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0년 만에 복원되는 남수문은 수원천과 조화를 이뤄야 하는데 하천의 폭과 깊이의 변화가 심해 서로 어울리지 않게 됐다. 남수문의 복원설계 과정에서 수문의 하부구조는 창건 시기가 아니라 순조 때 중창된 구조를 기준으로 했다는 아쉬움을 전편에서 이야기하였다. 이번 편에서는 남수문 남서쪽 구역의 복원이 더딘 이유와 남수문 공사에서 드러난 문제와 원형이 변형된 부분에 대해 알아보자. 수원화성 동성의 북쪽은 이어져 있으나 남쪽은 동북각루를 거쳐 산을 내려와 남수문에서 끝나고 있다. 원래는 남수문에서 남공심돈(南空心墩)과 남암문(南暗門)을 거쳐 팔달문으로 성곽이 연결되어 있어야 하는데 현재 상업 건물들이 들어앉아 있어 그 흔적조차도 짐작할 수 없는 상황이다. 특히 남공심돈은 남수문의 입구에서 위치하여 남수문을 보호하는 역할을 했으며 두 시설은 서로 짝을 이루고 있었다. 남공심돈은 1930년 7월 12일 붕괴되고 주변 성곽은 이전부터 주변 상업 활성화로 사라지고 있었다. 이 지역의 복원은 1960년대 후반부터 시작되어 1968년 12월 4일 성곽과 그 주변을 문화재보호구역으로 지정한다. 당시 팔달문 주변 성곽은 이미 없어지고 상가들이 성업 중이었다. 당연히 건물 주인들은
지구온난화로 빙하가 녹고 있다는 사실은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지만 요즘 그 심각성에 대한 경고가 더욱 높아지고 있다. 최근 남극과 북극의 빙하가 빠른 속도로 녹고 있어서다. 특히 올해 지구촌 빙하 지역의 최후 보루라는 남극 대륙뿐 아니라 그린란드 빙하의 유실 속도가 급격하게 빨라져 ‘이젠 인류가 무엇인가 하기에 너무 늦었을 수 있다’는 최후통첩성 경고까지 나오고 있다. 미국 오하이오주립대 연구팀의 연구결과는 더 충격적이다. 급격한 지구온난화로 그린란드 빙하 유실 속도가 2003년 이후 4배나 빠르게 진행되고 있다고 미국립과학원회보에 발표했기 때문이다. 남극 대륙에서 사라지는 빙하의 양이 지난 40년 사이에 6배나 급증했다는 연구 결과에 이어 과학계에 큰 충격을 줬다. 이처럼 빠른 속도로 빙하가 유실되면서 해수면 상승이 이어지고 있다. 많은 나라의 사람들이 해안을 따라 삶의 터전을 잡고 있다. 미국 인구의 절반 정도가 해안에서 80㎞ 이내에 살고 있다. 또 아시아와 유럽, 아프리카 등 전 세계 인구의 40%가량이 해안 지역에 거주하고 있기 때문에 해수면의 상승은 곧 삶의 터전을 잃는 것을 의미한다. 실제로 지구촌 곳곳에는 해수면 상승으로 삶의 터전을 잃은 사람
찔레꽃 /안도현 봄비가 초록의 허리를 몰래 만지다가 그만 찔레 가시에 찔렸다 봄비는 하얗게 질렸다 찔레꽃이 피었다 자책, 자책하며 봄비는 무려 오백 리를 걸어갔다 - 안도현 ‘북항’ / 문학동네 누군가 내게 질문을 던졌다. “사람이란?” 머뭇거림도 없이 ‘가시다’라고 대답했다. “왜?”, “어찌하여?”, “무엇 때문에?”라는 되물음은 없었으나 제 자신을 보호하기 위해 칼을 벼리듯 각자가 가시를 품고 사는 게 사람 아니겠냐는 생각이다. 가시가 가시를 품으면 서로에게 아픔이듯, 상처 또한 각자가 품고 있는 가시만큼 씩의 흔적으로 남을 일이다. 찔릴 줄 알면서도 다시 찾아올 ‘봄비’가 기다려지는 겨울의 끝이다./권오영 시인
지금은 황량한 겨울이지만 며칠 후면 캠퍼스에서 상큼한 향기를 머금은 새내기로 대학의 캠퍼스가 가득할 것이다. 계절로 말하면 봄의 모습이 바로 대학의 모습이라고 말할 수 있다. 개인적으로 나는 봄이 좋다. 겨울의 무겁고 매서움을 이겨낸 생기 넘치고 발랄한 젊은이를 닮은 봄이 매우 좋다. 이른 아침 맑은 공기를 마주하며 캠퍼스로 출근하면 많은 고객을 만나곤 한다. 나의 첫 번째 고객은 자연이다. 자연은 언제나 즐겁고 반갑게 나를 맞이하여 준다. 봄에는 푸름을, 여름에는 왕성한 열정을, 가을에는 조화로움을, 겨울에는 순백색의 깨끗한 아름다움을 제공하여 준다. 미흡함과 부족함이 있음에도 자연은 늘 있는 그대로 대해 주고 감싸주는 아주 고맙고 소중한 나의 고객이다. 캠퍼스의 또 다른 고객은 수업 시간을 같이 만들어가는 학생들이다. 살아온 환경과 경험과 문화가 다르기 때문에 사고방식이나 관점에서 차이가 있을 것이다. 이러한 차이로 인해 이해와 소통에서 한계를 가질 수밖에 없다는 생각이 든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대학에서 신나고 즐겁게 생활하는 혜택을 받는 만큼 나의 고객에게 기쁨과 신바람 나는 대학 생활을 할 수 있도록 해야 할 것이다. 특히 강의실에서 만큼은 신바람도
탄력근로제 단위 기간 확대를 논의한 경제사회노동위원회 산하 노동시간제도개선위원회가 18일 밤늦게까지 마지막 전체회의를 했다. 2개월간 8차례 회의를 했으나 논의 내용은 기대에 미치지 못했다.이런 상황이라면 사회적 대화 무용론이 나오는 것도 무리가 아니다. 경사노위가 지난해 11월 22일 사회적 대화 기구로 출범한 후 첫 의제별 위원회의 성과가 크지 않기 때문이다. 사실 탄력근로제 확대는 지난해 11월 5일 문재인 대통령이 참석한 여·야·정 상설협의체 회의에서 합의돼 연내 법 개정이 예정됐던 사안이었다. 그러다가 사회적 대화에 힘을 실어주기 위해 경사노위 논의를 기다렸던 것인데, 결과는 만족스럽지 못하다.탄력근로제 단위 기간을 6개월∼1년으로 늘려야 한다는 경영계의 입장은 설득력을 얻었다. 남은 쟁점은 노동자 임금손실 보전과 건강권 보장, 탄력근로제 확대 요건 완화다. 탄력근로제 시행 기간에는 초과근로시간에 대해 연장근로수당을 지급하지 않아도 되므로 탄력근로제 확대가 임금손실로 이어질 수 있다는 게 노동계 입장이다. 노동계는 탄력근로제 확대가 과잉 근로를 강요하는 수단으로 악용돼 주 52시간의 의미가 퇴색할 것도 우려한다. 국회 입법을 앞두고 탄력근로제를 확대
자유한국당 이종명·김순례·김진태 의원의 5·18 관련 망언에 대한 국민의 비판 여론이 높다. 역사적인 사실을 부정하거나 왜곡·날조하는 허위조작정보는 독일처럼 단호하게 처벌해야 한다는 주장에 동의하는 이들도 많다. 독일은 나치의 지배와 유대인 학살을 왜곡하는 모든 행위를 처벌한다. 피해자의 고소와 무관하다. 독일 형법 제130조(국민선동죄)는 ‘나치의 폭력적, 자의적 지배를 승인하거나 찬양하거나 정당화함으로써 피해자의 존엄을 침해하는 방법으로 공공의 평온을 교란한 자는 3년 이하의 자유형 또는 벌금형으로 처벌한다’고 명시돼 있다. 또 이를 유포한 인터넷 플랫폼 사업자에겐 삭제 의무를 부여한 뒤 이를 어길 경우 강력히 규제한다. 최대 650억 원 상당의 벌금을 부과시킨다. 그런데 우리는 이 부분에 대한 법적 제재가 미비하다. 이번 지 씨 등의 5.18 관련 망언에도 독일과 같은 처벌과 제재를 가하지 못하고 있다. 5·18 관련 망언 뿐 만 아니다. 일본군 성노예 피해자와 일제강점기라는 치욕스런 역사마저 왜곡하고, ‘가짜 뉴스’라고 불리는 허위조작 정보를 만들어 퍼트린다. 이른바 일부 극우·친일세력들은 일본 대사관 앞 소녀상을 철거해야 한다거나 위안부 피해자들을
아랍에선 까마귀를 ‘예언의 아버지’라며 길조라 부른다. 북태평양 지역에서는 까마귀를 신화적 존재로 여기고 있다. 시베리아의 투크치족·코랴크족과 북아메리카의 북서태평양 연안 아메리카인디언들 사이에서는, 까마귀는 ‘창세신’이 변한 모습이라 하여 창세신화의 주역으로 삼는다. 북유럽 신화에서는 최고신 ‘오딘’의 상징으로 지혜와 기억을 상징한다. 동양에서도 비슷하다. 중국의 태양신화엔 태양의 정기가 세 발 달린 까마귀, 즉 ‘삼족오(三足烏)로 형상화되어 있으며, 고분벽화의 소재로 자주 등장한다. 일본은 까마귀를 영조(靈鳥)라 하며 떠받들기까지 한다. 흑색의 날개, 울음소리, 날카로운 눈빛 등이 신비적인 인상을 준다며 오래전부터 신의를 전달하는 새로 여겨 왔다는 것. 우리나라에선 까마귀를 ‘새끼가 자라 늙은 어미에게 먹이를 물어다 먹이는 새’라 하여 반포조(反哺鳥), 혹은 자오(慈烏), 효조(孝鳥)라 부르기도 한다. 조선 후기 시인 박효관은 ‘교훈가’에서 까마귀를 이렇게 노래했다. “그 누가 까마귀를 검고 흉하다 했는가/반포보은이 이 아니 아름다운가/사람이 저 새만 못함을 못내 슬퍼하노라.” 하지만 예부터 까마귀는 깃털색이 검고 울음소리도 불길한 느낌을 준다고 해서 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