쌀 소비량 감소로 쌀의 재고물량이 늘면서 쌀값이 하락하고 있는 가운데 정부가 10월부터 공공비축제를 전격 도입, 쌀매입을 하겠다고 발표하자 농민단체들이 쌀값 하락을 더욱 부추긴다며 거세게 반발하고 나섰다.
26일 농림부와 농민단체 등에 따르면 9월 현재 도내 쌀 재고량은 6만6천121톤으로 지난해 5만3천816톤에 비해 19%가 늘었다. 재고량이 늘면서 쌀 가격도 지난해 9월 17만8천748원에서 올해 17만1천308원으로 4% 하락한 것으로 나타났다.
더욱이 내년부터 한.칠레 FTA발효로 본격적인 쌀 수입이 증가할 것으로 예상되는데다 올해 쌀 출하량도 작년보다 많을 것이라는 예측이 나오면서 농민들은 쌀값 하락을 우려하고 있다. 1인당 연간 쌀소비량도 2000년 93.6㎏에서 지난해 82㎏으로 크게 감소한 데 이어 올해도 81.1㎏으로 줄어들 것으로 예상되면서 쌀값이 최대 25%까지 급락할 수 있다고 농민들은 주장하고 있다.
이 가운데 정부가 정한가격(시장가격보다 높다)에 따라 쌀을 매입했던 추곡수매제도를 폐지하고, 양곡관리법 개정에 따라 쌀을 시가로 사들였다가 시가로 방출하는 공공비축제를 다음달 1일부터 시행에 들어간다고 밝히자 농민단체들이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한국농업경영인연합회 한민수 정책조정실 차장은 “정부가 비축규모로 정한 쌀 400만섬은 지난해 추곡수매량 495만섬보다 95만섬 적은 양인데다 쌀 가격이 계속 하락하고 있는 상황에서 쌀 가격을 시중가로 책정하는 공공비축제는 농민의 부담만 가중시킨다”며 “쌀 비축 규모를 500만섬으로 정하고 쌀 가격도 시중가격이 아닌 쌀 생산량에 맞춰야 한다”고 지적했다.
전국농민회총연맹 전승도 대외협력실장도 “추곡수매제 폐지는 산지 쌀값의 폭락을 부추기는 방안으로 대만의 경우 추곡수매제 폐지 후 쌀시장을 완전 개방한 2003년 산지 쌀값이 30%가량 폭락했다”며 "정부는 쌀값하락을 최대 7%로 생각하고 있지만 현재 전북지역에서는 쌀값이 최대 9.2%나 하락한 지역도 있어 농민피해가 큰 만큼 추곡수매제의 부활만이 농촌을 살리는 대안이므로 집회 등을 통해 정부에 농민단체의 의견을 계속 전달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국농업경영인 경기도연합회 관계자도 “정부가 제시한 쌀소득보전직불제에 의한 목표가격인 17만원(80kg)은 20kg짜리 경기미가 5~6만원에 거래되는 것에 비하면 터무니 없는 가격”이라며 “올해도 풍년일 것으로 예상되는 데다 쌀 재고도 처리가 안됐음에도 불구하고 안정적인 판로 확보도 없이 남의 쌀만 수입하겠다는 정부가 국민을 위한 정부인지 의심스럽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