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아 /정우신 단칸방에 생일상을 차려 두고 사람들과 둘러앉아 이야기를 나눴다 잿빛 창문을 바라보며 좁아지는 바깥에 대해 생각했다 외부가 내게 닿기도 전에 넘쳐흐르는 것이 많았다 파란 페인트를 뒤집어 쓴 고독이 새벽 네 시를 남겨 두고 떠난다 고아가 아닌데도 고아처럼 세상에 나 혼자라는 생각이 들 때가 있다. 사람살이의 방식에 대한 이해와 해석에 있어서 타인들의 일반적인 생각과 나의 생각이 현격한 차이를 보일 때에는, 창 바깥이 급격히 좁아지듯이, 내 자리는 외따로 떨어져 있는 것처럼 느껴지게도 된다. 세계를 바라보는 내 고유의 시각이 타인들에게 거부당할 때에는, 그 세계에 발을 들여놓기도 전에 감당해야 할 것들이 넘쳐흐르듯 많아서, 파란 페인트를 뒤집어 쓴 것처럼 몸과 마음이 뻑뻑해지기도 한다. 그럴 때 내 곁에 남아 있는 건 고독뿐. 그런데 유일하게 내 곁에 남아있던 고독마저 새벽 네 시에 떠나버리고 만다. 고독조차 사라진 고아의식은 처절하면서도 담대한 강인함을 느끼게 한다. /김명철 시인
최근 정신질환 환자들이 ‘거리를 활보하고 있다’는 한 기사를 보았다. 예를 들면, 병원에 입원한 아들이 엄마에게 전화를 걸어 “당장 퇴원 시켜달라”고 애원하며 협박했다. 아들은 취한 상태로 난동을 피우다가도 술만 깨면 ‘자신은 정상’이라고 주장하는 알코올중독자이다. 그리고 퇴원한 아들은 하루가 멀다하고 가족을 위협하고 해코지를 한다. 그 후 아들은 한 달이 채 안 돼 정신병원을 무사 퇴원했다. 2017년 5월 30일 개정된 정신건강복지법 때문이다. 환자의 의사를 존중해 강제입원을 어렵게 만든 법이다. 이 법에 따라 환자 본인이 원치 않을 경우 입원요건이 까다로운 탓에 의료기관에서 장기간 입원치료를 받을 수도 없다. 병원을 나온 정신질환자들이 돌아온 사회는 치료 전과 다를 바 없다. 지역사회 내에 재활이나 치료를 돕는 시스템은 여전히 미비하고, 이들의 사회복귀를 지원하는 인프라도 부족한 실정이다. 전문가들은 “잘못된 법 개정으로 치료받아야 할 환자들이 무방비 상태에서 퇴원하고 있다”고 지적한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사회적 문제도 불거지고 있다. 대낮에 행인을 칼로 찔러 중태에
‘국가부도의 날’ 영화가 12월 21일 기준으로 관객 수 368만명을 넘었다고 한다. 1997년 경제위기를 소재로 했고, 경제가 안 좋고 어려운 사람이 많아지자 그때를 돌아보고자 하는 관심이 늘어난 것이 관객 증가의 요인으로 보인다. 필자도 당시 사실들이 어떻게 묘사되었나 하는 흥미가 생겨 영화를 관람하게 되었다. 주인공들의 역할과 스토리 전개는 긴장감을 고조시키기 위한 픽션이지만, 위기가 다가옴을 파악하지 못한 정책적 실패가 있었고, 수 많은 사람들이 고통을 받았던 비극적 상황을 영화는 잘 묘사하고 있었다. 무리한 고환율정책, 1996년 사상 최대의 경상 적자, 과다한 단기외채로 인한 미스매치, 태국·말레이지아 등 신용위기 파급 등 총체적인 여건 악화가 위기의 원인이었다. 우리 외환위기에 대한 IMF 지원 과정 이해에 도움이 될까 해서 필자의 작은 경험을 소개하고자 한다. 필자는 1997년 당시 주 태국대사관 재정경제관으로 근무하고 있었는데, 방콕에서 열린 아셈 국제회의에 한국대표로 참석하고 있던 김기환 경제순회대사로부터 1997년 11월 14일 아침 김 대사가 묵고 있던 오리엔탈 호텔로 급히 오라는 연락을 받았다. 김
<농협중앙회 경기지역본부·NH농협은행 경기영업본부> ◇NH농협은행 경기영업본부 ▲마케팅부장 노종배 ◇경기농협 시·군 지부장 겸 농협은행 지부장 ▲가평군 조용기 ▲고양시 김재득 ▲과천시 김문호 ▲광주시 김현용 ▲김포시 김재민 ▲남양주시 소병연 ▲동두천시 남상식 ▲부천시 최성국 ▲성남시 윤용철 ▲수원시 유병철 ▲안성시 김상수 ▲안양시 이영철 ▲양주시 오주학 ▲여주시 이성남 ▲의왕시 황성용 ▲이천시 김영춘 ▲평택시 박경원
보험설계사, 학습지 교사, 택배 기사, 대리운전기사 등 특수형태근로 종사자, 즉 특수고용직 노동자를 국민연금의 직장 가입자로 전환하는 방안이 추진된다. 24일 국무회의를 거쳐 국회에 제출된 국민연금 개편 정부안인 국민연금종합운영계획안에 특수고용직의 사업장 가입 전환을 담은 내용이 들어갔다. 특수고용직 노동자는 타인의 사업을 위해 노무를 제공하는 근로자이지만 근로계약을 체결하지 않아 근로기준법상의 임금 노동자로 인정받지 못한다. 이 때문에 이들은 고용 안정성이 가장 취약하다고 할 수 있는 직업군인데도 사회안전망의 사각지대에 놓여 있다. 특수고용직 노동자들은 고용보험 적용 대상에서 빠져 실업급여를 받지 못하며, 국민연금에 가입하려면 지역가입자가 돼 보험료 전액을 본인이 부담해야 했다. 특수고용직 노동자들은 정확한 규모도 파악되지 않는다. 국가인권위원회는 2015년 특수고용직 노동자를 최대 220만명으로 추산한 바 있다. 수백만 명에 이르는 근로자들이 고용불안과 사회안전망 배제라는 이중의 고통을 겪는 것은 사회적으로 결코 바람직하지 못하다. 고용노동부는 국제노동기구(ILO)와 국가인권위의 권고에 따라 이들을 노동법적으로 보호하는 방향으로 정책을 추진 중이다. 보건
수원문화원은 명실상부 전국에서도 손꼽히는 으뜸문화원이다. 지역 고유문화와 향토사의 발굴·조사·연구·보존·전승 사업을 비롯, 지역 문화행사 개최, 사회교육 등 활동 폭이 넓고 다양하다. 향토사료 조사 수집발간사업과 정월대보름 민속놀이 한마당, 수원화성문화제, 국내외 역사탐방, 인문학 포럼은 대표적인 프로그램이다. 문화학교에는 15개 강좌가 운영되고 있고, 9개 동아리가 활발하게 활동 중이다. 따라서 수원문화원엔 사계절 시민들의 발걸음이 끊이지 않는다. 가장 모범적인 문화원이란 찬사를 들을 만하다. 그런데 문제가 있다. 장애인이나 노년층의 접근이 어렵다. 팔달산 중턱에 있어 경사가 가파르기 때문이다. 눈이라도 오는 날엔 겨울산 등산 기분이 난다. 또 주차장이 매우 작아 늘 주차 전쟁이 벌어진다. 게다가 1971년에 개관, 노후화된 시민회관을 수원시로 부터 빌려 사용하고 있어 공간이 협소하고 비가 새는 등 125만 수원시민의 문화공간이라기엔 문제가 많다. 인구수 6만 명이 채 안 되는 과천시의 경우 4천293m²나 되는 번듯한 원사를 자랑하고 있으며 15만여명의 의왕시와 10여만명의 동두천 시 또한 훌륭한 원사를 보유하고 있다. 수원시는 내년부터 특례시가 된다.
미국에 사는 수잔 앤더슨(Suzanne Anderson), 그녀에게 어느 날 불행이 찾아왔다. 눈 수술을 받다 실명하게 된 것이다. 그 후에는 남편의 도움이 있어야만 회사출근 등 일상생활을 할 수 있었다. 그렇게 얼마의 시간이 흐른 어느 날, 남편이 말했다. “여보, 내가 계속 이렇게 할 수 없을 것 같소. 앞으론 혼자 출근하도록 해요” 수잔은 남편의 말에 큰 상처를 받았다. 배신감마저 느낀 그녀는 다음날부터 이를 악물고 혼자 출퇴근을 했다. 넘어지고 다치고 사람들의 시선이 느껴져 서럽기도 했다. 그러나 시간이 흐를수록 어제보다 오늘이, 오늘보다 내일이 나아졌다. 혼자 출퇴근 하는 것이 익숙해져 가고 있을 무렵, 그 날도 어김없이 혼자 버스를 탔는데, 운전기사가 그녀를 향해 무심코 이런 말을 던진다. “부인은 자상한 남편을 두셔서 좋겠어요. 매일 한결같이 부인을 보살펴주시네요.” 알고 보니 그녀의 남편은 아내의 그림자가 되어 매일 아내가 버스를 타면 같이 뒷자리에 앉아 아내의 출퇴근길을 말없이 지켜주고 있었던 것이다. 홀로서기는 사전에서 ‘남의 도움을 받지 않고 스스로의 힘으로 생활이나 일을 해 나감&rs
동영상 플랫폼 유튜브에 매달 로그인하는 사용자 수는 19억명이다. 전 세계 인구의 4분의 1 이상이다. 일정 기준을 달성한 유튜브 영상에는 광고가 붙고, 영상 조회 수에 따라 광고 수익이 발생한다. 이를 제작하고 운영하는 유명 유튜버들이 억대 수익을 올리는 배경이다. 이런 유튜버가 요즘 세대를 초월한 인기 직업중 하나됐다. 직장을 관두고 아예 유튜버로 전업하는 사람도 어렵지 않게 볼 수 있다. 중·장·노년층도 예외는 아니다. 출근길 지하철에서 유튜브를 보는 장·노년층의 모습은 이젠 새롭지 않다. 메신저를 통해 유튜브 링크를 공유하거나 직접 유튜브 제작에 나서는 장·노년층도 적지 않다. 자신이 좋아하는 취미를 주제로 가볍게 시작할 수 있고, 혹시라도 인기를 얻으면 큰 수입도 얻을 수 있다는 점, 외모가 잘생기거나 예쁘지 않아도, 뛰어난 재능은 없어도, 데뷔를 위해 피나는 노력을 하지 않아도, 일단 부담없이 ‘스타 되기’에 도전할 수 있기 때문이다. 유튜브 의존도가 절대적으로 높은 10대와 20대에게 유튜버는 이미 연예인이나 다름없다. 이에 따라 유튜버를 직업으로 삼으려는 개인 창작자들도 속출하고 있다. 아마추어들이 재미로 시작했던 1인 창작이 직업화, 산업화하
경쾌한 노래 /폴 에뤼아르 나는 앞을 바라보았네 군중 속에서 그대를 보았고 밀밭 사이에서 그대를 보았고 나무 밑에서 그대를 보았네. 내 모든 여정의 끝에서 내 모든 고통의 밑바닥에서 물과 불에서 나와 내 모든 웃음소리가 굽이치는 곳에서 여름과 겨울에 그대를 보았고 내 집에서 그대를 보았고 내 두 팔 사이에서 그대를 보았고 내 꿈 속에서 그대를 보았네. 나 이제 그대를 떠나지 않으리. 폴 엘뤼아르는 전쟁을 치룬 폐허에서도 시를 쓰고, 두 아내를 잃은 시간 속에서도 시를 쓴 시인이다. 사회적인 개인적인 폭격을 체험한 주체가 비로소, 보인다는 것이다. 마음이 다시 가동 되고, 마음의 끝까지 시간이 흘러온 것이다. 그의 시선(示線)이 시작되었다는 것, 이것은 불가능의 끝에서 가능의 열림이다. 폴 엘뤼아르의 시각(視覺)을 사로잡는 것은, ‘모든 고통의 밑바닥에서’ 발견되는 리듬이다. 그러니 ‘경쾌한 리듬’은 죽음과 소멸을 증유한 리듬이다. 스페인 내전 당시, 그의 절친이었던 피카소가 전쟁의 참담함을 화폭에 그대로 묘사하여 ‘게르니카’를 완성하여 전시(展示)를 하듯, 1937년 게르니카가 폭격되었을 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