몇 년 전, 관계하는 단체의 10주년 기념 자료집을 만들 때다. 제목 아이디어를 내라기에 이렇게 제안했다. <10년 후를 기억하며, 10년 전을 상상하라>. 항의가 쏟아졌다. 과거를 기억하고 미래를 상상하는 거 아닌가요? 잘못 쓰신 거죠? 그 자리에서 긴 설명을 할 수는 없었지만, 사실 저 발상은 독창적인 게 아니다. 20세기 영국 역사가 루이스 네이미어 경의 명제를 빌려온 것일 따름이다. 과거를 상상하고, 미래를 기억하라! 물론 네이미어는 멋 부리려고 상식을 뒤집은 게 아니다. “역사는 과거와 현재의 대화”라는 에드워드 카의 친숙한 명제를 다시 생각해 보자. 이미 지나간 과거가 어떻게 현재와 대화를 할 수 있을까? 그게 가능하려면 우선 현재와 의미 있는 대화를 나눌 수 있는 과거가 ‘상상’되지 않으면 안 된다. 그런데, 왜 현재가 과거와 대화를 나눠야 하는가? 미래를 알고 싶기 때문이다. 역사의 대열 한복판에 있는 우리는 어디로 가고 있는지, 제대로는 가고 있는지 알 도리가 없다. 우리의 행로를 가늠해 볼 수 있는 방법은 오늘에 이르게 된 과거를 되짚어보는 일 단 한 가지뿐이다. 우리가 가고자 하는 목표
벌써 2주가 지났다. 그러니까 14일 새벽이 어슴푸레 밝았다. 밤새 뜸해진 비에 곤한 잠을 자고 일찍 자리에서 일어났다. 모처럼 한가하게 염색이나 할까 하고 약을 섞어놓고 그 사이에 마른 빨래도 개켜 넣고 염색약을 바르고 전날 번개 때문에 못 보낸 원고를 보내려 모처럼 여유를 부려보는데 갑작스런 천둥소리에 놀라 컴퓨터를 끄는 것과 거의 동시에 남편의 다급한 음성이 먼저 뛰어 들어온다. “가게 물차고 있어.” 순간 나는 반사적으로 움직인다. 재빠르게 머리 헹구고 타월 뒤집어 쓴 채 달려 나갔을 때 내 앞에 놓인 풍경이라니! 지금까지 내가 살던 우리 집이 아니었다. 찻길은 쏜살같이 달리는 황톳물로 넘치고, 가게 안은 온몸으로 출렁이며 나를 기다리는 흙탕물로 한강이 되어 있었다. 처음에는 쓰레받기로 퍼내보지만 얇은 플라스틱은 휘청거리고 힘을 쓰지 못해 물은 점점 불어만 갔다. 결국 좀 더 탄탄하고 변이 넓은 사각쟁반으로 맹렬하게 물을 퍼내고 쓰레기로 막힌 집 주변의 배수로를 찾아다니며 계속 오물을 치워가며 뚫고 나니 하늘은 어느새 말짱한 얼굴로 구름을 몰고 떠난다. 지나가는 사람들이 바쁜 걸음을 늦추고 흘끔거리며 쳐다보기에 그냥 한심하고 불쌍
길위에서/김우영 그래 이것이 경계가 아니었으면 참 좋겠네 더 이상 전생과 후생 오거나 가는 것이 아니었으면 좋겠네 나 이 길 위에 서 있을 때 구름 편안히 모였다 흩어지고 바람은 선선히 몸을 투과해 허허 웃으며 걸을 수 있다면 기교가 다하고 생각의 뿌리가 모두 드러나 내게 순명(順命)하며 저 위대한 도랑물이나 풀잎처럼 낮아져 그저 흐르거나 흔들릴 수 있다면 아, 참 좋겠네 김우영 시집 <부석사 가는 길/청학 2003년> 참으로 이 길 위에 오래 서있는 시인이다. 고등학교 시절 이미 온 나라에 필명을 날리기 시작한 시인이 이제 기교가 다하고 생각의 뿌리가 모두 드러나 순명을 받들고서 낮아지고자 한다. 한 시절 이름을 나란히 하던 동료시인들이 아직도 그 이름 위에 군림하고 있을 때 시인은 오히려 흐르거나 흔들리며 고향을 지키겠다고 허허 깨끗한 웃음을 보여준다. 쉽지 않았을 것이다. 구름 편안히 모였다 흩어지고 바람은 선선히 몸을 투과하는데./조길성 시인
자신과 관계된 일이 아니면 타인이 무엇을 하던 관심 없기론 중국인이 으뜸이다. 차에 치이거나 집단구타를 당해 누군가 죽어가고 있어도 주위를 삥 둘러싸고 구경만 할 뿐 모르는 척 하는 경우가 많다. 노인이 쓰러져 피를 흘리고 있어도 병원으로 데려가려는 사람은 찾기 힘들다. 물에 빠져 허우적대도 바로 옆 배에 있는 어부는 얼굴을 돌리기 일쑤다. 이처럼 눈앞에서 죽음을 보아도 자신과는 관계없다는 이유로 철저히 외면하는 중국인들의 국민성을 많은 외국인들이 비난을 한다. 샤오관센스(少管閑事), 즉 “쓸데없이 남의 일에 관여하지 말라”, 또는 부리타(不理他) “다른 사람에게 신경 쓰지 말라” 등 어릴 때부터 가르친 교육과 오랜 역사 속에서 수없이 핍박에 휩싸였던 사회적 배경이 투영된 결과이긴 하지만 그들의 지독한 무관심 문화는 우리로선 이해하기조차 어렵다. 중국 정부는 2년 전 견사불구(見死不救)법을 만들겠다고 나선 적이 있다. 즉, 죽음을 보고도 돕지 않는 행위를 처벌하겠다고 나선 것이다. 죽어가는 사람을 그대로 방치하는 것은 문명사회에서는 있을 수 없는 일이라며 법률학자들도 적극 동조했다. 하지만 바로 벽에 부딪쳤다. “도덕행위를 법으로 강제하는 것은 권리와 의무를
貴鵠賤鷄(귀곡천계)나 遠貴近賤(원귀근천)으로도 유사하게 쓰이고 있다. 사람의 마음이 얼마나 나쁜 양심을 가지고 있고 비인간적 행동인가를 묘사한 말이기도 하다. 흔하지는 않지만 돈이 많이 생기거나 생활에 어떤 변화가 왔을 때 일어나기 쉬운 일이다. 재산이 불어나게 되면 쓸데없는 생각과 욕망이 발동하게 된다. 그래서 고전에서도 飽暖思淫慾(포난사음욕)이라 하여 배부르고 등 따스하면 음탕에 빠진다 하지 않았던가. 송나라 文豪(문호) 蘇東坡(소동파)의 누나는 당나라 때 명필 柳公權(유공권)의 후손 집안에 출가했다. 어느 날 조카들이 소동파에게 글을 써줄 것을 요청하자 한 폭을 써주었는데 글 가운데 이런 말이 있다. ‘당신의 집안에 그렇게 유명한 선조가 있는데 그런 분의 글이 있으면 그런 분의 글을 익히고 부지런히 따르면 그만이지 왜 또 나에게 글을 써달라고 하는가’라고 했다. 厭家鷄 愛野雉(염가계 애야치)인 것이다. 즉 ‘집안에서 기르는 닭은 싫어하고 들에 사는 꿩을 좋아한다’는 말로써 자기가 소유하고 있는 것을 가벼이 여기고 타인의 물건을 부러워한다는 의미이다. 때로는 자신의 본처를 버리고 밖에서 만난 사람을 좋아한다는 말도 된다. 부유할 때는 망각하고 어려워졌을
“돈 주면 때린 애 때려줍니다.” 온·오프라인을 넘나드는 불법탐정(심부름센터, 00컨설팅, 00민간 조사관등) 광고에서 보듯이 돈만 주면 의뢰자가 원하는 사적 응징 행위(폭행·협박·납치·살인·채권추심·위치추적 등)와 개인정보수집(약혼자·배우자·선거후보자 등)을 대행해 준다는 치명적 유혹은 불법·불량상품임에도 불구, 두터운 수요층을 이루고 있음은 믿고 싶지 않지만 널리 알려진 사실이다. 이로 인해 불법탐정의 공략대상으로 전락한 피의뢰자들의 직간접 피해가 확산됨은 물론, 의뢰자의 불법탐정 공범화, 의뢰과정에서의 정보유출로 인한 의뢰자 피해속출, 불법탐정 약점에 편승한 갈취폭력배 등장 등 의뢰자와 불법탐정마저 직간접 피해자가 되고 있는 지경이다. 급기야 신정부 국정철학인 4대악 척결 현장에 불법탐정들이 학교폭력 해결사를 자임하고 나서는 웃지못할 기현상이 벌어지면서 국격 훼손마저 우려되고 있다. 이에 경찰은 불법심부름 센터 등 불법탐정 단속에 나서고 있으나 수요와 공급의 시장원리에 의해 온·오프라인상에서 은밀하게 이뤄지는
개성공단 실무회담이 원점으로 돌아왔다. 지난 3일 일부 업체가 “철수” 배수진을 침으로써 시작된 회담은 6차에 걸쳐 지루한 밀고 당기기를 계속했지만 아무런 소득이 없었다. 안 하느니만 못했다는 평가가 나올 정도다. 그 사이 애초에 걱정했던 장마철 기계부품 손상이 심각하게 진행되었을 터이다. 장마 걱정을 빌미로 시작된 회담을 장마가 끝나도록 성과 없이 공전시킨 책임에서 남과 북 모두 자유로울 수 없다. 6차 회담 결렬 직후 김형석 통일부 대변인은 “북한이 재발방지 대책에 대해 진정성 있는 태도를 보이지 않는다면 정부로서는 중대한 결심을 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밝혔다. 이에 앞서 박철수 북측 수석대표는 “남측과의 개성공업지구 협력사업이 파탄 나게 된다면 개성공업지구 군사분계선 지역을 우리 군대가 다시 차지하게 될 것이며 서해 육로도 영영 막히게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중대결심’이 공단폐쇄를 의미하는지, ‘군대주둔’이 확정된 사실인지는 정확히 알려지지 않았다. 하지만 남북 모두 개성공단 존폐를 벼랑 끝에 세우고 마지막 ‘치킨 게임’을 하겠다는 의도만은 분명해 보인다. 우리는 이미 실무회담 합의 직후부터 본란을 통해 이번 회담이 공단을 다시 열기 위한 회담이
본보는 지난 10일자 사설을 통해 민주당을 비판한 바 있다. 기초단체장과 기초의회의원에 대한 정당공천 폐지 문제에 적극 앞장서야 할 제1야당이 오히려 이를 반대하려는 움직임이 보도됐기 때문이다. 7월8일 열린 민주당 의원총회에서 반대 의견이 다소 우세했다는 것이다. 당 지도부가 ‘찬반검토위원회 건의 정당공천제 폐지’에 우호적이었던 것과는 달리 ▲지역 토호가 기초의회로 진출할 수 있는 길을 넓혀 엄청난 부패 야기 ▲새누리당의 덫에 걸린 것 ▲여성공천 의무할당제 위축 등을 이유로 많은 의원들이 반대의견을 제기했기 때문이다. 국민들은 ‘이번에도 또 기초선거 무공천제가 물 건너갔구나’ 하고 실망했다. 실망을 넘어 분노도 느꼈다. 왜냐하면 기초선거 무공천은 양당의 대통령선거 공약이었기 때문이다. 그런데 이제 그 비판을 거둬들이려 한다. 민주당이 내년 지방선거에서 기초선거에 대해 정당공천을 하지 않기로 당론을 확정한 것이다. 민주당은 지난 20~24일 기초선거 정당공천 폐지안을 전 당원투표에 부쳤다. 그 결과, 전체 투표대상자(권리당원) 14만7천128명 가운데 51.9%(7만6천370명)가 투표에 참가, 67.7%(5만1천729명)의 찬성으로 가결됐다. 우선 ‘기초선
지방자치시대에 공무원 인사 교류는 매우 중요하다. 다른 지역에 근무해보면서 자기를 돌아 볼 수 있고, 서로를 이해하는 기회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소통과 협력을 이야기하고 있지만, 다른 주체를 이해하는 가장 좋은 방법은 그 환경에 가보는 것이다. 이에 2010년에 당시 행정안전부는 지방공무원 인사교류 운영지침을 제정하였고, 이에 경기도는 4급 15명, 5급 42명, 6급 81명의 인사 교류 직위에 따른 인원을 정하고 있다. 당연히 이러한 인사교류는 경기도와 시·군이 1:1 교류가 되어야 하고, 이를 통해 경기도가 시·군을 이해하고 시·군이 경기도를 이해하는 계기가 되어야 한다. 그런데 지금 이러한 교류가 일방향으로 이루어지고 있다. 도청 공무원이 5급으로 승진하면서 자리(팀장)를 줄 여유가 없으면, 시·군으로 갔다가 자리가 생기면 다시 올라오면서 그 자리에 다시 경기도청 공무원이 내려가는 방식이다. 상식적으로 생각하는 도청 공무원과 시·군 공무원의 ‘상호’ 인사 교류가 아니라, 도청 공무원이 시·군에 낙하산으로 갔다가 돌아오면 회전문 인사를 통해 다시 경기도청
▲조재현(경기도문화의전당 이사장)씨 빙부상 = 25일 오전 11시, 강남성모병원, 발인 27일 오전 5시 ☎02-2258-5940 ▲김기동(청주시의원)씨 장인상 = 24일 오전 2시35분, 청주 참사랑병원 장례식장 무궁화1호실, 발인 26일 오전 8시. ☎043-298-9200 ▲전상후(세계일보 부산주재 부장)·재효(자영업)씨 모친상, 기우치 노리코(부산시청 관광진흥과)씨 시모상, 강해신(대구 대동상사 대표)씨 장모상 = 24일 오전 10시10분, 부산의료원 특1호실, 발인 26일 오전 7시, 장지 경남 거창군 위천면 상천리 강남마을. ☎051-607-2651 ▲박찬주(부산일보 편집국 부장)씨 별세 = 24일 오후 8시, 동아대병원 장례식장 특6호실, 발인 26일 오전 5시 30분. ☎051-256-7016. 삼가 명복을 빕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