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가 짧아지고 하루하루 수은주가 떨어지면서 겨울이 왔다. 첫눈이 탐스럽게 내려 온 세상을 설국으로 바꾸어 놓더니 동지팥죽과 손수 따온 도토리로 만든 귀한 묵까지 집으로 왔다. 우리 집은 겨울이면 노인 회관만큼 어르신들로 북적인다. 그런데 며칠을 두고 드나드시는 분들은 많은데 갑자기 몇 시간째 잠잠하게 방이 비워진다. 지난 장날 조그만 전단지를 들고 다니는 아주머니들이 보이고 우리 집에도 발길이 뜸하던 신발이 보이고 한 동안 들리지 않던 음성이 들리기 시작했다. 두런거리는 소리와 함께 방문 여닫는 소리가 연달아 들리고 대문소리가 요란하다. 이쯤 되면 짐작 가는 일이 있다. 올 것이 온 것이다. 아니나 다를까, 우리 집에서 가까운 상가에 합기도 도장이 이사를 가고 비어 있는 건물이 있다. 그 쪽으로 어르신들 행렬이 이어지고 일정한 시간이 되면 삼삼오오 무리를 이루며 지나가신다. 손에는 다 같이 알록달록한 상자가 들려 있다. 속칭 약장사라고 하는 장사꾼들이 온갖 감언이설과 노래와 춤으로 질이 떨어지는 상품을 말도 안 되는 가격에 팔면서 어르신들 쌈짓돈을 노리고 찾아 온 것이다. 익숙한 인기척을 신호로 부스럭 거리는 소리가 들리며 문이 열리고 잠시 머뭇거리시며 가
도드람 2018~2019 프로배구 V리그가 전체 6라운드 가운데 3라운드까지 마치면서 반환점을 돌았다. 남자 7개 팀, 여자 6개 팀 등 13개 팀이 치열한 순위싸움을 벌이고 있지만 선두권과 하위권의 격차는 크게 벌어져 있다. 23일까지 남자부의 경우 ‘디펜딩 챔피언’ 인천 대한항공(13승5패·승점 39점)과 전통의 강호 천안 현대캐피탈(14승4패·승점 38점)이 선두권을 형성하고 있는 가운데 안산 OK저축은행(10승7패·승점 31점)과 서울 우리카드(10승8패·승점 30점)가 선두권을 추격하고 있다. 대전 삼성화재(10승7패·승점 25점)가 중위권에서 조금 떨어진 5위에 올라 있고 의정부 KB손해보험(4승14패·승점 16점)와 수원 한국전력(1승17패·승점 7점)은 상위권 도약이 어려운 상황이다. 대한항공은 지난 시즌 챔피언 등극의 주역인 믹차 가스파리니(등록명 가스파리니)와 정지석, 곽승석 등 삼각 편대에 국가대표 세터 한선수의 안정적인 볼 배급으로 기복없는 전력을 선보이며 리그 선두를 달리고 있다. 여기에 김규민, 진성태 등의 블로킹도 한 몫을
24일 경기도청 신관4층 제1회의실에서 열린 ‘새로운 경기 정책공모 2018’에서 이재명 경기도지사와 수상 시·군이 기념사진을 찍고 있다./경기도 제공
<국세청> ◇ 고위공무원 가급 ▲ 중부지방국세청장 유재철 ◇ 고위공무원 나급 ▲ 중부지방국세청 징세송무국장 정재수 ▲ 〃 조사2국장 김태호 ▲ 〃 조사3국장 송기봉 ◇ 부이사관 전보 ▲ 중부지방국세청 납세자보호1담당관 김재웅 ▲ 〃 조사4국 조사1과장 박해영 ▲ 〃 조사4국 조사2과장 이현규 ◇ 과장급 전보 ▲ 중부지방국세청 운영지원과장 최인순 ▲ 〃 징세과장 이길용 ▲ 〃 조사1국 조사1과장 장철호 ▲ 〃 조사2국 조사관리과장 최재호 ▲ 〃 조사2국 조사2과장 박광종 ▲ 〃 조사3국 조사관리과장 김상윤 ▲ 〃 조사3국 조사1과장 박종태 ▲ 〃 조사3국 조사2과장 최회선 ▲ 안산 세무서장 권태성 ▲ 수원 세무서장 김기완 ▲ 성남 세무서장 박기현 ▲ 이천 세무서장 전상은 ▲ 경기광주 세무서장 나정엽 ▲ 남양주 세무서장 정평조 ▲ 기흥 세무서장 김진우 ▲ 〃 조사4국 징세송무팀장 전성구 ▲ 〃 조사4국 조사3과장 구재완 ▲ 서인천 세무서장 김중욱 ▲ 남인천 세무서장 신방환 ▲ 김포 세무서장 이상모 ▲ 부천 세무서장 류택희 ▲ 의정부 세무서장 정형엽 ▲ 포천 세무서장 염학수 ▲ 고양 세무서장 송우진 ▲ 동고양 세무서장 구제승 ▲ 광명 세무서장 정병룡
플라스틱 폐기물 문제가 심각하다. 플라스틱 폐기물을 외국에까지 보내서 국제적인 망신을 당하고 있는데 이는 국내에서 소화가 안 되기 때문이다. 중국이 올해 1월 플라스틱 폐기물 수입을 중단한 후, 한국 등 세계 여러나라는 폐기물을 동남아시아 국가로 보냈다. 그러나 플라스틱 폐기물 수입 중단 또는 규제를 선언하는 나라들이 잇따르고 있다. 폐기물을 받아들인 나라의 국민 반발은 갈수록 심해지고 있다. 대표적인 나라가 필리핀이다. 쓰레기가 섞여 재활용이 불가능한 한국발 불법 플라스틱 쓰레기가 필리핀으로 수출됐기 때문이다. 이 일에 대해 현지 환경단체들이 강력히 규탄했다. 현재 5천100톤에 이르는 컨테이너가 민다나오 국제 컨테이너항에 억류돼 있다. 그린피스를 비롯한 환경단체들은 불법 플라스틱 쓰레기를 한국 정부가 즉각 수거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지난해에도 5천여 톤의 한국 불법 혼합 폐기물이 현지 세관과 항만 당국의 명령으로 우리나라로 반송되는 일이 벌어져, 국제적 비난이 쇄도했는데 또 다시 이런 일이 발생한 것이다. 업자들의 비양심적인 작태가 문제지만 가장 중요한 원인은 우리나라에서 플라스틱이 너무 많이 생산돼 사용되고 있기 때문이다. 국내에서 플라스틱
정부가 24일 국무회의에서 최저임금 산정기준을 담은 최저임금법 시행령 개정안 심의를 보류했다. 대신 최저임금을 산정할 때 주 40시간 근무하면 하루가 나오는 법정 주휴 시간(유급으로 처리되는 휴무시간)은 포함하고, 기업과 노조가 협약하는 약정 주휴 시간은 근로시간과 임금에서 모두 제외하는 수정안을 31일 재심의한다. 노사 단체협약으로 유급휴일을 이틀까지 인정하기도 하는 대기업에서 최저임금 기준을 맞추지 못하자 마련한 봉합책이다.경영계는 최저임금 계산 때 주휴 시간을 근로시간인 분모에만 넣으면 최저임금이 20% 이상 올라 1만원을 넘고 대기업조차 최저임금을 위반하게 된다고 주장해왔다. 대법원은 주휴 시간을 주당 근로시간에 포함하지 않아야 한다고 수차례 판결했다. 이런 미해결 쟁점이 있는데도 정부는 법정·약정 주휴 시간을 모두 최저임금 산정에 포함하는 시행령 개정을 강행했다. 그 결과 벼락치기 수정안을 일주일도 채 되지 않는 재입법예고 기간을 거쳐 올해 마지막 날 다시 심의하게 됐다. 개정 시행령 적용이 당장 내년 1월 1일이다. 그간 정부가 한것이라곤 최저임금법 시행령 개정안 원안을 강행할 때 “주휴 시간을 최저임금 산정에 사용해온 그간의 행정 해석을 명문화한
인간이 관계를 유지할 수 있는 적정 친구의 숫자는 도대체 얼마나 될까. 국내에서 ‘발칙한 진화론’으로 번역된 책의 저자 옥스퍼드대 로빈 던바 교수는 “한 사람이 제대로 사귈 수 있는 친구의 수는 최대 150명”이라고 했다. 인맥이 아무리 넓어도 진짜 친구 수는 더 이상 늘어나지 않는다고도 주장했다. 이른바 ‘던바의 법칙’이다. 그는 ‘친구 3배수 법칙’이란 것도 발표해 주목을 받기도 했다. 곤란한 상황이 닥쳤을 때 도움을 청할 수 있는 진짜 절친은 5명, 그 다음 절친 15명, 좋은 친구 35명, 친구 150명, 아는 사람 500명, 알 것도 같은 사람 1천500명이라는 것이다. 물론 사람마다 다르겠지만, 국내 설문 조사에서도 ‘진짜 친구는 5명 이하’라는 응답이 70%를 차지한것을 보면 신뢰가 간다. 하지만 많은 사람들이 ‘절친’을 꼽는데 주저한다. 어려울 때 속을 터놓을 수 있는 친구는 ‘신뢰와 헌신’이라는 최고의 가치를 공유한 인생 동반자인데도 막상 순위를 정하려면 여간 어렵지 않아서다. 나이가 들어갈수록 더하다. 살다 보면 아는 사람은 많아 지지만 힘겨울 때 찾을 친구가 점점 없어져 그렇다. 최근 아주대병원이 70살 이상 노인 1천200 명을 조사한
송광사 /김인구 불일암, 무소유길을 걷는다. 후박나무 그늘 아래 아무것도 남기지 않은 법정의 뒤안길 푸르른 하늘은 푸르른 하늘을 쏟아내고 뭉게구름은 뭉게구름을 따라 돌아가지. 순연의 초록은 흐드러지는 초록으로 남아 느릿, 느릿 바람도 뒤짐 지고 걷는 불일암. 문득 고개를 드니, 아주 높은 곳에 뭉게구름이 떠 있는 것이다. 그 모습이 하도 고요하고 깊어, 시인은 호수의 밑바닥을 걷는 듯한 착각에 빠진다. 길섶에는 젖은 나무와 바위들이 짙은 가을에 흠뻑 취해 있다. 대나무도 온몸을 흔들며 늦은 가을의 서늘한 휘파람을 분다. 삼나무, 편백나무, 상수리나무도 각자의 자리에서 각자의 삶을 움켜쥐고 있다. 그런데 저기, 찻잎처럼 맑고 그윽한 후박나무 아래 법정의 묵언이 소스라치는 듯하다. “푸르른 하늘은 푸르른 하늘을 쏟아내고 // 뭉게구름은 뭉게구름을 따라 돌아가”야 하는 무소유의 실천이란 숲으로 향하는 목어의 강렬한 집중이 아닐까. 느릿느릿 바람이 불어오고, 순연의 초록이 목과 어깨를 감싼다. 시인은 겨우 불일암에 도착한다. 눈이라도 쏟아지면 차라리 그윽하다고 할 것인가. /박성현 시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