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 /유현숙 눈이 온다해서 못 떠났습니다 눈은 담장을 덮고 마른 장미줄기를 덮고 유목의 대지를 덮고 나는 잠들지 못합니다 세밑입니다 누군가 발자국을 찍으며 걸어오는 골목길에도 눈이 내리겠지요 양떼를 몰고 겨울바람을 건너오는 당신에게도 눈이 내리는 기미가 닿는지요 동쪽으로 난 게르의 문 앞에서 눈은 여전히 서성이고 있습니다 눈 내리는 날 누군가를 기다려 본 적이 있나요? 날은 저물고 겨울바람은 불어오는데 당신은 아직 돌아오지 않고 있습니다. 동쪽으로 난 게르의 문 앞에서 그대는 눈과 함께 서성이고 있습니다. 혹여 당신이 늦게라도 올까봐 선뜻 등짐을 지고 떠나지 못합니다. 이제 세밑입니다. 그대에게도 유목의 이 쓸쓸한 발자국의 기미가 닿는지요. 눈이 더 세차게 휘몰아치기 전에 어서 양떼를 몰고 따뜻하게 불 지펴놓은 이 게르안으로 들어오십시오. 그대와 마주 앉아 따듯한 수테차이 한 잔으로 차가운 입김을 데우고, 타오르는 화목의 열기에 노곤한 몸을 기대어 긴 불면에서 벗어나고 싶습니다. 눈이 온다 해서 떠나지 못하고, 잠들지 못하는 우리는 누구인가요. /송소영 수원문학 시분과위원장·시인
유럽인 중 처음 담배를 피운 사람은 콜럼버스와 동행, 신대륙을 발견한 ‘로드리고 데 헤레스’였다. 인디언의 의식용 담배를 배워 고국 스페인으로 돌아와 공공장소에서 피우다 체포돼 7년의 옥살이도 했다. 당시 종교재판에선 ‘악마와 결탁’이란 죄목을 내렸다. 하지만 아이러니하게도 담배에 대한 유해성을 경고한 사람 또한 콜럼버스와 동행했던 ‘바돌로뮤 드 카사’라는 사람이다. 그는 일찍이 담배가 해롭다는 것을 간파, ‘사악한 것’으로 규정하고 보급저지에 적극 나섰다고 한다. 그 후 유·무해 논란의 중심에 섰던 담배는 ‘신이 내린 풀’로 극찬을 받거나 ‘악마의 성찬’으로 묘사되면서 전 세계로 퍼져나갔다. 17세기 담배 폐해가 크다는 것이 밝혀지기도 했으나 나라별 전매품으로 취급되면서 담배논쟁은 없었던 일이 됐다. 심지어 1차 세계대전 땐 담배를 군인들의 애국심과 연계했는가 하면 일부 국가에서는 여성해방의 상징으로 간주하기도 했다. 상당수 국가는 지금도 담배에서 재원을 마련하고 있다. 이런 담배는 ‘유일한 합법적 살인 상품’이라 낙인 찍혀 있는 것 또한 사실이다. 담배 연기에 4000종 이상의 화학물질이 포함돼 있으며 그 중 60여 종이 발암물질이어서다. 또 10가지 이
‘반드시 정의가 승리한다’는 명제가 만고의 진리라면 좋으련만, 실제 세상에서는 ‘더 지독한 사람이 승리한다’는 말이 더 잘 들어맞는 것 같다. 연일 뉴스에서 들리는 소식들은 권력과 대중 사이의 힘겨루기가 장기전으로 들어가고 있음을 시사한다. 사태를 바라보면 힘은 좀 빠져도 마음을 잘 추슬러서 지치지 않는 시민들의 목소리를 들려주어야 한다. 오늘은 끈기와 성실함으로 일생 작업을 해왔던 척 클로스(Chuck Close)라는 작가에 대해 소개하고자 한다. 그는 포토 리얼리즘(Photo-realism) 혹은 하이퍼 리얼리즘(Hyper-realism)이라 불리는 경향의 창시자로서, 이 경향은 즉 대상의 모습을 마치 사진을 그대로 옮겨놓은 것처럼 정밀하게 묘사한 작업들을 의미한다. 작가의 손을 직접적으로 많이 타는 작업들이 대부분이고, 그만큼 수많은 노동과 시간을 요하는 작업이다. 1950~60년대 미국에서는 캔버스 위에 형태가 전혀 드러나지 않는 평면회화야 말로 회화의 본질을 가장 잘 나타낸다는 의견이 두루 받아들여지고 있었다. 그 와중에 앤디워홀, 리히텐슈타인과 같은 팝 아티스트, 에드워드 호퍼와 같은 사실주의 화가들이 등
다사다난했던 2016년도 이제 며칠 남지 않았다. 12년 만에 대통령 탄핵이라는 사태를 다시 겪고 보니 만감이 교차한다. 헌법이 규정하는 탄핵소추의결, 그중에서도 대통령에 대한 탄핵소추의결은 그 의결정족수를 가장 많이 요구하는 의결 중 하나다. 국회의원 재적의원 2/3의 찬성을 얻어야 한다. 그렇기 때문에 여당이 과반수나 그 언저리를 차지한 경우에는 사실상 불가능한 것이 국회에서의 대통령 탄핵소추의결이다. 2004년 처음 노무현 대통령에 대한 탄핵은 당시 집권 여당의 분열이 있었기에 가능하였는데, 이번 2016년 탄핵은 집권당이 사실상 분열되면서 역시 가능했다. 1988년 헌법재판소 출범이후 30년이 채 안 되는 시점에서 두 번이나 탄핵소추 의결이 있었다는 것은 집권자의 헌법수호의지가 부족하기 때문이 아닌가라는 생각을 하지 않을 수 없다. 대통령은 헌법을 수호하겠다고 선서를 하였음에도, 실상은 헌법과 법률을 지키지 않았다는 점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2004년 대통령에 대한 탄핵은 새로운 회계연도에 대한 국정계획이 모두 있은 후였고 탄핵소추 사유에 대하여 모두 인정하여 단기간 내에 탄핵에 대한 결정을 예상할 수 있어 사실 큰 문제가 되진 않았다고 볼 수도 있
대한장애인체육회가 주관하는 2016 생활체육지원 (시도 단체상) 우수사례 장려상을 받은 경기도장애인체육회 김효수 부장(오른쪽부터)과 통합체육수업교실 장려상 을 받은 안산 대남초조달응, 이정은 교사가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경기도장애인체육회 제공
▲조광명(경기도의원)씨 부친상 = 20일 오후 11시20분, 화성시 효원장례문화센터 1호실, 발인 23일 오전 7시30분. 삼가 명복을 빕니다
▲김형섭 경기남부지방경찰청 홍보담당관 <신임 인사차>
별과 풍등 /김진돈 수천만 개의 풍등을 바라본다 각각의 소원이 담긴, 누군가의 아득한 영혼이었을 아굴라 초원의 밤하늘이 빼곡하다 내 가슴을 가로지르는 풍등을 쏘아보며 나는 지상에서 가장 날카로운 눈빛이 된다 수억 년이 지나 오늘의 별이 되어 반짝인다 바람에도 지지 않는 저 풍등을, 불시에 끄는 이가 있어 찰나에 빗금이 그어지고, 누군가는 성호를 긋는다 빈자리가 채워지고 하늘과 풍등이 다시 반짝인다 그것은 태초이고 아득한 떨림이다 - 김진돈 시집 ‘아홉 개의 계단’ 아굴라 초원에서 바라보는 별들은 아마도 거대한 강물에 떠있는 풍등처럼 빛날 것이다. 수억 년이 지나도 사라지지 않는 밤하늘의 풍등은 오직 살아 숨쉬는 자의 시선에만 머무는 염원일 것이다. 염원이란 억겁의 세월이 흘러도 염원으로 존재할 테니, 우리가 지구별을 떠나는 그 순간 비로소 저 수많은 풍등의 불이 일시에 꺼질 테고, 질긴 염원에서 겨우 풀려날 테고, 그때 누군가는 조용히 성호를 긋고 빈자리는 다시 누군가로 채워질 테니, 그 누군가의 삶과 연결된 수억 개의 풍등은 다시 태초이자 영원이 되어 반짝이기 시작할 것이다. /이미산 시인
1918년 9월부터 12월까지 4개월간 우리나라에서 758만 명의 독감 환자가 발생, 이중 14만 명이 사망했다. 이른바 ‘무오년 독감’으로 인구의 38%가 끔직한 일을 당했다. 비슷한 시기 미국에서 시작된 독감은 아시아와 아프리카 북부와 태평양 섬까지 퍼져 더 많은 피해자를 냈다. 숨진 사람만 불과 2년 새 2500만~5000만 명(일부 추정은 1억 명)에 이르렀다. 1차 대전 사망자(900만 명)의 3~5배, 14세기 유럽을 휩쓴 페스트보다 더 많은 희생자를 내 역사상 최대의 의학적 홀로코스트로 불린다. 악명을 떨친 독감 이름은 ‘스페인’이다. 상당수 나라가 1차 세계대전을 치르고 있었기 때문에 독감의 피해사실을 감추었고, 중립국이던 스페인 언론이 처음 보도, 이 같은 이름이 붙었다고 한다. 당시만 해도 사람들은 감기와 독감의 차이를 잘 몰랐다. 독감을 일으키는 인플루엔자 바이러스가 다른데도 증상이 비슷해서였다. 그래서 전쟁 중 각국에서 감기와 비슷한 증상을 보이는 병사들이 급증했으나 대수롭지 않게 여겼고 결국 화를 키웠다고 한다. 독감을 일으키는 바이러스가 처음 분리된 것은 1933년이다. 그리고 지금까지 세 가지 유형이 발견됐다. 전염속도가 빠르고 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