고 아츠츠 박사가 ‘피그로’와 ‘디지스톤’을 얼마나 사랑했는지, 그리고 그 기억을 영원히 품고자 했던 마음을 느끼며 전시의 여정을 마무리한다. 

 

작가는 ‘기억은 보존하는 것이 아니라 공유하고 순환하는 것’이라는 메시지를 전달하며 '삭제'와 '망각' 역시 새로운 생성을 위한 필수적 과정임을 강조한다. 

 

디지털 시대의 연결, 기억, 순환의 의미를 깊이 탐구할 수 있는 이번 전시는 오는 21일까지 수원시립아트스페이스광교에서 관람할 수 있다.

 

[ 경기신문 = 서혜주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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