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는 통치하는 것과 통치받는 것을 번갈아하는 것”이라고 아리스토텔레스가 말한 것처럼 고대 그리스 아테네에서는 1년 단임의 선출직을 많은 사람들이 번갈아가며 했다. 흥미로운 사실은 선출방식이 ‘클레로테리온’이라는 제비뽑기 도구를 사용한 우연의 변수였다는 점이다. 때문에 아테네 시민들은 당시의 입법·사법·행정과 외교 담당 선출대표직들을 대단한 인물로 보지 않았고 언젠가 자신도 수행할 자리로 생각했을 것이다. 이로써 민주주의 발원지로 알려진 고대 아테네의 제비뽑기제도는 인물들 간의 우위 없이 대표선출과정에서 시민의 자격이 모두 동등하게 인정되었음을 알게 한다. 시민의 수, 즉 피유권자가 6만 명 미만이었던 아테네에서 가능했던 대표선출제도는 광범위한 영토와 많은 국민으로 구성된 국가에서는 시행불가한 제도임으로 간접대의정치를 하게 됨은 상식이다. 오늘날 우리에게 익숙한 선거방식의 유래는 프랑스혁명 이후 공화국의 시작에서부터 확산되었다고 한다. 하지만 지금처럼 성인남녀 모두가 1인 1표를 행사하기까지는 오랜기간 우여곡절이 많았다. 미국과 유럽의 각국들은 초창기 백인남성들만 투표할 수 있었다. 이후
6·13 전국동시지방선거와 국회의원 재보궐 선거가 일주일 앞으로 다가왔다. 각 가정으로 투표안내문과 선거공보가 배달됐고 선거유세는 절정을 향해 치닫고 있다. 이처럼 분위기가 뜨거워지면서 선거판이 혼탁해지고 있다. 공직선거법 위반 사건이 벌어지고, 후보 간 고소·고발도 이어진다. 박상기 법무부장관과 김부겸 행안부 장관이 최근 발표한 대국민 담화문에 담긴 내용처럼 SNS를 이용한 가짜뉴스의 생산과 유포 등 새로운 유형의 선거범죄가 늘어나고 있다. “그동안 우리 선거문화가 많이 개선되고, 후보자와 유권자의 의식수준도 크게 향상됐으나 여전히 흑색선전 등 불법·탈법 선거운동이나 일부 공직자의 선거개입을 걱정하지 않을 수 없다”는 두 부처의 담화문에 공감한다. 불법선거운동에 대해 엄정 조치하겠다는 의지를 강력히 표명했지만 이 시간에도 상대 후보를 향한 비난과 네거티브 등 구태는 여전히 벌어지고 있다. 이런 일은 선거가 끝나고 당락 여부와 관계없이 무관용의 원칙으로 의법 조치해야 할 것이다. 특히 경기도지사 선거를 비롯해 전국 곳곳에서 벌어지는 네거티브 공격을 보면서 눈살이 찌푸려진다. 이에 대해 한 선거 전문가
인천지방경찰청이 뒷돈을 받고 불법 개조된 견인차량을 검사 때 통과시켜 준 차량 검사소를 적발했다고 한다. 인천지방경찰청 교통조사계는 경기도내 모 자동차정비검사소 검사팀장 A(60)씨 등 검사소 관계자 3명을 자동차관리법 위반 혐의로 조사하고 있다. 이 검사소는 불법개조 차량을 검사에서 통과시켜주기로 소문이나 전국에서도 큰 인기를 끌 정도라고 한다. 최종 조사결과를 지켜봐야 하겠지만 이것이 사실로 드러날 경우 큰 문제가 아닐 수 없다. 이 자동차정비검사소는 지난 2016년 8월부터 불법 개조된 견인차량 600여 대의 종합·정기검사를 통과시켜주고 7천여 만원을 받아 챙긴 혐의를 받고 있다. 검사원 A씨 등은 사고 현장에 먼저 도착하기 위해 불법으로 출력 장치를 조작하거나 경광등을 설치한 차를 아무 이상이 없는 것처럼 꾸며 검사를 통과시켜줬다는 혐의를 받고 있다. 이 대가로 1대당 검사료를 포함해 5만∼12만원을 받은 것으로 조사됐다. 가뜩이나 도로의 무법자로 불리는 게 견인차량이다. 신호위반은 물론 난폭운전으로 시민들을 불안에 떨게 한다. 경찰은 A씨 등에게 불법 차량 검사를 의뢰한 렉카 운전기사 670여 명의 인적사항을 확보했으며 이들 가운
정당과 관계없는 교육감 선거에서 학부모들은 자녀들의 미래에 더 관심이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6·13 지방선거 인천시교육감 선거는 진보진영 단일 후보가 보수진영 2명의 후보를 7~8%p차로 앞서고 있다. 이는 진보를 지향하는 교육감과 보수를 표방하는 교육감에 대한 지지도가 큰 차이를 보이지 않는 것으로 대변된다. 자식 사랑에는 진보나 보수보다 아이들의 미래가 더 중요하다는 방증이기도 하다. 이번 여론 조사 결과, 후보 적합도에서 진보진영 도성훈 인천시교육감 후보는 25.3%의 지지를 얻어 17.9%와 16.8%를 얻은 최순자 인천시교육감 후보, 고승의 인천시교육감 후보를 각각 7.4%p 8.5%p 앞서고 있다. 도 후보는 전 지역에서 두 후보를 앞섰으며 60대 이상을 제외한 연령층에서 앞섰다. 우선 북부권(부평·계양구)에서 도 후보는 27.1%를 얻어 최 후보(18.9%)와 고 후보를(15.6%) 물리쳤다. 또 남부권(연수·남동구)에서도 26.0%를 얻은 도 후보는 17.7%, 17.6%를 얻는 데 그친 최 후보와 고 후보에 앞섰으며 중부권(중·동·남구) 역시 26.3%를 얻어 고 후보(18.6
중앙선거관리위원회는 4일 제7회 전국동시지방선거 투표소 1만4천134곳을 확정했다. 선관위는 유권자가 투표소를 찾는 데 어려움이 없도록 지난해 5월 대통령선거 때의 투표소를 대부분 그대로 사용하기로 했다. 다만 전체 투표소의 6.7%에 해당하는 948곳은 위치가 변경돼 유의해야 한다. 변경 사유로는 투표시설 및 접근 불편이 370곳(39.0%)으로 가장 많았다. 이어 투표구 신설(174곳), 투표구 관할구역 변경(155곳), 근무 및 영업으로 인한 사용 불가(78곳) 순이었다. 선관위는 투표소가 바뀐 곳에는 종전 투표소 입구에 안내 현수막을 걸어 변경된 투표소 위치를 알릴 계획이다. 아울러 선관위는 각 가정에 투표안내문과 후보자 선거공보물을 발송했다. 영내 또는 부대에 근무해 별도로 공보물을 신청한 군인과 경찰공무원 31만587명에게도 발송을 완료했다. 선거공보물에는 후보자의 정책·공약과 재산·병역·세금납부 및 체납사항·전과 기록 등이 담겼다. 투표안내문에는 선거인의 성명과 선거인명부 등재번호, 투표장소, 사전투표와 선거일투표 방법 등이 게재돼 있다. 선거공보물은 전국적으로 약 6억4천만 매, 투표안내문은 2
지난 2005년 케냐는 독립 이후 처음으로 치러진 개헌안 투표의 용지에 바나나와 오렌지 그림을 그려 넣었다. 절반에 달하는 문맹 유권자를 위해 찬성하면 바나나에, 반대하면 오렌지에 기표하게 하기 위해서였다. 문맹률에 있어서 둘째가라면 서러운 인도에서는 정당을 상징하는 다양한 그림들이 투표용지에 등장한다. 일상생활 속에서 쉽게 접할 수 있는 연꽃, 자전거, 손바닥, 자명종, 낫, 코코넛 등등. 1960년대 우리나라도 크게 다르지 않았다. 당시만 해도 문맹률이 높다 보니 출마 후보의 기호를 1·2·3 같은 아라비아 숫자 대신 막대 개수로 숫자를 대신했기 때문이다. 당시 치러진 참의원 선거엔 후보가 28명이나 출마해 막대를 28개나 그려 넣었다니 상상이 안 될 정도다. 용지색깔마저 칼라플 하게 바뀐 지금과 비교하면격세지감이 따로 없다. 그렇다면 나라별 기표는 어떻게 할까. 우리의 경우는 2005년에 등장한 ‘복(卜)’자 ‘기표봉’으로 원하는 후보를 찍도록 하도록 하고 있다. 문맹률이 높은 나라들도 기표 도구만 다를 뿐 우리와 비슷하다. 그러나 일본에서는 참의원 선거의 경우 유권자가 후보자 이름을 투표용지에 직접 써넣는 ‘자서(自書) 방식’을 택하고 있다. 표기를
나비를 읽는 법 /박지웅 나비는 꽃이 쓴 글씨 꽃이 꽃에게 보내는 쪽지 나풀나풀 떨어지는 듯 떠오르는 아슬한 탈선의 필적 저 활자는 단 한 줄인데 나는 번번이 놓쳐버려 처음부터 다시 읽고 다시 읽고 나비를 정독하다, 문득 문법 밖에서 율동하는 필체 나비는 아름다운 비문임을 깨닫는다 울퉁불퉁하게 때로는 결 없이 다듬다가 공중에서 지워지는 글씨 나비를 천천히 펴고 읽고 접을 때 수줍게 돋는 푸른 동사들 나비는 꽃이 읽는 글씨 육필의 경치를 기웃거릴 때 바람이 훔쳐가는 글씨 모든 것이 보드랍게 스쳐가는 봄. 그러나 모두에게 다 같은 봄은 아니다. 시인이 바라보는 봄, 정치인이 바라보는 봄, 직장인이 바라보는 봄… 등 우리는 모두 각기 다른 봄을 살아내고 있다. 시인은 아무나 할 수 없는, 아니 어쩌면 누구라도 할 수 있는 ‘나비를 정독하’고 ‘읽고 다시 읽’ 으며 골똘히 생각하고, ‘꽃에게 보내는 쪽지’를 유심히 살피면서 봄을 보내고 있다. 나비에게서 배우는 생은 가벼운 것일까. 무거운 것일까. 골똘히 들여다보는 시인의 눈빛이 문득 궁금하다. 나풀거리는 봄 앞에서 시인의 ‘낙
남북이 분단된 지 70년이다. 그동안 남북간에 숱한 긴장과 충돌이 있었다. 지난 10년만 해도 연평도 포격, 천안함 폭침 등 사건도 많았다. 그런 남북 갈등에 최근 해빙무드가 조성되고 있다. 물론 진정한 한반도 평화를 위해서는 갈 길이 멀다. 북핵문제가 전면에 등장하자 단순한 남북문제가 아니라 북미간의 문제가 되었다. 여기에 미중간의 패권다툼이 작용하고, 일본과 러시아가 끼어들어 아주 복잡한 양상이 전개되고 있다. 남북, 한미 정상회담에 이어 우여곡절 끝에 북미 정상회담이 열릴 예정이다. 긴박하게 돌아가는 국제정세 속에서 아쉬운 점은 우리 내부의 갈등이다. 관련국들 모두 자국의 입장에서 접근할 뿐 우리의 이익을 우선하는 나라가 있을 리 없다. 남남갈등을 이용하거나 부추길 뿐이다. 그런데도 국회는 4·27판문점선언 지지 결의안을 상정조차 못했다. 여당인 민주당은 “완전한 비핵화를 통해 핵 없는 한반도를 실현한다”는 판문점 선언 문구를 따 결의안 제목에 ‘한반도 비핵화’라는 문구를 명시하자고 했다. 반면 한국당은 ‘완전하고 검증가능하며 불가역적인 비핵화(CVID)’가 반영된 북핵 폐기
지난 주말에 딸 부부와 2살 난 손녀를 데리고 집 근처 냉면집에 갔는데, 식당 옆자리에 앉은 어르신네 일행이 손녀를 보더니 요새 아이 낳는 사람들은 애국자란 말씀을 하셨다. 사실 젊은 세대들 사이에 “결혼은 미친 짓이다”라는 인식이 있는 것이 사실이다. 자유롭게 살고 싶어서, 직장이 변변치 않아서, 돈이 없어서, 가사노동·독박육아를 견딜 자신이 없어서 등이 주된 이유일 것이다. 비혼 풍조로 인해 지난해 혼인 건수가 6년 연속 하락한 데 이어 1974년 이후 최저치를 기록했다고 한다. 혼인의 추락은 출산율 감소로 이어지며 이는 국가 인적자원의 감소로 이어지고 있다. 그러나 결혼을 통한 삶의 안정과 경제적 독립 그리고 자신의 유전자를 영원히 이어갈 아이를 낳고 키우는 행복 등의 이유로 결혼이라는 불확실성에 과감히 뛰어드는 것도 필요하다고 젊은 세대에 권하고 싶다. 우리 헌법 제36조 제1항은 ‘혼인과 가족생활은 개인의 존엄과 양성의 평등을 기초로 성립하고 유지되어야 하며, 국가는 이를 보장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적극적으로는 혼인과 가족을 지원하고, 소극적으로는 불이익을 야기할 수 있는 조치를 통해서 혼인
한국개발연구원(KDI)이 국책연구기관으로는 처음으로 ‘최저임금 인상 속도조절론’을 제기했다. 아직 최저임금 인상이 고용감소에 미친 영향은 없거나 아주 작지만, 대통령 공약에 맞추기 위해 내년과 내후년에 최저임금을 15%씩 올리면 고용시장에 심각한 충격을 주고 임금 질서를 교란할 수 있다는 것이 KDI 연구결과의 요지다. 그러니 부작용을 줄이려면 최저임금 인상속도를 조절해야 한다고 했다. 최저임금 인상이 고용에 미치는 영향을 놓고 김동연 경제부총리와 청와대 참모진 사이에 논쟁까지 벌어진 가운데 나온 연구결과여서 눈길을 끈다.최경수 KDI 선임연구위원이 4일 ‘KDI 포커스’에 발표한 보고서에 따르면 미국과 헝가리 사례를 적용해 도출한 한국의 올해 최저임금 인상에 따른 고용감소 효과는 최대 8만4천 명으로 추정된다. 하지만 지난 4월까지 인구둔화를 고려한 임금근로자 감소는 7만 명에 그쳤다. 여기서 제조업 구조조정 효과를 제외한 나머지가 최저임금 인상의 영향으로 볼 수 있는데, 그런 고용감소 효과는 아주 미미한 수준이라는 것이다. 그러면서 최저임금 근로자가 많은 15∼24세, 50대 여성, 고령층에서 일자리가 줄어든 5만8천 명의 일부가 최저임금의 영향을 받았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