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격적 이사철을 맞아 아파트 전세시장은 물량부족 등으로 가격이 급등한 가운데 건축한지 오래된 주택들은 전셋집이 빠지지 않아 세입자들의 피해가 우려되고 있다.
2일 부동산중개소 관련업계에 따르면 최근 아파트 전세시장은 정부 종합부동산대책 이후 양도세와 보유세 부담이 커지면서 수요자들이 전세로 돌아서고 있고, 가격이 급등하고 있지만 건축한지 오래된 집들은 가격을 낮춰도 찾는 사람이 없다.
실제로 수원시 조원동에서 방2칸짜리 전세를 살고 있는 조모씨(35)는 지난해 6월 아파트로 이사가기 위해 살던 집을 내놨지만 1년이 넘도록 나가지 않고 있다.
조씨는 “결혼하면서 모자란 돈으로 겨우 지금의 전셋집을 마련했는데, 막상 여건이 나아져 좋은 집으로 이사하려니 집이 나가지 않고 있다”며 “아파트 전셋집은 물량이 모자라 야단이라는데 왜 우리 집은 가격을 낮춰도 나가지 않냐”고 불만을 나타냈다.
현재 조씨가 살고 있는 집의 전세가격은 2천500만원으로 1년 전보다 500만원 하락했다.
이는 전세 수요자들이 아파트를 선호하고, 구옥의 경우 화장실이 밖에 있는 등 불편한 구조와 외관상 지저분해 보인다는 이유로 살기를 꺼리기 때문이다.
인근 부동산중개소 관계자는 “구옥은 매매도 잘 안되지만 전세는 더 나가지 않고 있다”며 “전세시장에 나온 구옥물량의 거래가 성사되는 데는 보통 6개월 이상 소요되고, 가격도 많게는 1천만원까지 떨어진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또 “이처럼 6개월 이상 거래되지 않은 물량은 우리 업소에만 30개가 넘는다”며 “아마 다른 곳도 이 정도는 될 것”이라고 밝혔다.
이 같은 현상은 오래된 집들이 많은 수원시내 지동, 세류동, 서둔동, 평동 주변과 성남시 신흥동 금광동 일대, 용인시 마평동, 김량장동 일대 등도 마찬가지.
특히 반지하 같은 곳은 세입자들이 아예 거들 떠 보지도 않는 실정이다.
성남시 신흥동 8평짜리 반지하는 찾는 사람이 없어 벌써 2년째 비어있다.
집주인은 “작년에는 계약기간이 지났는데도 방이 나가지 않자 살던 세입자가 피해를 감수하면서까지 지내주었다”며 “그러나 올해 초 미안한 마음에 대출까지 얻어 전세금을 빼주고 나니 지금은 아예 빈집이 되어버렸다”고 말했다.
으뜸 부동산중개소 관계자는 “전세계약기간이 만료됬는데도 경제력이 없는 집주인들은 전세금을 지급하지 못하고 있고 인정상 나가지 못하는 세입자만 애를 먹고 있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