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파도 병원 못간다=지난 3일 오후 10시께 수원역 맞은편 버스 정류장.
부슬비가 내리는데도 남루한 옷차림을 한 노숙자 두 명이 종이컵에 소주를 주고 받으며 신세한탄을 하고 있었다.
50대 중반인 김씨와 최씨라는 두 노숙자는 "정치권이나 정부가 하는 짓이 잘못돼도 한참 잘못됐다"고 목소리를 높이기 시작했다.
최씨는 6년전 사업에 실패한 후 수천 만원의 빚더미에 올라 도망치고 있는 상태.
그는 사업실패 직후 이혼을 요구한 아내와 헤어졌고 외동딸과는 연락이 끊겼다.
그는 "날품팔이를 해도 한 달에 20만원도 못 벌고 있다"며 "월급을 받고 싶지만 일자리도 없을 뿐만 아니라 모두 빚으로 뺏기니 도무지 헤어날 길이 없다"고 말했다.
일자리가 있다는 연락을 받아 가면 대포폰 등을 이용하기 위해 명의를 빌려달라는 제안을 받기도 한다.
최씨는 "몸이 너무 아파도 신용불량자인 것이 탄로날까봐 병원에 가지 못하고 참아야 할때가 가장 서럽다"고 말했다.
이들은 "시장이나 구청장이 찾아와 실태를 파악하는 일은 단 한 번도 없었다"고 입을 모았다.
#날계란 훔쳐 먹다 경찰에 붙잡혀=지난 2일 수원중부경찰서에서 노숙자 김모(44)씨가 조사를 받고 있었다 .
전날인 1일 오후 8시께 배가 너무 고파 조원동에 사는 주부 전모(36.여)씨가 잠시 집을 비운 사이 열린 문을 통해 침입, 냉장고에서 날계란 하나를 훔쳐먹은 혐의였다.
김씨는 "배가 너무 고파 제일 먼저 눈에 띈 날계란을 먹었다"며 선처를 호소했다.
이 동네에 사는 주부 신모(50)씨는 "조원동 시장 근처에 몇 달째 같은 곳에 우두커니 서 있던 노숙자로 알고 있는데 참 안됐다"고 안타까워 했다.
#수원역 매산자구대는 노숙자 보호지구대= 지난 5일 수원역 매산지구대에는 한 할머니(67)가 찾아왔다.
가족과의 불화로 가출한 할머니는 "권선구청 노숙자쉼터에서 지내면 누군가 돈을 훔쳐갈까불안하다"며 20여만원의 돈을 맡겼다.
아플 때나 먹고 싶은 것이 있을 때 타서 쓰겠다는 것이다.
매산지구대 전병윤 소장은 "할머니 말고도 물 마시고 몸을 닦기 위해 지구대를 찾아오는 노숙자는 헤아릴 수 없을 정도"라며 "만취해서 술을 더달라거나 용돈을 달라며 행패를 부리는 노숙자도 일일이 셀 수 없을 정도다"고 말했다.
#관계당국 입장=경기도 사회복지과 자활지원담당 류지선 주임은 "노숙자 대부분이 빚에 몰려 가정이 해체되고 신용불량으로 월급은 계속 압류돼 의지가 있어도 악순환에서 벗어지 못하고 있다"며 "노숙자들이 재활하고 자랍할 수 있도록 일선 시.군마다 내실있는 노숙자 대책을 시행하도록 노력하겠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