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의 유서 /문설 어떤 불안이 꽃을 밀어 올린 것일까 잠깐 다녀간 볕의 끝을 맨 처음이라 생각해 몸을 옮겨 앉은 것은 분명 꽃의 착각 후회는 앞서가는 온도를 되짚어오는 일 내가 한때 걸었던 길은 겨울에 닿아 있고 그 먼 길을 되돌아 올 수 없어 봄의 그늘에 들었다 꽃의 체온으로 살아가는 저 빛깔 속에서 눈멀었다 깨어나자 내 속에서 잉잉거리는 연두의 황망 속절없이 하혈의 산 오르다 , 오르다가 문득 피는 것은 지는 것이므로 흙발 툭툭 털며 산이 열리고 일찍 불안을 피운 꽃은 새로 유서를 쓰지 않는다. 유서를 쓰는 마음은 비장하다. 유서를 쓰는 마음은 생의 아름다움을 안다. 유서를 쓴다는 것은 끝이 아니라 다음을 기약한다. 유서는 반드시 쓰는 것이 아니라 그리기도 한다. 남기기도 한다. 구름이 흘러간 곳에 파랗게 남은 하늘은 구름의 유서다. 누군가 갯벌을 가며 끝없이 남긴 발자국도 온몸으로 쓴 유서다. 유서는 영혼과 영혼의 연결 고리다. 사는 것의 흔적이 유서고 유사는 문자로만 남는 것이 아니라 꽃으로 바람으로 별로도 남는다. 유서는 한 사람이 남기는 한 송이 꽃이 남기는 한과의 아름다운 눈물방울 같은 것이다. 모든 생의 의미 사랑의 의미를 내포한다. 꽃은 꽃
어느 자리에서나 잘 먹는 사람이 있다. 그런데 잘 먹는 선을 넘어 자기가 좋아하는 음식이나 맛있는 메뉴에 꽂히면 마치 굶주린 사자처럼 폭풍흡입을 하는 사람이 있다. 이런 사람을 가리켜 아귀처럼 먹는다고 놀림조로 말하는데 아귀란 문자 그대로 굶어 죽은 귀신이다. 그냥 귀신도 아니고 굶어 죽은 귀신이니 얼마나 먹을 것에 포한이 졌을지 상상이 간다. 그러다 보니 다른 사람들과의 대화는 물론 누구 쳐다보며 남을 배려하고 말고 할 마음은 전혀 없고 오직 밥알 하나라도 더 넣어야 하겠다는 기세로 음식을 퍼 넣느라 여념이 없다. 이 아귀는 살아 있을 때 굶주리다 배가 고파 죽은 귀신이라고 생각했었다. 그러나 그건 섣부른 선입견에 불과했다. 글자를 읽고 얼핏 사전적의미로 해석을 하면 그렇지만 사실은 오히려 그 반대였다. 자기밖에 모르고 남에게 물 한 모금 줄 줄도 모르고 식탐이 워낙 커서 무슨 음식이든 혼자만 배부르게 먹다 죽은 사람이 죽어 저승에 가면 아귀가 되어 떠돈다고 한다. 아귀의 형상은 대충 이렇다. 입은 커서 머리의 반을 차지하는데 비해 목은 가늘고 길게 생겼다고 한다. 거기에 배는 어찌나 불룩하던지 산달이 돌아오는 임산부처럼 보인다고 한다. 커다란 입으로 음식
다음 달 13일 오후 1시 서울 영등포구 공군회관에서 ‘양심에 따른 병역거부자 대체복무제’ 마지막 공청회가 열린다. 이 공청회에서는 정부의 단일안을 설명할 예정이다. 현재 국방부가 검토 중인 ‘양심적 병역거부자’를 위한 대체복무 방안은 36개월 교정시설(교도소) 합숙근무인 것으로 알려졌다. 국방부는 그동안 ▲복무 기간-36개월(1안)과 27개월(2안) ▲복무기관-‘교정시설로 단일화(1안)’와 ‘교정시설과 소방서 중 선택(2안)’ 등 대체복무 안을 제시했었다. 복무기간이 36개월인 것은 산업기능요원과 공중보건의사 등 다른 대체복무의 복무 기간이 36개월 안팎이기 때문이다. 아울러 양심적 병역거부가 병역기피 수단으로 악용되는 것을 방지하기 위한 것이다. 현역 육군 병사의 복무기간은 현재 21개월인데 2021년 말까지 18개월로 줄어든다. 대체복무는 2020년 1월부터 시행되므로 현역 병사들보다 2배를 복무하라는 것이다. 복무기관을 교정시설로 단일화시키려는 이유는 군 복무 환경과 가장 유사하고 합숙근무가 가능하기 때문이다. 대체복무자들은 교도소 내에서 주야로 합숙근무하면서 교도관들과 함께 취사나 물품 보급 등 업무를 수행하게 된다. 그들의 ‘종교적 신념’이나 ‘양
음주운전 인명피해에 대한 처벌 수위를 높인 특정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특가법) 개정안이 29일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다. 오늘부터 부터 적용될 일명 ‘윤창호법’으로 불리는 음주운전 처벌강화법은 특가법 개정안과 도로교통법 개정안으로 나뉜다. 이날 본회의에서 의결, 최종 확정된 개정 특가법은 음주운전으로 사람을 사망하게 한 경우 법정형을 현행 ‘1년 이상의 유기징역’에서 ‘무기징역 또는 3년 이상의 징역’으로 상향 조정했다. 법안중 가장 눈에 띠는 것은 형량이 대폭 강화됐다는 것이다. 하지만 당초 법제사법위원회에 상정된 원안에서는 음주운전으로 인한 사망사고의 최소형량이 ‘5년 이상의 징역’이었으나, 법안소위 논의 과정에서 ‘3년 이상의 징역’으로 수정돼 일각에서는 원안보다 후퇴했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음주운전으로 사람을 다치게 했을 때 형량을 ‘10년 이하의 징역 또는 500만원 이상 3천만원 이하의 벌금’에서 ‘1년 이상 15년 이하의 징역 또는 1천만원 이상 3천만원 이하의 벌금’으로 강화했다. 그러나 이 또한 음주운전의 심각성을 제대로 인식하지 못하고 있는 게 아니냐는 의심을 갖게 한다. 이에대해 법사위는 “처벌 하한이 3년 이상 징역인 상해치사죄나
유럽에서 발상한 아이디어를 미국에서 실용화하고 일본에서 상품화한다는 말이 있다. 기술문명의 원천이 인문학이라는 것을 에두르는 말이다. 누가 뭐래도 유럽은 인문학의 선진사회다. 지금도 그렇고 과거에도 그랬다. 당시 첨단기술이던 대부분의 발명품은 유럽에서 시작된 것들이므로 미루어 짐작할 수 있다. 최근의 첨단기술의 원천 아이디어도 대부분 유럽에서 발상된 것들이다. 요즘 가장 주목을 끄는 바이오산업의 핵심 줄기세포기술과 인공지능기술의 로직기술도 그 발상지는 유럽이다. 필자가 지난 4월에 발표했던 소설 ‘칠십일의 비밀’을 시작할 때였다. 역사적 사실을 엮는 소설이므로 많은 사료와 자료가 필요했다. 자료 수집을 위해 동분서주했다. 동학농민혁명은 우리의 역사다. 우리 근현대사에서 빼놓고 얘기할 수 없는 대사건이다. 그런데도 우리의 연구학자들이 내놓은 자료와 사료로는 부족했다. 하지만 일본의 자료는 달랐다. 자신들과 직접적인 관련이 없는 동학농민혁명의 역사였지만 학자는 물론 상당수의 일반인들까지도 연구에 참여하고 있었다. 그럴만한 이유가 있었다. 다양한 지원제도가 작동하고 있었기에 가능했던 것이다. 누구나 연구에 참여할 수가 있는 환경이 조성되어 있
“경험은 결코 나이 들지 않아요(Experience never gets old).” 몇 해 전 개봉했던 영화 ‘인턴’에서 배우 로버트 드 니로가 한 말이다. 영화에서 그는 70세의 나이에 유명 패션 회사에 인턴으로 취업해 열정적인 태도로 임해 기대가 없었던 젊은 대표의 마음을 연다. 적지 않은 나이에도 업무에 열정적으로 임했던 이유는 일을 통해 자신의 능력을 발휘함으로써 보람을 느꼈기 때문이다. 이렇듯 일을 하는 것은 개인의 삶의 활력소이며 나아가 국가 경제의 뒷받침이 된다. 그러나 IMF 외환위기 이후 일자리 문제가 사회적 이슈로 대두된 지 20여 년이 흘렀지만 해결은 쉽지 않다. 특히 최근에는 청년실업뿐만 아니라, 중·장년층 실업까지 악화되면서 전 세대에 걸친 높은 실업률이 사회적 문제로 떠올랐다. 통계청이 발표한 ‘10월 고용동향’에 따르면 올해 10월 실업률은 3.5%로, 2005년 10월 이후 최고치다. 특히 실업자 수가 30대에서는 1만 3천명, 40대 3만 5천명, 50대 3만명이 증가하였다. 대부분의 40·50세대가 한 가정의 가장임을 고려할 때, 중&mi
안양호계두산위브 두산건설이 안양시 동안구 호계동에 ‘안양호계두산위브’를 29일부터 분양한다. 호계두산위브는 지하 2층, 지상 37층 8개동으로 모두 855세대의 재개발 단지다. 일반분양물량은 전용면적 ▲36㎡ 20가구 ▲43㎡ 5가구 ▲59㎡ 15가구 ▲70㎡ 159가구 ▲84㎡ 215가구 등 414가구다. 모든 세대가 국민주택규모인 84㎡이하의 중소형 실속 평형으로 구성된다. 호계두산위브는 재개발 단지로 기존에 갖춰진 생활 인프라를 누릴 수 있다. 인근 1㎞ 내에 홈플러스, 롯데백화점, 뉴코아아울렛, 롯데마트, 안양농수산물도매시장이 인접해 있고 인근에 평촌아트홀, 한림대학 성심병원 등 평촌신도시의 풍부한 생활 편의시설을 이용할 수 있다. 여기에 안양천, 호계근린공원, 자유공원등도 도보권에 있다. 교육 여건도 우수해 반경 1㎞ 이내에 호성초, 호원초, 호계중, 평촌시립도서관, 평촌학원가 등의 교육시설도 위치한다. 지하철 1·4호선 환승역인 금정역이 직선거리로 1㎞ 이내에 위치해 있고 서울 외곽순환도로 산본 IC와 평촌 IC, 제2경인고속도로, 서해안고속도로, 영동고속도로, 수원~광명간고속도로, 1번 국도 등이 가까이 위치해
우리나라에 고추가 보급되기 이전엔 김치를 소금에 담갔다. 이런 역사를 유추해 볼 때 지금도 11월 초 통째 혹은 크게 썬 무를 짜지 않은 소금물을 가득 부어 담그는 동치미는 가장 먼저 시작된 김치의 기본형이라 할 수 있다. 겨울 저장식품이라고 해서 조선시대엔 동치미를 ‘동침(凍沈, 冬沈)’ 또는 ‘동침저(凍沈菹)’라 불렀다. 겨울에 물에 담가서 먹는 김치 혹은 겨울에 국물이 언 김치라는 뜻이다. 그런 명칭이 세월이 지나며 일반인들이 한자어 ‘동침’을 동침이 혹은 동치미라고 부르면서 지금의 이름이 됐다고 한다. 동치미, 특히 국물은 옛날에도 겨울철 별미 음식을 만드는데 중요한 재료로 사용됐다고 한다. 조선시대 요리책 규합총서(閨閤叢書)엔 동치미 국물 이용을 이렇게 적고 있어서다. ‘겨울에 익은 후 먹을 때 배와 유자는 썰고, 그 국에 꿀을 타고 석류에 잣을 흩어 쓰면 맑고 산뜻하며, 그 맛이 매우 좋고, 또 좋은 꿩고기를 백숙으로 고아서 그 국의 기름기를 없애고 얼음을 같이 채워 동치미 국에 붓고, 꿩고기 살을 섞어 쓰면 그 이름이 이른바 생치김치이며, 동치미국에 가는 국수를 넣고 무, 오이, 배, 유자를 같이 저며 얹고, 돼지고기와 계란 부친 것을 채 쳐서
무궁화 열차 /한소운 절실하지 않아도 이별은 쓸쓸하여 플랫폼으로 들어오는 느린 강물 같은 기차 철컥철컥 마음을 흔듭니다 비행장도 KTX도 없는 안동역 갑자기 술래가 된 듯 무궁화 꽃이 피었습니다 두 번 세 번 뒤 돌아봅니다 텅 빈 객실, 어디에 숨어야할까요 철커덕철커덕 창밖의 풍경만 무심히 쳐 냅니다 조금 전에 헤어진 사람보다도 더 외로운 기차 슬프도록 아름다운 길 하나가 기차의 꽁무니를 따라 갑니다 차창 밖 나비의 눈썹 끝에도 무궁화 꽃이 피었습니다 중앙선 철로인 안동역에는 KTX는커녕 새마을호도 서지 않는다. 그렇다고 호사스런 비행장은 아예 존재조차도 하지 않는다. 느릿느릿한 무궁화호만이 안동역으로 오고갈 뿐이다.그런데 참 이상도 하지. 기차는 왜 우리를 늘 낭만과 환상으로 이끌고 가는 것일까. 버스나 택시 혹은 비행기와는 확연히 다른, 어떤 알 수 없는 아련한 슬픔 같은 것이, 애잔한 그리움 같은 것이 기차에는 서려 있다. 긴 여운 같은 기차의 형상이 만들어내는 조화일까. 아니면 한정된 철로만을 달려가야 하는, 잠시의 이탈과 탈선도 결코 용납되지 않는 철저히 고독하도록 운명 지어진 기차의 행로가 유발하는 연민 때문일까. 아무튼 기차를 타는 사람은 이별
아파트 분쟁으로 인한 고소·고발로 법적 소송까지 이어지는 사례가 빈번하게 나타나고 있지만, 이를 중재하기 위한 마땅한 장치가 없어 이로 인한 피해는 고스란히 주민 몫으로 돌아가고 있다. 아파트의 특성상 이러한 감정대립과 법적 해결은 함께 사는 공동체로서의 기반을 위협하는 요인이 되고 있다. 공동주택관리령은 이러한 분쟁이 발생했을 때 법적 처리분쟁 이전에 원만하게 분쟁을 해결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해 지방자치단체장이 분쟁조정위원회를 구성·운영할 수 있도록 하고 있으나 유명무실하다. 아파트관련분쟁을 보다 효율적으로 처리하기 위해서는 행정기관의 적극적 행정행위가 요구되는데 이때의 적극적 행정행위란 흔히 오해되듯 행정기관의 규제강화가 아니라 입주자들의 자치능력 고양을 위한 정보제공, 분쟁조정, 교육 등 차원 높은 행정서비스가 돼야 한다. 그동안 아파트분쟁의 경우 사유재산이라는 이유로 자율과 규제개혁이라는 미명 하에 방치되는 경향이 있었으며 이러한 병폐는 아파트문제를 더욱 복잡하게 꼬이게 해왔기 때문이다. 여기서 공동주택관리법에서 입주자대표회의(이하 입대의)는 입주민의 대표기관으로서 입대의에서 의결한 사항들이 제대로 다른 기관 및 집행에서 권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