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등 종교에서조차 교조를 신격화하는 경향이 농후하다. 대승불교에서도 당연하게 부처를 신격화한다. 그러나 초기불교 경전에서는 2천500년도 훨씬 전의 역사적 붓다를 인간적인 존재로 조명하고 있으며 현대에 이르러서 유럽의 불교학자들은 붓다를 인간적으로 표현하는 경향이 있다. 부처님 재세시와 초기불교 관점에서는 한 사람의 인간이라 부르지 않고 초월적이고 절대적 존재로 부각한다는 부분도 있지만, 한국 불교계에서도 인간 붓다라는 말은 상당한 영향력을 갖고 있으며 그러한 주장의 연원은 멀리 유럽에서까지 소급한다. 유럽에서 불교학이 처음 형성될 때 주로 문헌 속에서 붓다의 모습을 찾아가면서 붓다를 인간적인 존재로 보고자 하였다. 일본에서도 ‘인간 붓다’론이 나오는데 대표적인 학자가 나카무라 하지메(中村元)이다. 부처님을 말할 때 ‘고타마’, ‘그대’, ‘선인(仙人, isi)’, ‘성자(聖者, muni)’라고 불렸으며 나중에 나오는 ‘초신(超神, atideva)’ 혹은 ‘신들의 신(devadeva)’으로 불리었다는 부분이 있다. 오래된 부분에서 붓다를 인간적으로 묘사하였고 후대에 성립된 부분에서 신격화 되었다는 것이다. ‘고타마’ ‘그대’ 등으로 불리는 형태와 ‘초신’,
미국에 할리우드가 있다면 인도엔 발리우드가 있다. 봄베이(Bombay, 1995년부터 뭄바이로 명칭 변경)와 할리우드를 합친 말이다. 발리우드의 아미타브 바찬이란 유명 배우이자 프로듀서가 자신의 재산을 털어 자신 고향에사는 농부 1천398명의 은행 빚을 갚아줬다고 한다. 그는 올해 초에도 농부 350명의 빚을 대신 갚아준 바 있다. 우리나라도 농민들이 부채에 허덕이고 있지만 인도에서는 경제난을 견디지 못한 농부들이 자살하는 일이 비일비재하다고 한다. 1995년 이후 30만 명 이상이 자살했다는 것이다. 특히 수십 년 내 최악의 가뭄을 겪었던 지난 2016년엔 뭄바이시 동쪽 마라스와다 지역에서 110일 동안 320명의 농부가 자살하기도 했다. 이런 형편에서 빚을 갚아주는 바찬은 지옥에서 만난 부처님이나 다름이 없을 것이다. 농부들의 빚을 대납해주면서 “내면에 평화가 퍼진다”라는 그의 말이 지워지지 않는다. 생활고와 부채에 시달리다 스스로 목숨을 끊는 것은 남의 나라 일이 아니다. 우리나라에서도 이런 일이 자주 일어난다. 지난 8월에는 충북 옥천에서는 빚 문제로 신변을 비관한 40대 가장이 세 딸과 부인을 살해하고 본인도 자살을 시도하기도 했다. 이런 사례는 주
경제사회노동위원회가 어제 공식 출범했다. 경사노위는 ‘다 함께 잘 사는’ 포용사회 실현을 위해 경제·사회적 핵심 현안들을 사회적 대타협으로 풀기 위해 기존 노사정위원회 참여 대상을 크게 넓혀 만든 기구다. 그래서 노사 단체뿐 아니라 청년, 여성, 비정규직, 중소·중견기업, 소상공인 대표들이 최고 의결기구인 본위원회 대표로 참여한다. 현행법상 18명으로 구성된 본위원회가 민주노총 불참으로 17명 체제로 출발하는 것은 아쉽다. 우리 사회에 대타협으로 풀 과제들은 많다. 비정규직 문제, 노동시간 단축 등 당면 현안도 있고 고용 없는 성장, 경제 불평등, 저출산 고령화 등 멀리 보고 해결할 과제도 있다. 그중 눈앞의 큰 현안은 탄력근로제 단위기간 확대 문제다. 업무 특성상 집중근무가 요구되는 정보기술(IT), 건설업종 등 일부 업종에서는 탄력근로제 기간 확대의 현실적 필요성이 엄존한다. 그렇다고 탄력근로제 기간을 무턱대고 늘려주는 건 답이 아니다. 근로자 건강권이 훼손되거나 연장근로수당이 주는 문제가 있어서다. 객관적 실태조사를 바탕으로 보완책을 내놓아야 한다. 국민연금 개혁도 핵심 논의 과제다. 현행 국민연금 구조는 덜 내고, 더 받는 구조다. 저출산 고령화로 노
인천의 한 아파트 15층 옥상에서 한 중학생이 4명의 동급생에게 집단 폭행을 당하다가 추락해서 사망한 사건으로 인해 전 국민의 공분을 사고 있다. 더욱 가슴 아픈 것은 러시아인 어머니가 홀로 키우던 아이였다는 사실이다. 그러니까 어머니는 러시아인, 아버지는 한국인인데 지금 이혼한 상태이기 때문에 러시아인 어머니하고만 살고 있는 상태였는데 초등학교 때부터 이런 집단 괴롭힘을 당해 왔다고 한다. 몇 년 전 신문에서 본 기사가 떠올랐다. “불을 지른 뒤 쾌감을 느꼈다.” 혼혈이라는 이유로 왕따를 당해오던 10대가 주택가에서 잇따라 불을 지르다 경찰에 붙잡힌 후 한 말이다. 러시아인 어머니와 한국인 아버지 사이에서 태어난 정 군은 경찰에서 “(혼혈이란 이유로) 항상 반쪽밖에 인정을 못 받는 느낌이었다”며 그는 “불을 보면서 쾌감을 느꼈고 즐거웠다”고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다. 두 사건 모두 일어나선 안 될 불행한 사건이지만 중요한 것은 엄연히 모두 우리가 살고 있는 한국에서 일어났다는 사실이다. ‘개천에서 용 못 나온다.’ 요즘 자주 회자되는 말이다. 한 세대 전만 해도 열심히 노
방한 관광객은 2005년 6백만 명에서 2016년 1천 7백만 명을 넘어선 뒤 2017년 1천 3백만 명이 방문하였고, 2018년도는 1천 4백만 명 수준으로 추정되고 있다. 2017년도는 사드에 따른 중국 단체관광객의 방한 제한에 따라 전반적으로 관광객이 감소했다. 2017년 하반기부터 중국 일부 지역의 단체관광 제한이 해제되고 있으며, 현재는 전면해제의 분위기가 감돌고 있다. 사드 여파에 따른 한한령은 전체적인 방한 관광객 감소를 가져오기는 했지만, 동남아시아 국가 등을 대상으로 한 방한 관광객 유치 다변화는 우리나라 관광의 뜻밖의 성과로 이어지기도 했다. 2019년도에 중국의 한한령 전면해제가 시행된다면, 2016년을 상회하는 방한 관광객 유치실적도 예상할 수 있다. 이처럼 양적인 측면에서 방한 관광객의 성장을 기대할 수 있을 것이다. 양적인 성장과 더불어, 관광의 질적인 성장을 위해서는 일부 특정지역의 집중이 아닌 우리나라 전체를 대상으로 균형 잡힌 방한 관광객 유인이 필요하다. 그러나 현실은 그렇지 않다. 문화체육관광부와 한국관광공사에서 발표한 ‘2017 외래관광객 실태조사’의 방한 외래관광객 방문유형은 수도권 한정 62.8%
▲김창진씨 별세, 김영철(이엠토건 회장)·병철(서울신문 사회2부 부국장)·현철(이엠토건 대표이사)씨 부친상, 김태희(경기일보 정치부 기자)씨 조부상= 21일 오전 6시, 아주대병원 장례식장 1호실, 발인 23일 오전 9시. ☎ 031-219-6654 삼가 명복을 빕니다
주부의 가사노동 가치는 오랫동안 지속돼온 논란거리다. 끝없이 이어지는 집안일의 경우 들이는 노력과 시간에 비해 과소평가되기 일쑤인 까닭이다. 이같은 개념은 세월이 지나도 좀처럼 변할 기미를 보이지 않았다. 하지만 여권(女權) 신장과 더불어 바뀌기 시작, 지금은 가사(家事)가 경제적 가치를 지닌 노동의 개념으로 정착되고 있다. 물론 아직도 쓰임새는 제한적이다. 이혼법정의 재산분할, 교통·의료 사고를 입은 전업주부에 대한 손해배상이나 보험금 산정 때 정도다. 그나마 명확한 기준도 없고, 법원 인용도 재판부마다 제각각이다. 이런 가운데 여성 한 명이 1년간 수행하는 가사노동의 경제적 가치는 남성이 담당하는 가사노동 가치의 3배가 넘는 것으로 조사됐다는 보고서가 나왔다. 최근 통계청이 공개한 '가계생산 위성계정 개발 결과(무급 가사노동가치 평가)'보고서와 이에 기반을 둔 통계청의 분석 등에 따르면 2014년 기준 연간 무급 가사노동의 가치는 여성이 1인당 1천76만9천원, 남성이 1인당 346만9천원이었다. 또한 통계청은 무급 가사노동의 가치가 연간 361조 원으로 계산 됐다고도 밝혔다. 이 액수는 명목 국내총생산(GDP)대비 24%에 이른다. 시
기억이 나를 본다? /박홍점 귀와 눈을 새로 사줄게? 씻어놓은 흰 개미알들을 엎지르듯 쏟아 부은 말들을 모두 주워 담을게 제발 잊어줄래? 내가 너를 화장실 안에서 때린 거 보행기 안의 너를 샌드백처럼 후려친 거 우는 너를 건축 공사장 소음 속으로 밀어 넣은 거 다시는 돌아오지 않았으면 좋겠어 저절로 간절했던 기도를 까마득히 잊었으면 좋겠어 머리칼과 눈썹을 새로 달아 줄게 뇌수를 새로 부어줄게 아가야, 뜨겁게 하루를 달구었던 태양이 물에 몸을 담그는 시간 나는 네 머리맡에서 걸리버 여행기 톰소여의 모험같은 이야기의 첫 장을 이제 막 펼쳤어 이라와 누우렴, 아가야 붉은 얼룩의 기억을 지우고 또 지울게 일정한 슬픔 없이 어린 시절이 떠오를 수 있을까. 그러나 만일, 내가 너에게 씻을 수 없는 아픔을 주었다면, 어떻게 용서를 구해야 할까. “내가 너를 화장실 안에서 때린 거”/보행기 안의 너를 샌드백처럼 후려친 거/우는 너를 건축 공사장 소음 속으로 밀어 넣은 거”. 날카로운 기억들을 중심으로 얼만큼 더 멀어져야… 너와 나는 망각(妄却)의 강을 건널 수 있을까. 우리의 결별이 가을을 스쳐가는구나. 낙과(落果)의 시간이 한
인간은 말을 할 수 있는 존재이기에 위대하면서도 동시에 많은 문제점도 가지고 있다. 우선 말은 한사람의 입에서 나오지만 수많은 사람의 귀로 들어간다는 사실을 기억해야 한다. 말에는 커다란 힘이 있다. ‘중구삭금’이라는 말이 있다. 뭇사람의 말은 쇠같이 굳은 물건도 녹여 낸다는 뜻이다. 한 알에서 시작된 한 줌의 모래가 모여 백사장을 이루듯 개인의 생각과 표출되는 말 한마디가 모여서 여론을 형성하고 사회를 움직이기에 개인의 말 한마디가 얼마나 중요한 것인지는 우리가 익히 알고 있는 바이다. 우리가 몸담고 있는 크고 작은 조직의 공동체에서도 마찬가지다. 조직이 바르게 이루어지기 위해서는 구성원들의 의견이 신속하고도 적절하게 반영되어야 하고 그러기 위해서는 집단에 속해 있는 각자의 의견과 생각이 표출되어야 할 것이다. ‘귀찮으니까, 그냥 굿이나 보고 떡이나 먹으면 되지, 누군가는 하겠지’라는 생각으로 쉬쉬하거나 침묵을 처신의 덕목으로 삼을 때 조직이나 단체의 운영은 생동감과 활력이 넘치는 대신 독선과 아집에 의한 권위주의로 채워질 것이기 때문이다. 다만 그러한 외침이 생명력을 갖기 위해서는 명확한 근거나 증거에 입각해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