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신 위주의 대학입시제도에 반대하는 중.고교생 촛불집회가 열린데 이어 두발자유화를 촉구하는 집회가 잇따라 열리는 등 최근 불고있는 고교생들의 자기목소리 내기와 관련해 고교생 집회의 순수성 여부를 놓고 공방이 일고 있다.
김근태 보건복지부 장관이 최근 학생들과 친구가 되고 싶다며 학생운동을 지지하는 등 일부 교육계는 학생들의 행동을 순수 학생인권 신장이라고 보고 있다.
그러나 교육계의 다른 쪽에서는 학생들의 집단행동은 교사, 학생간 대립을 조장할 뿐 아니라 정치적 목적으로 악용될 수 있는등 순수성이 의심된다며 곱지않은 시선을 보내고 있다.
▲학생들, '우리들의 인권도 존중되야 한다'
지난 7일 저녁 서울 종로구 광화문 앞에서 상대평가를 통한 내신위주 대학입시제도에 반대하는 고교생들의 촛불집회 및 자살학생 추모제가 개최됐다.
이날 집회에는 일반인 50여명을 포함해 400여명의 학생들이 참석했으며 내신등급제를 반대하는 행사를 차분히 벌인뒤 오후 8시께 끝났다.
지난 14일에는 같은 장소에서 두발제한을 규탄하는 고교생 집회가 열렸다.
이날 집회에는 100여명의 중.고교생이 참석했고 "인권침해에 해당하는 두발규제를 자유화시켜야 한다"고 주장했다.
학생들은 "두발 규제는 신체의 자유, 표현의 자유를 억압하는 인권침해에 해당한다"며 "두발규제 문제를 포함해 학교에서 일어나는 모든 청소년 인권 문제가 개선되기 어려운 것은 입시 위주의 교육풍토 때문"이라고 성토했다.
학생들은 또 "최근 내신 성적에 상대평가제도가 도입돼 많은 청소년을 죽음으로 내모는 등 입시교육의 폐해가 갈수록 심각해지고 있다"며 "우리 청소년들이 직접 나선 것은 입시교육의 문제점을 알리고 청소년의 인권을 보장받기 위해서다"고 주장했다.
김근태 보건복지부 장관도 최근 자신의 인터넷 홈페이지에 고교생의 두발자유화 요구에 적극 찬성하는 내용의 글을 게재하고 "청소년들의 거리축제에 경의를 표한다"고 밝혔다.
김 장관은 "두발규제 등 각종 문제의 핵심에 인권문제가 있음을 명확히 밝힌 청소년들의 사려깊음과 이를 축제로 승화시키려는 문화적 당당함이 시원해보인다"며 "꼰대가 아니라 학생들의 친구가 되고 싶다"고 말했다.
▲교육계 및 경찰 '집단행동 순수성 의심'
교육당국의 교육정책에 대해 학생들이 직접 반기를 들고 집단 행동화 하는 것에 대해 대부분의 교육관계자는 우려의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경찰 역시 학생운동을 우려하고 있으며 지난 7일 열린 내신등급제 반대 집회에는 학생들의 돌발 상황을 우려해 교육당국 관계자 100여명과 참가학생들의 10배가 넘는 의무경찰 6천여명이 배치되는 소동을 벌이기도 했다.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는 최근 중.고교생의 두발자유 문제를 교사와 학생간 대립구도로 몰고가거나 거리에서 집단적 의사표현 형태로 해결하려는 시도는 결코 바람직하지 않다고 밝혔다.
교총 관계자는 "두발자유 문제를 주도하고 있는 단체나 조직의 핵심인물 대부분이 중.고교생이 아닌 대학생이나 재수생이라는 점에 주목하고 있다"며 "순수성을 바탕으로 이뤄져야 할 학생운동이 중.고생이 아닌 사람이나 특정 정당에 의해 정치적으로 이용될 가능성이 크다는 점에 우려하지 않을 수 없다"고 지적했다.
수원지역의 경우 수원시내 중.고교생들이 부위원장과 위원등으로 있는 수원시 차세대 위원회 회원들이 학교로부터 두발자유화 집회 불참과 탈퇴를 강요당하며 퇴학시키겠다는 협박까지 당한 것으로 알려졌다.
도교육청 관계자는 "두발자유화가 되면 학생들은 대학생 흉내를 내고 학생생활지도가 어려워 질 것"이라며 "대다수의 학생들은 두발규제가 학업 성취도를 높이는데 도움이 된다고 생각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또 "학생들이 요구사항이 있다고 해서 집단행동으로 표출하는 것은 대화로 해결할 것을 가르쳐야 하는 교육자로서도 받아들이기 힘들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