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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현장에서] 학교를 미래 대비로만 설명하지 않았으면

 

요즘 교육 담론은 대체로 한 문장으로 압축된다. “급변하는 AI 시대에 필요한 역량을 길러야 한다” 틀린 말은 아니다. 그러나 이 문장이 반복될수록 학교는 다가올 시대를 준비하는 기관으로만 이해되고, 정작 지금 여기에서 아이들이 겪는 삶의 문제는 뒷전으로 밀리곤 한다. 학교가 미래를 준비하는 곳이기 이전에, 아이들이 현재를 견디고 서로와 함께 살아가는 법을 배우는 공간이라는 사실을 다시 붙잡고 싶다.

 

현시점 한국 교육은 세 가지 큰 전환점 위에 서 있다. 첫째는 인구 구조의 급변이다. 학생 수가 줄어드는 현실은 단순히 학급 편성과 예산의 문제가 아니다. 한 번도 경험해 보지 못한 학교의 목적을 묻게 만든다. 더 많이, 더 빠르게 가르쳐 경쟁시키는 모델이 약해지는 대신, 한 명 한 명의 성장과 돌봄을 더 정교하게 설계해야 한다. 작은 학교든 큰 학교든, 이제 교육은 규모의 확장이 아니라 관계의 깊이를 중심에 둬야 하는 국면에 들어섰다.

 

둘째는 기술 변화다. 인공지능, 데이터 기반 학습 도구, 온라인 플랫폼은 학습의 방식 자체를 바꿔 놓았다. 이때 학교가 해야 할 일은 기술을 따라가기보다 기술이 놓치는 것을 붙들어 주는 것이다. 기술은 답을 빠르게 제공하지만, 왜 그 답이 필요한지, 그 답이 누구에게 유리하고 불리한지, 내 삶과 공동체에 어떤 의미를 갖는지를 스스로 묻지는 않는다. 학교는 여전히 질문을 만드는 곳이어야 한다. 정보의 양이 아니라 판단의 기준, 속도가 아니라 방향을 가르치는 역할이 더 중요해졌다.

 

셋째는 불평등의 심화다. 학습 격차는 성취의 문제로만 나타나지 않는다. 언어의 격차, 경험의 격차, 관계의 격차로 번져 아이의 자존감과 선택지를 좁힌다. 이때 공정은 같은 것을 제공하는 것이 아니라, 각자에게 필요한 것을 제공하는 방향으로 재해석되어야 한다. 보충수업 한 번, 프로그램 하나로 해결되지 않는다. 아이가 학교에서 만나는 어른의 수, 실패해도 괜찮다고 말해 주는 환경, 다시 시도할 기회가 얼마나 주어지는지가 불평등을 줄인다.

 

이 전환 앞에서 교육정책이 놓치지 말아야 할 핵심은 신뢰다. 학교는 불신이 커질수록 문서를 늘리고, 증빙을 요구하고, 책임을 개인에게 전가하는 방식으로 신뢰를 회복할 수 있다고 믿는다. 교사는 민원과 평가 사이에서 방어적으로 변하고, 아이들은 실수와 도전을 피한다. 교육은 본래 느리고, 관계적이며, 불확실성을 품는 과정인데, 학교가 점점 실패가 허용되지 않는 기관이 되면 배움은 얇아진다.

 

그래서 미래 사회에 대비한 교육 개혁의 방향은 무엇을 더 하게 할 것인가보다 무엇을 덜어 줄 것인가에서 출발해야 한다. 교사의 행정 부담을 덜고, 학교가 감당할 수 없는 책임을 분리해 주며, 학생의 수업과 생활이 안정되도록 최소한의 기반을 튼튼히 하는 일 말이다. 교실이 흔들릴 때 교육과정은 작동하지 않는다. 반대로 교실이 안정되면, 새로운 시도는 자연스럽게 생겨난다.

 

미래 대비는 필요하다. 하지만 학교를 미래라는 이름으로만 압박하지 않았으면 한다. 아이들은 미래의 인재이기 전에 지금의 시민이고, 지금의 어린이다. 학교가 해야 할 일은 아이들이 오늘의 자신을 긍정할 수 있게 돕고, 타인과 더불어 살아갈 언어와 태도를 기르게 하며, 불확실한 세계에서도 스스로 방향을 잡을 수 있게 하는 것이다. 그 목표는 유행하는 키워드가 아니라, 교육이 오래도록 품어 온 본질에서 나온다. 지금까지 교육이 물어온 질문이 ‘아이들의 무슨 역량을 더 길러야 하나’였다면, 다음 질문은 이랬으면 한다. 아이들의 오늘을 지키기 위해, 학교가 회복해야 할 조건은 무엇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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