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주 도쿄 방문길에 ‘오모테산도 힐즈’를 찾았다. 일본에서 공부한 지인이 추천한 곳인데, 처음엔 막연히 유명 관광지이려니 했다. 시부야구의 오모테산도 언덕길에 위치한 ‘오모테산도 힐즈’는 주상복합 건물로, 1927년에 지어진 ‘도준카이 아오야마 아파트’를 2005년에 새로 개발한 곳이었다. 그리 높지 않은 이 건물은 언덕길 따라 길이가 약 250m 정도로 길었고, 언덕길 높은 쪽은 옛 아파트 건물 일부를 그대로 남겨 품고 있는 형태였다. 설계자가 유명 건축가 안도 다다오라니, 건물 이곳저곳을 다시 살펴보게 되었다.
이 건물은 설계 당시 주변 가로수길과 조화를 이루도록 높이를 제한한 것이 특징이다. 그래서 지상 6층 지하 6층의 건물로 지어졌고, 지역의 랜드마크로 과시하는 건물이 아니라 거리 풍경과 자연스럽게 이어지도록 하였다. 또 다른 특징은 건물 안 가운데에 언덕길 경사 그대로 약 700m 길이의 나선형 슬로프를 만들었다는 점이다. 엘리베이터를 타는 대신 슬로프를 따라 걸으니, 마치 언덕길을 걸으며 쇼핑하는 것 같았다. 역시 안도 다다오다. 환경과 어우러지며 사람을 위하는 건물, 지역의 역사를 잇는 ‘오모테산도 힐즈’였다.
건축계의 노벨상인 프리츠커상을 수상하였고, 노출 콘크리트 건축으로 유명한 안도 다다오. 그런데 그는 건축에 대한 전문 교육을 받은 적이 없다. 고등학교 시절에 아마추어 권투선수로 뛰고, 트럭 운전사를 하기도 했는데, 헌책방에서 르 코르뷔지에 설계도면 책을 발견한 후 그의 길은 달라졌다. 세계를 여행하며 독학으로 건축 공부를 하였고, 고졸 학력으로 세계 유수의 명문대에서 건축을 가르쳤다. 그리고 그는 작업할 때 건축주의 요구 사항을 받아들이지 않고 자신의 직감 위주로 일을 밀어붙이는 것으로 유명하다. 그의 직감이 안도 다다오 건축양식을 만들어 온 것인가.
오하이오주립대학교 앵거스 플레처 교수는 그의 저서 「고유지능」(2025)에서 직관, 상상력, 감정, 상식 등 인간 고유의 사고방식은 AI가 결코 구현할 수 없는 것이라고 하면서, 이를 ‘고유지능’이라 명명하였다. 인간의 뇌를 논리적이라고 보는 것은 잘못된 관점이라며, 인간의 비논리적 지능이 데이터에 의존하는 AI 회로보다 수백만 년 앞서 우리 조상에게 미지의 세계에서 살아남을 수 있는 능력을 부여하고 진화해 왔다는 것이다. 논리는 예외를 생각하지 않으며, 그저 분류하기를 좋아한다. 좋다 나쁘다, 정상이다 이상하다, 검다 희다 등. 이러한 판단은 AI의 사고방식이다. 인간이 새로운 가치를 창출하고 혁신을 이루는 것은 논리의 산물이 아니라 우리 뇌의 고유한 기능인 직관에서 시작된다고 하였다. 직감으로 건축한다는 안도 다다오를 보니, 인간의 ‘고유지능’이 무엇이며 어떤 것의 원동력이 되는지 이해된다.
지난달 다보스에서 열린 세계경제포럼에서 AI의 진화가 인류의 제어 범위를 벗어나는 임계점에 다가서고 있다고 경계하는 목소리가 높았다. 대학가는 AI시대 교육을 어떻게 혁신해야 할지 골몰하고 있다. AI학과를 신설하고 기존 과에 AI를 덮어 융합학과라는 것을 만드는 것들이 대응책은 아닐 것이다. 사피엔스의 저자 유발 하라리 교수는 AI가 장악할 수 없는 마지막 영역으로 ‘비언어적 지혜’와 ‘비판적 사고’를 꼽았다. 엥거스 플레처도 유발 하라리도 AI가 대체하지 못하는 인간의 고유 영역이 있다고 분석한다. 그것을 제대로 알고 발휘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교육 개혁의 기초가 되어야 할 것이다. 데이터로 환산할 수 없는 인간의 ‘고유지능’이 AI가 초래할 수 있는 위협으로부터 인간을 지키는 해자가 될 수 있을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