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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활에세이]바다를 낚는다

 

서해바다로 낚시를 갔다. 날씨가 뜨겁고 수온이 높아 물놀이를 즐기는 사람이 제법 있다. 시커멓게 그을린 아이들이 파도타기하며 해수욕을 즐기고 있다. 서해안은 경사가 완만하고 물살이 빠르지 않아 물놀이하기에 비교적 안전하다.

소나무 숲에는 텐트를 치고 야영을 즐기는 사람도 있고 삼삼오오 준비해온 음식을 먹으며 막바지 여름나기를 하고 있는 모습이 여유롭다. 물이 들어오면서 뱃고동 소리를 울리며 출항을 나서는 고깃배와 고깃배를 따르는 갈매기 그리고 너른 바다를 출렁이는 파도가 한 폭의 수채화처럼 정겹다.

낚시를 즐기는 짝꿍과 함께 방파제 아래 자리를 잡았다. 준비해간 미끼와 낚싯대를 펼치고 밀물 따라 물고기가 들어오기를 기다리는 눈빛에 생기가 돈다. 고등어가 잡힌다고 했다. 물이 어느 정도 차오르자 입질을 시작했다. 정말 고등어가 잡혔다. 바늘마다 고등어가 따라 올라오는데 고등어가 작다. 불과 10센티나 될까하는 치어를 막 벗어난 크기다.

주변 사람들은 열심히 건져 올리는데 그나마 우리 낚싯대에는 입질조차 없다. 광어나 우럭이나 팔뚝만한 고등어를 잡겠다며 큰 낚시 바늘과 미끼를 준비한 탓에 고등어의 작은 입으로는 먹을 수 없는 그림에 떡인 것이 원인 같다.

연신 고등어를 건져 올리는 옆 사람을 곁눈질로 살피던 짝꿍은 바늘과 미끼를 바꿔 준비해야 하나 고민했다. 나는 궁시렁 거렸다. 저 너른 바다에 낚싯대 하나 담가놓고 물고기를 잡아 올리겠다는 것조차가 욕심이다. 그냥 좋아하는 낚싯대 던져놓고 바닷바람에 땀 식히며 풍경을 즐기면 충분하지 저 어린놈들을 꼭 잡아야겠느냐고.

깊은 바다로 나간 것도 아니고 방파제에 앉아서 시간이나 낚으면 그만이지 뭘 물고기까지 욕심을 내나 싶다. 사실 낚시에는 소질이 없는지 준비는 잔뜩 하는데 거의 빈손이다. 그냥 바다를 좋아하고 여행을 좋아하기 때문에 나서는 것 같다.

제대로 고기를 잡으려면 유료 낚시터를 가거나 배를 타고 고기가 잡힐만한 바다로 나가야 한다는데 그냥 방파제나 바위에 서서 시간만 보내는 걸 보면 진정한 꾼은 아닌 것이 분명하다.

고등어도 사람을 가리니 라면이나 먹자한다. 짭쪼롬한 바닷바람과 이글거리는 태양 그리고 출렁이는 파도를 싸잡아 면발과 함께 넣었다. 고들고들하며 오소소 쏟아지는 면발이 일품이다. 풋고추 뚝뚝 잘라 넣어 얼큰한 라면, 라면은 역시 야외에서 특히 방파제아래에서 먹는 맛이 제격이다.

뚝뚝 떨어지는 땀과 시큼한 김치를 싸잡아 먹을 때 입이 즐겁다고 비명을 질렀다. 여행의 묘미이고 즐거움이다. 비록 낚시는 실패했지만 바다를 건져 올려 간식을 먹는 것은 성공인 셈이다. 거기에 커피까지 한 잔 하니 어떤 진수성찬도 부럽지 않다.

짝꿍은 바다를 낚고 나는 준비해간 시집을 읽으며 여름 한때를 즐겼다. 여행은 거창하지 않아도 좋다. 일상의 고단함과 분주함을 잠시 접어두고 먼 곳을 바라보며 나를 잠시 돌아볼 수 있으면 좋다.

몇 해 외국으로도 나가 봤지만 더위와 음식과 그리고 짜 맞춰진 일정에 따라 움직이며 원치 않는 쇼핑에 가이드 눈치까지 살펴야하는 불편함을 감수해야하는 것이 즐겁지 많은 않다. 우리 강산도 돌아보면 곳곳이 명소이고 관광지다. 일몰과 함께 귀가를 서두르며 다음엔 어느 바다를 낚으러 갈까 고민하는 짝꿍이 즐거워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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