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 어떤 노예술인과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던 중 요즘 예술가라고 하는 사람들은 ‘줏대가 없어’라고 안타까워하시는 것을 보았다. 옛날에는 막걸리 한 사발과 담배 한 개비만 있으면 시가 꿈틀거렸고 향기를 발하였고 붓에 생명이 움텄으며 소리가 이리저리 모였다 흩어져 시간을 만들어 냈다고 자랑하며 요즘 돈이 있어야 예술을 할 수 있다고 주장하는 예술가를 보고 혀를 차며 ‘예술가 정신이 없어’, ‘줏대가 없어’라고 안타까워하시는 것이다. 그렇다면 경제적 도움이 전혀 없이 예술 행위를 하는 것이 줏대가 있는 것일까? ‘줏대’는 ‘휘갑쇠’라 불리는 것에서 비롯됐다고 한다. ‘휘갑쇠’는 특정한 물건 또는 사물들의 테두리 부분, 가장자리 또는 끝에 보강하기 위한 휘갑쳐 싼 쇠를 말하는데, 주로 나무막대 또는 옛날 서랍장 등에 쇠가 붙어있는 것을 흔히 볼 수 있다. 벌어지기 쉬운 나무 부분에 흔하게 볼 수 있는 것이 휘갑쇠라고 하는데, 수레바퀴에 달린 줏대가 없다면 똑바로 가지 못하고 이리저리 흔들리는 것처럼, 사람의 행동이나 마음도 줏대가 없
프랑스 경제사회학자 ‘기 소르망’은 “문화 없인 훌륭한 국가도 발전도 불가하다는 것을 되새겨야 한다”고 말하고 있다. 이는 문화가 국가 경제에 기여하는 효과가 지대하다는 뜻이다. 국가이미지를 변화시키는 것이 이제는 대량생산을 통한 무역 경쟁이 아니라 예술창작가들이며 이들은 그 어떤 국가의 지도자보다 훌륭하게 한 국가의 대사가 될 수 있다는 것이다. 소르망이 말한 것을 피부로 느끼게 하는 것이 ‘한류 열풍’이다. 중국 심양의 서탑가, 북경, 상해, 대련의 중심가에서는 점포마다 울려 퍼지는 우리나라 대중가수들의 위력을 새삼 느낄 수 있다. 일본에서 2004년부터 ‘겨울연가’로 일기 시작한 한류 열풍은 드라마를 비롯해 영화는 물론 심지어 대형서점에 한류스타 코너가 별도로 운영될 정도로 상상 이상의 열풍을 가져 왔다. 도쿄나 오사카의 코리아타운은 현재 어려운 한일관계임에도 불구하고 아직 일본의 젊은이들에게는 ‘한류 문화’의 성지가 되고 있다. 제3차 한류 붐이라고 불리는 이러한 현상은 정치적 파급효과가 약한 10대가 중심이다. 그만큼 정치적 영향을 덜 받는 것
미국 미네소타의학협회는 최근 노인의 기준을 이렇게 정의했다. “스스로 늙었다고 느낀다. 배울 만큼 배웠다고 생각한다. 이 나이에 그런 일을 왜 하느냐고 말하곤 한다. 내일을 기약 못 한다고 느낀다. 젊은이들 활동에 관심 없다. 듣는 것보다 말하는 게 좋다. 좋았던 시절을 그리워한다.” 노인을 규정하는 기준은 물리적인 나이가 아니라 마음가짐이라는 의미다. 100세시대 많은 사람들이 공감할 내용이다. 스스로 이를 증명해 보이는 노인들도 많다. 그래서 생겨난 용어도 있다. 90대 나이에도 활동하는 현역을, 노나제나리언(Nonagenarian) 그러면서 100세가 된 사람을 센티내리언(centenarian)등으로 부르는 말이 그것이다. 이들이 마라톤을 완주하고 스카이다이빙에 성공했다는 뉴스는 이제 흔하다. 70·80대는 뉴스도 안 된다. 노익장을 자랑하는 이들 대부분은 활동적이고 낙천적이다. 그래서 가족 간이나 사회 구성원끼리 친밀하게 지낸다. 그러다보니 나이보다 정신이 얼마나 건강하냐가 더 중요한 시대의 중심에 있다. 그러면서 늙음을 한탄하지 않고 새 영역에 도전하며 인생을 즐긴다. 삶을 관통하는 철학적 사유로 우리를 일깨우는 시대의 지성, 김형석 연세대 명예교수
논어論語 /염창권 말의 가시를 뽑으려다 가시에 찔렸다 말로 인해 몸이 아프다, 내 살 속에서 네가 자라고 있기 때문이다 내가 아프니 너 또한 아프지 않은가, 바늘 같은 가시 둘을 나란히 놓아둔다 아프지 않는 말은 인仁하지 않다는 듯, 가시를 견디려면 아프게 이야기해야 한다 네가 준 말을 살 속에 깊이 묻어둔다. 시인은 동아일보에 시조가, 서울신문에 시가 당선되어 문단에 나왔다. 시집 ‘그리움이 때로 힘이 된다면’, ‘일상들’, 시조집 ‘햇살의 길’, ‘숨’,‘호두껍질 속의 별’, ‘마음의 음력’, 이앙시조대상, 오늘의 시조문학상을 수상했다. 시를 읽다보니 말로인한 상처의 깊이가 얼마나 무서운 일인가, 개인적인 체험에서 뿐 아니라 정신의 지향점으로 복원되는 성찰을 읽게 된다. 마음이 고단하면 생각도 많아진다. 사색이 많아서 마음이 더 고단하고 고심도 깊어질 수 있다. 시각과 미각을 대조적인 결합들로 전하는 시선은 훈훈한 일상의 걸음을 멈추게 하고, 그 걸음은 남은 길의 노선을 어떻게 열어갈 것인가 묻는 문제의식을 주기도 한다. 말과
“마음에 고통은 자기를 알고, 마음에 즐거움은 타인이 참여하지 못하느니라”(잠언 14장 10절) 기독교의 대표적인 철학자 성아우구스티누스는 그의 자서전 ‘고백론’에 그의 생애 내면생활의 변화과정을 적나라하게 묘사한 ‘영혼의 자서전’이다. 이는 하나님의 은혜와 선하심에 대한 웅장한 찬양송이다. 자기의 일생을 간섭하신 하나님의 섭리의 손길을 그 마음으로부터 가까이 느끼며, 더욱 가까이 달려 감으로 우리에 삶에 여정이라는 교훈을 주고 있다. 진심이 담긴 고백엔 신비한 힘이 있다. 사람들은 생각이나 감정을 마음속에 오래 간직하고 있다가 누군가에게 털어놓았을 때 후련한 경험을 하게 된다. 감정의 정화가 일어 났기 때문이다. 스위스의 의사이자 작가인 폴 투루니에는 ‘고백은 강력한 치료 기제’라고 말한다. 고백은 수많은 문제의 늪에서 사람을 건져내어 자유롭게 해주고 악의 순환고리를 끊어버리는 큰 역할을 한다. 셰익스피어도 마음에 있는 것을 죄다 드러 내어서 토로하라고 말을 한다. “그 슬픔을 토로하시오. 그 슬픔이란 큰 소리로 말하지 않으면 비탄에 찌든 가슴에 속삭여 결국
공(公)을 사(私)보다 높게 평가하는 이유는 신뢰 때문이다. 그래서 공은 ‘정(正)’을 동반하고 사에는 ‘욕(欲)’이 따라 붙는다. 그런데 이런 믿음에 금이 가는 일이 발생했다. 경기도가 공공조달 일부 품목에 바가지가 있다는 사실을 밝혀내면서다. 공이 정을 버리고 욕을 택했다고 생각하니 우울하다. 까도까도 계속되는 양파같은 우리 사회의 구조적 모순은 그 끝이 어디일지 답답한 마음이다. 경기도가 20일 조달 물품의 적정 가격을 유도하기 위한 방안으로 중앙정부와 지방자치단체 간 협업 감시체계 강화 등을 담은 제도개선 대책을 발표했다. 정부나 공공기관에서 물품이나 용역을 구입할 때 활용하는 ‘나라장터’의 일부 물품 가격이 민간 온라인 보다 비싸다는 조사결과가 나온 탓이다. 도는 ‘공공조달품목이 민간거래가격보다 높다는 공공조달 가격 적정성 논란이 지속적으로 제기됐다’며 이번 조사의 배경을 설명했다. 또 ‘국민의 혈세 낭비를 막고 적정 조달가격 유도를 위한 사전 실태조사 차원에서 두 단가의 비교조사를 진행하게 됐다’고 당위를 밝혔다. 이번 조사는 지난 4월 16일~6월 12일까지 진행됐다. 검색솔루션을 보유한 민간전문 업체에 의뢰해 시장물품과 비교가 쉬운 사무·교육·
강경화 외교장관과 고노 다로 일본 외무상이 한중일 외교장관회의를 계기로 오늘 베이징에서 마주 앉는다. 따라서 한일 갈등이 이번 주 또 한 번의 고비를 맞을 것으로 보인다. 두 장관은 이달 초 방콕에서 열린 아세안지역안보포럼(ARF) 당시 양자회담을 했으나 현격한 입장차이만 확인했다. 그러나 이번엔 상황이 다르다. 첨예한 대치 상황이 어느 정도 흘러서인지 양국에서 대화로 해결하자는 공감대가 일정 부분 형성되고 있기 때문이다. 아울러 양국 당국자들의 온건한 발언이 이어지고 민간에서도 냉철하게 대응하자는 움직임도 있다. 24일은 우리 정부가 한일 군사정보호협정(GSOMIA·지소미아)의 연장 여부를 결정해야 할 시한이다. 정부는 “검토 중”이라는 답으로 지소미아를 일본 압박 카드로 써 왔지만 이제는 파기, 연장, 범위를 축소하는 제3 방안 중 택일해야 한다. 우리 정부가 나타낼 메시지도 관심사다. 이번 한중일 외교장관회의에서 두 나라 장관은 양자회담 말고도 22일까지 열리는 회의 기간 내내 어떤 식으로든 얼굴을 마주할 기회가 많다. 그만큼 다양한 소통의 시간을 갖는 셈이다. 중국도 진짜 속내가 무엇이든 한일 사이에서 일종의 중재 역할을 할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1867년 10월 18일 알래스카 러시아 총독 관저 앞에서 러시아와 미국 군인들이 열병식을 했다. 포병대의 굉음과 함께 러시아의 국기가 내려갔고 미국의 국기가 올랐다. 페스트초로프 대위는 “로소 장군, 나는 러시아 황제의 권위로, 알래스카의 영토를 미국에 인도하겠소”라고 했고, 미국 로소 장군은 서류를 받았다. 알래스카가 미국으로 공식 이양되는 순간이었다. 미국의 49번째주 이며 한국면적의 17배, 멕시코보다 넓은 171만7854㎢의 거대땅은 그렇게 미국영토가 됐다. 구입가격은 720만달러, 1ha당 5센트로 환산해서 계산한 것이었다. 이를 두고 당시 미국인들은 협상을 주도한 국무장관을 두고 ‘슈어드의 냉장고’ 라며 가장 어리석은 거래라 불렀다. 가치가 없는 곳에 무모하게 너무 많은 돈을 들였다고 해서다. 하지만 얼마 지나지 않아 ‘신의 한수’임이 증명됐고 지금은 그 중요성이 미국내 어느 지역보다 크다. 같은 시기 알래스카를 매입한 미국은 이보다 40만㎢ 더 넓은 동토의 땅 ‘그린란드’ 매입 계획도 세웠었다. 그러나 실현되진 못했다. 이후 1946년 트루먼 행정부 당시 미국 정부는 덴마크 정부에 그린란드를 1억달러에 매입하겠다고 다시 제안했으나 거절 당했다.
대설(大雪) /이택회 나니 너니 여니 야니 다툼이 지나치면, 천지는 화가 치밀어 평소 않던 일을 한다. 하늘은 땅에 내려오고 온 마을은 승천한다. 시인은 정읍출생으로, 다양한 실험정신으로 삶을 달관하는 길을 열어가고 있다. 문화콘텐츠학을 공부하고 있기도 하고, 수필로 지역문학의 시선에도 폭넓게 문학의 밭을 뿌렸다. ‘시조시학’을 통해 시조시인으로 등단해 시조집 ‘여보게, 보자기’ 등이 있고, 가람시조문학상도 받았다. 짧은 단시조인데 삶의 이야기에 대한 집요한 애착과 언어감각을 일으킨다. 바쁜 삶에서 발이 닿지 않는 곳에 마음이 닿게 하는 지혜를 체득할 수 있다. 마음의 길을 내는 것, 삶은 사실 여기서부터 시작일 것이다. 활기차면서도 평화로운 일상의 풍경들은 대설이라는 시공간적인 이미지를 극대화해서 자연순환의 질서에서 자애로운 심사들로 고향마을의 생성한 의미와 가치의 재생들로 사람들의 내면의식들을 소박한 심성으로 깊은 애정과 각성들을 짙게 전언해 주는 시다./박병두 문학평론가
백색의 작렬하던 태양 빛이 한풀 수그러지고 나니 하루해가 눈에 띄게 짧아졌다는 것을 절감하고 있는 요즘이다. 땅속에서 수년을 애벌레로 살다가 세상 밖으로 나와서는 단 2주 동안만 살다 죽는다는 매미의 울음소리가 세상을 진동시키고 있다. 수년 전 필자가 문화예술기관에서 교육 담당을 맡고 있었을 때, 한 남성분이 찾아와 엉뚱한 요구를 한 적이 있었다. 모딜리아니의 작품에 너무나 감동해 미술을 배워보기로 했다는 것이다. 그러면서 미술 수업에 등록한 후 모딜리아니의 작품을 모사하는 방법을 배워볼 수 없냐고 물어왔다. 이분의 요구는 당시 담당하던 프로그램의 취지에도 맞지 않았을뿐더러 수업을 이끌고 있던 선생님께도 실례가 될 수 있었기 때문에 필자는 그 요구를 거절할 수밖에 없었다. 지금보다 꽤 어린 나이였던 필자에게는 이분의 요구가 좀 엉뚱했다는 것 말고도 께름칙했던 구석이 한 가지 더 있었는데, 술과 마약에 찌들어 살며 수많은 여성과 염문을 남겼던 모딜리아니의 사생활에 대해 필자가 슬며시 불쾌감을 느끼고 있었다는 것이었다. 그리고 덕분에 그분이 어떠한 계기로 모딜리아니를 좋아하게 됐는지 전혀 알지도 못한 채 무조건 그분을 안 좋게 생각했다는 것이다. 지금 생각해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