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올해 스무 살이 된 풋풋하고 싱그러운 새내기 대학생이다. 그동안 내가 경험했던 선거들을 생각해보면, 저절로 얼굴에 웃음꽃이 피어난다. 내게 ‘선거’라고 하면 먼저 초등학교 시절에 있었던 반장, 부반장, 회장, 부회장 선거들이 떠오른다. 눈을 감고 거수로 했던 선거, 쪽지에 이름을 적어서 했던 선거 등 다양한 투표방식들이 생각난다. 초등학교 저학년 때의 선거는 열혈엄마들의 인기투표였다. 고학년이 되어서는 선거운동도 하게 됐다. 삼삼오오 무리지어 군것질도 해가며 친구들에게 동정의 표를 얻고자 했던 기억도 난다. 비가 오나 눈이 오나 우리 반을 위해 선생님을 도와 물심양면으로 두 발로 열심히 뛰겠노라 친구들에게 외쳤다. 맨발로 스프레이 인조 눈을 설정으로 흩날리고, 물뿌리개에 물을 담아가서 머리위에 뿌렸던 공약 아닌 공약들이 떠오른다. 더불어 친구들 역시 즐겁게 웃으면서 몰표를 주었었던 기억들…. 오빠가 전교 학생 부회장 선거에 출마했을 때 오빠를 도와 색상지에 사진을 오려붙이고 예쁜 손 글씨(POP)로 공약을 써서 아침 등교시간, 점심시간, 하교시간에 피켓을 들고 서있기도 했다. 학교 교문 앞, 운동장을 친구들과 함께 기호
헌법재판소 전원재판부가 지난 11일 낙태죄에 대해 헌법불합치 결정을 내렸다. 헌법불합치 의견을 낸 재판관들은 결정문에서 일부 임신 여성들이 “자신이 처한 사회·경제적 상황을 고려했을 때 임신·출산·육아를 도저히 감당할 수 없을 것이고, 만약 자녀가 출생하면 어머니가 될 자신뿐만 아니라 태어날 자녀마저도 불행해질 것이라는 판단 하에 낙태를 결심하고 실행 한다”면서 “태아의 생명 보호를 위한 바람직한 해법을 찾기 어렵다는 것을 시사해준다”며 ‘여성의 자기결정권’을 주장해 온 측의 손을 들어줬다. ‘원치 않는 임신은 축복이 아니기 때문에 여성 스스로 선택할 수 있어야 한다’며 여성계 등 낙태죄 폐지를 주장해 온 단체들은 헌재의 결정을 환영하고 나섰다. 그동안 낙태죄 위헌을 주장하며 헌재 앞에서 1인 시위 등을 진행해 온 ‘모두를 위한 낙태죄폐지 공동행동(한국여성단체연합 등 23개 단체 참여, 이하 공동행동)’은 선고 직후 기자회견에서 “2019년 4월11일은 그동안 여성을 통제 대상으로 삼아 책임을 전가해왔던 역사에 대해 마침표를 찍은 중대한 날” “역사를 바꿀 지점이 될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낙태 반대론자들은 ‘태아의 생명권 보호’를 들어 낙태죄가 유지돼야
인류의 소중한 문화유산인 노트르담 대성당에서 화재가 발생했다. 첨탑과 지붕이 붕괴했고, 내부의 유물도 상당 부분 소실됐을 것으로 우려된다. 정확한 화재 원인은 아직 밝혀지지 않았으나 첨탑 보수공사를 위해 설치한 비계의 상부 쪽에서 불길이 시작돼 내부 목재 장식 등으로 옮겨진 것으로 보인다. 가톨릭 문화유산의 최고봉으로 꼽히는 노트르담 대성당은 하루 평균 3만여명의 관광객이 찾을 정도로 많은 사람의 사랑을 받은 관광명소이다. 성당 내부에는 ‘장미의 창’이라는 이름의 스테인드글라스, 대형 파이프오르간, ‘에마뉘엘’이라는 이름의 종 등 유물이 있고, 성 십자가, 거룩한 못 등 가톨릭 성물이 상당수 보관돼있다. 목재만 해도 가장 오래된 것은 1160년경 벌목됐다. 860년 가까이 버텨온 목재 구조물들이 한순간 화재로 허망하게 사라진 것이다. 이번 노트르담 대성당 화재는 지난 2008년 2월 10일 밤에 발생한 국보 1호 숭례문 화재를 떠올리게 한다. 우리 국민들은 서울 한복판에서 영욕의 역사를 지켜본 대한민국의 상징 숭례문이 순식간에 거대한 화염에 휩싸이는 것을 속수무책으로 바라봤다. 이보다 앞서 2005년에는 강원도 양양군에서 시작된 산불이 식목일인 4월 5일 우
수원화성 동남각루의 연혁을 살펴보면, 1796년 7월 정조의 지시에 의해 창건되었고 어느 때인가 소실됐으나 그 정확한 시점은 알 수 없다. 다만, 1917년 수원 지도에서 동남각루는 보이지 않고 치성만 확인되는 것으로 볼 때 소실된 하한선은 구한말과 일제강점 초기로 추정할 수 있다. 동남각루의 복원은 1978년대 수원성 복원정화사업 4단계에서 포함돼 1천682만원이 들었다. 동남각루의 해체보수는 2016년에 있었는데 당시 각루는 복원한지 약 30년이 되어 초석이 내려앉고 기울어진 상태였다. 공사 이전 보수설계 단계에 필자는 운 좋게 참가할 수 있었다. 보수설계의 목적은 현황시설을 그대로 해체복원을 하는 것이지만, 필자는 당시 해체보수를 통해 혹시 잘못된 문제가 있으면 원형을 찾는 기회로 삼고자 하였다. 역사자료를 치밀하게 검토하고 이를 근거로 복원설계도를 작성했다. 그 결과 여러 문제점이 돌출되었는데, 첫째는 용마루의 방향이 남쪽을 향하지 않고 동쪽을 바라보고 있는 점이다. 둘째는 계단이 있는 후면부에 계단이 중앙에 있고 벽이 흙벽으로 되어 있는 점이다. 셋째는 1층에 있는 군인이 사용하는 온돌방의 위치가 성벽 쪽에 있다는 점이다. 1970년대 복원에서는 의
두레마을에서는 이번 주에 감자 심기에 열심을 다하고 있습니다. 내일까지 심으면 500여 평 심게 됩니다. 우리가 심는 감자는 여느 감자와는 다릅니다. 대관령에 있는 국립감자종자연구소에서 농학자들이 개발한 신품종 감자를 종자로 받아 심고 있습니다. 오늘 심은 감자는 품종 이름이 ‘아리랑’입니다. 금년에 처음으로 실험장에서 나온 감자입니다. 아리랑 감자는 기능성 감자로 노화방지와 여성들의 피부 미용에 기여하는 특수 품종입니다. 두레마을은 국민들의 감자를 많이 먹기 운동을 시작합니다. 독일 사람들은 1인당 일 년 감자 소비량이 100㎏이 넘습니다. 유럽인 전체로는 80㎏ 이상입니다. 미국에서도 비슷한 소비량입니다. 그런데 우리나라는 고작 13㎏ 정도입니다. 적어도 너무 적습니다. 우리나라도 앞으로는 1인당 매년 감자 소비량이 30㎏ 수준으로 까지는 올려야 합니다. 문제는 좋은 품종의 감자를 개발하는 일과 병충해의 피해 없이 자연농법으로 깨끗한 감자를 기르는 데에 달려 있습니다. 감자 농사는 특성상 독한 토양 소독제와 살충제 같은 유독성 농약을 사용하여야 하기에 이를 극복하고 자연농법으로 깨끗한 감자를 마음 놓고 먹을 수 있도록 재배하여 보급하
달 항아리 속의 고양이 /최춘희 새로 돋은 이빨이 간지러운지 벽을 긁다가 서재 꼭대기 뛰어올라 슬며시 아래를 훔쳐보다 달 항아리 속에 들어가 잠든 애기 고양이 가르릉 소리를 내며 구만리 꿈길 돌고 돌아 젖도 못 떼고 생이별한 어미와 상봉 중이다 온몸을 공처럼 둥글게 말아 웅크린 채 포근한 구름 수레에 실려 응석받이로 안겨 있네 쏟아질 듯 흘러넘치는 기분 좋은 햇살의 무량함이 체한 듯 둔중한 가슴을 씻겨주네 - 최춘희 시집 ‘초록이 아프다고 말했다’ / 2018 이제 막 이빨이 나기 시작한 애기 고양이가 달 항아리 속에 들어가 한정 없이 쏟아지는 햇살을 이기지 못하고 최대한 몸을 말아 잠에 든 모습. 젖도 못 떼고 어미와 헤어졌지만 어쩌겠는가. 한 끼의 장면을 덮고 어떻게든 살아내야 하는 시간들이 한없이 밀려오고 있다. 나의 안쓰러움과 애기 고양이의 두려움이 교차하는 봄날, 눈부신 햇살과 대조되어 극명하게 다가온다. 애기 고양이가 어떻게 서재까지 오게 되었는가는 중요하지 않다. 다만, 길거리 생활을 하지 않아도 되는 삶이어서 안심이 된다. 저 어린 생명을 거두어준 손길이 없었다면, 여린 생명에 대한 경외가 없었다면 우리 곁에서 꽃 한 송이
벚꽃이 만발하다. 꽃구경을 즐기기 위해 거리에는 인파들이 모이고, 사람들의 발걸음에는 설레는 마음이 총총 실려 있다. 언젠가 벚꽃들은 슬픔 속에서 고요하면서도 찬연하게 만개를 했었다. 하지만 그사이 우리들의 마음속에는 아픔과 슬픔이 분노로 바뀌기도 했고, 지나간 세월이 어느덧 치유해놓은 곳들도 있으며, 더는 자극이 되어도 아프지 않을 정도로 단단하게 다져진 부분도 생겼다. 물론 아직도 분노와 혼돈으로 어찌할 바를 모르는 마음도 여전히 우리에게는 있고, 그러면서도 자기도 모르게 봄바람과 함께 살랑거리는 마음도 있다. 벚꽃이 피는 풍경은 매해 그 모습을 바꾼다. 꽃잎이 점점이 흐드러져 있는 모습은 화가의 붓 터치를 연상하게도 한다. 특히 한 그루의 나무가 그 속에 에너지를 축적해 놓았다가 어느 순간 꽃망울을 터뜨리는 과정을 생각해보면, 바실리 칸딘스키(Wassily Kandinsky)의 회화가 선사했던, 그 신선하고 순수한 에너지가 떠오른다. 색채가 인간의 영혼의 깊숙한 곳까지 가 닿아 심연을 요동시키는 운동력이 있다고 믿었던 칸딘스키는 꽃이 만발하듯 색이 만발하는 생기발랄한 작품을 관객들에게 선보였었다. 그러한 칸딘스키의 색채 표현은 당시에는 매우 참신한 것이
상속세는 부의 집중현상을 조정하고 소득재분배 기능면에서 소득세의 기능을 보완·강화하는 사회정책적 의의를 갖는 조세로 이해되어 오고 있다. 일제 강점기부터 도입된 우리나라 상속세는 재산규모에 따라 현재 10~50%의 누진율로 과세된다. OECD 국가 평균 상속세 최고세율이 26.6%인데 비해서 우리나라 상속세는 국제 비교해 높은 수준에 있다고 보겠다. 부모님이 돌아가시게 되면 황망한 가운데 장례를 지내고나서 상속인들 간의 재산의 이전, 세금신고 등 법적절차에 대해 고민하게 된다. 배우자와 자녀가 있는 경우 최소 10억 원 상속공제가 되므로 상속재산이 10억 원 이하라면 상속세에 신경 쓰지 않아도 된다. 다만 사망 당시 재산 뿐만 아니라 10년간 사전 증여한 재산·생명보험금·퇴직금·사망 전 2년 이내 처분해 인출한 재산으로 용처를 못 밝히는 재산도 상속재산에 포함되므로 이 모든 것을 합해 10억 원이 초과 되는지 따져봐야 한다. 상속재산은 돌아가신 분의 유언이 있는 경우에는 유언에 따라 분배된다. 상속인들이 동의 못하는 불균등유언에 대해서는 상속인의 최소한 권리를 유지하기 위한 민법상의 유류분 제도를 통해 법정지
올해는 대한민국 임시정부를 수립한 지 100주년이 된 해이지만 한편으론 3·1독립만세운동이 벌어진 지 100년을 맞는 해다. 일제의 강압 통치로부터 벗어난 지도 74년이 흘렀다. 이렇게 많은 세월이 흘렀지만 아직도 이 나라엔 매국노 친일파 후손들이 득세하고 있다. 뿐만 아니라 생활과 문화 곳곳에 일제 강점기의 잔재가 깊고 광범위하게 남아 있다. 이에 경기도는 올해 3·1운동과 임시정부 수립 100주년을 맞아 언어 속 일제잔재 청산도 추진하기로 했다. 도는 아직도 공문서 등에 일제잔재 표현과 관행들이 많이 남아있다며 “민간기관과 국어학자 등 전문가와 추진단을 구성해 일본식 표현을 전수조사하고, 순화어 100개를 발표해 보급하는 등 언어 속 일제잔재 청산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도는 추진단을 구성, 5월부터 잔재 청산 작업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관료 조직 곳곳에 지금도 잔재는 버젓이 남아 있다. ‘징구(徵求)’, ‘~에 의거’ ‘만전을 기해’ ‘행락철 도래’ ‘공람’ 등 행정용어와, ‘주사’, ‘서기’ 등 직급명칭은 일제 강점기 시절과 달라지지 않았다. 교육계도 마찬가지다. 여전히 ‘훈시·훈화’란 말이 사용되고 있다. 국민의 대변자라는 국회의원도 함부로 일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