貴鵠賤鷄(귀곡천계)나 遠貴近賤(원귀근천)으로도 유사하게 쓰이고 있다. 사람의 마음이 얼마나 나쁜 양심을 가지고 있고 비인간적 행동인가를 묘사한 말이기도 하다. 흔하지는 않지만 돈이 많이 생기거나 생활에 어떤 변화가 왔을 때 일어나기 쉬운 일이다. 재산이 불어나게 되면 쓸데없는 생각과 욕망이 발동하게 된다. 그래서 고전에서도 飽暖思淫慾(포난사음욕)이라 하여 배부르고 등 따스하면 음탕에 빠진다 하지 않았던가.
송나라 文豪(문호) 蘇東坡(소동파)의 누나는 당나라 때 명필 柳公權(유공권)의 후손 집안에 출가했다. 어느 날 조카들이 소동파에게 글을 써줄 것을 요청하자 한 폭을 써주었는데 글 가운데 이런 말이 있다. ‘당신의 집안에 그렇게 유명한 선조가 있는데 그런 분의 글이 있으면 그런 분의 글을 익히고 부지런히 따르면 그만이지 왜 또 나에게 글을 써달라고 하는가’라고 했다. 厭家鷄 愛野雉(염가계 애야치)인 것이다.
즉 ‘집안에서 기르는 닭은 싫어하고 들에 사는 꿩을 좋아한다’는 말로써 자기가 소유하고 있는 것을 가벼이 여기고 타인의 물건을 부러워한다는 의미이다. 때로는 자신의 본처를 버리고 밖에서 만난 사람을 좋아한다는 말도 된다. 부유할 때는 망각하고 어려워졌을 때 생각나는 글이 있다. 바로 家貧思賢妻(가빈사현처)다.
/근당 梁澤東(한국서예박물관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