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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두 번째 봄, 여전히 그날…안산·인천 추모 물결

기억·약속·책임 안산·인천, 세월호 12주기 추모
봄날의 추모억…눈물 속 이어진 공동의 약속

 

4월의 햇살이 부드럽게 내려앉은 16일 오후 안산 화랑유원지 제3주차장.

 

봄날 특유의 온기가 감돌았지만 현장을 감싼 공기는 무겁게 가라앉아 있었다.

 

바람에 흔들리는 노란 리본들이 시야를 스쳤고, 그 아래 모인 사람들의 표정은 하나같이 굳어 있었다.

 

'세월호 참사 12주기 기억식' 행사장으로 향하는 길목부터 발걸음은 자연스레 느려졌다. 검은 옷차림의 유가족과 시민들은 말을 아낀 채 자리를 찾아 앉았다.

 

서로 눈이 마주치면 짧게 고개를 숙이며 인사를 대신했다. 가슴에는 ‘기억, 약속, 책임’이라는 문구가 적힌 노란 리본이 달려 있었다.

 

그 문구는 단순한 구호가 아니라, 지난 12년의 시간을 견뎌온 이들의 다짐처럼 느껴졌다.

 

이날 기억식에는 이재명 대통령이 현직 대통령 최초로 참석했다. 

 

현직 대통령이 다중 밀집 행사에 참석한 자리인 만큼 기억식이 열린 제3주차장 일대에는 행사가 열리기 수 시간 전부터 삼엄한 경비가 이뤄졌다.

 

행사장 주변은 경찰 통제선과 안전 펜스로 둘러싸였고 경찰 기동대 소속 600여명과 대통령실 경호처 인력 등이 배치돼 만일의 사태에 대비했다.

 

오후 3시쯤 시작된 행사에는 이 대통령을 비롯한 정계 인사들과 희생자 유가족 및 시민 등 1800여명이 참석해 어깨에 노란색 종이 나비를 부착한 모습으로 추모의 뜻을 함께 했다.

 

사전 입장 신청을 하지 못한 추모객 100명가량은 인근 4·16 세월호 참사 가족협의회 사무실 앞에 설치된 대형 스크린을 통해 행사를 지켜봤다.

 

이들은 뙤약볕 아래에서 4·16 세월호 참사 가족협의회가 나눠준 노란 종이 모자와 미리 준비해온 양산을 쓴 채 자리를 지켰다.

 

행사 중 스크린을 통해 희생자 유가족의 인터뷰와 추모 공연이 이어지자 몇몇 시민은 손수건으로 흐르는 눈물을 닦으며 슬픔을 나눴다.

 

묵념이 시작되자 넓은 공간은 한순간 멈춰 선 듯 고요해졌다.

 

수백 명의 사람들이 동시에 고개를 숙였고, 바람 소리만이 간헐적으로 스쳐 지나갔다. 짧은 순간이었지만, 그 침묵은 길고 깊었다.

 

이어진 기억 영상이 스크린에 비치자 곳곳에서 훌쩍이는 소리가 이어졌다.

 

화면을 바라보는 유가족들의 어깨가 미세하게 떨렸고, 일부는 두 손으로 얼굴을 가린 채 고개를 떨궜다. 영상이 끝난 뒤에도 박수 대신 긴 정적이 흘렀다.

 

합창이 시작되자 분위기는 더욱 깊어졌다. 조심스럽게 이어지는 노랫말은 공간을 가득 채웠다.

 

관객석 곳곳에서는 서로의 손을 꼭 잡은 모습이 눈에 띄었다. 떨리는 손과 굳게 다문 입술, 그리고 결국 흘러내리는 눈물이 그 자리를 설명하고 있었다.

 

행사장 한편에 마련된 헌화 공간에는 긴 줄이 이어졌다. 사람들은 차례를 기다리며 말없이 서 있었고, 앞사람이 꽃을 내려놓는 모습을 조용히 지켜봤다.

 

차례가 되자 한 발짝씩 나아가 꽃을 내려놓고 고개를 숙였다. 짧은 순간이었지만 누구에게는 쉽게 떼어지지 않는 시간이었다.

 

희생자들의 사진과 이름이 놓인 자리 앞에서는 발걸음이 더욱 오래 멈췄다.

 

손끝으로 이름을 더듬거나, 눈을 감은 채 한참을 서 있는 모습이 이어졌다.

 

서로의 등을 토닥이며 버티는 유가족들의 모습도 곳곳에서 눈에 띄었다.

 

행사가 마무리됐지만 사람들은 쉽게 자리를 떠나지 못했다. 의자에 그대로 앉아 있거나 헌화대 주변을 서성이는 모습이 이어졌다.

 

노란 리본은 여전히 바람에 흔들리고 있었고, 그 아래 남겨진 이들의 시간은 쉽게 앞으로 나아가지 못하고 있었다.

 

이와 달리 이날 오전 인천 인천가족공원 세월호 일반인 희생자 추모관 앞에서도 또 다른 추모의 시간이 이어졌다.

 

비교적 조용한 공간 속에서 진행된 추모식은 차분한 분위기 속에 엄숙하게 진행됐다.

 

검은 정장을 입은 참석자들은 말을 아낀 채 자리를 채웠고, 이름이 호명될 때마다 유가족들의 어깨가 미세하게 흔들렸다.

 

영현 봉헌과 헌화가 이어지는 동안 참석자들은 한 걸음씩 앞으로 나아가며 고개를 숙였다. 향이 타오르며 퍼지는 연기 속에서 침묵은 더욱 깊어졌다.

 

추모관 내부에서는 벽면에 새겨진 이름 앞에 멈춰 선 이들이 손끝으로 글자를 더듬거나 한참을 서 있는 모습이 이어졌다.

 

누군가는 작은 쪽지를 남겼고, 또 다른 이는 눈을 감은 채 한동안 움직이지 않았다.

 

이날 안산과 인천, 서로 다른 공간에서 진행된 추모는 방식은 달랐지만 같은 의미를 품고 있었다.

 

열두 번째 봄이 찾아왔지만, 세월호의 기억은 여전히 현재 진행형이다.

 

이날의 추모는 과거를 돌아보는 자리를 넘어, 다시는 같은 비극을 반복하지 않겠다는 약속의 시간이었다.

 

두 지역에서 이어진 이 조용한 다짐은, 또 다른 봄을 지켜내기 위한 시작으로 남아 있었다.

 

특히 현장을 찾은 시민들 사이에서는 “잊지 않겠다”는 말이 자연스럽게 오갔다.

 

누군가는 아이의 손을 꼭 잡고 조용히 설명을 건넸고, 또 다른 이는 먼발치에서 한참을 바라보다가 천천히 발걸음을 옮겼다.

 

세월호를 기억하는 방식은 저마다 달랐지만, 그 마음만큼은 하나로 이어져 있었다.

 

특히 현장을 찾은 시민들 사이에서는 “잊지 않겠다”는 말이 자연스럽게 오갔다.

 

누군가는 아이의 손을 꼭 잡고 조용히 설명을 건넸고, 또 다른 이는 먼발치에서 한참을 바라보다가 천천히 발걸음을 옮겼다.

 

행사장 주변에는 추모를 마친 뒤에도 발걸음을 돌리지 못한 이들이 적지 않았다.

 

일부 시민들은 한참을 서서 노란 리본을 바라보다가 조용히 손을 모았고, 유가족들은 서로를 부둥켜안은 채 긴 시간을 버텨냈다.

 

어린 자녀와 함께 찾은 부모들은 낮은 목소리로 “왜 이런 일이 있었는지, 다시는 반복되지 않도록 기억해야 한다”고 설명하며 아이의 손을 꼭 잡았다.

 

또 다른 시민은 헌화대 앞에서 한참을 머문 뒤 “시간이 흘러도 잊히지 않는 아픔”이라며 “기억하는 사람이 많아질수록 사회도 조금씩 바뀔 것이라고 믿는다”고 말했다.

 

현장을 찾은 청년들도 발걸음을 멈추고 추모 공간을 바라보며 고개를 숙였다.

 

바람에 흔들리는 노란 리본은 단순한 상징을 넘어, 남겨진 이들의 약속처럼 이어지고 있었다.

 

그날의 기억을 품은 채 이어지는 이들의 발걸음은, 비극을 되풀이하지 않기 위한 사회적 책임을 다시 한 번 일깨우고 있었다.

 

세월호를 기억하는 방식은 저마다 달랐지만, 그 마음만큼은 하나로 이어져 있었다.

 

이날 한 시민은 “시간이 흘러도 잊을 수 없는 일”이라며 “기억하는 것 자체가 책임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또 다른 참석자는 “아이들에게도 이 날을 꼭 기억하게 하고 싶다”며 “다시는 이런 일이 반복되지 않기를 바란다”고 조용히 덧붙였다.

 

[ 경기신문 = 유창현 기자·지역종합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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