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빛이 찬란한 화성행궁 팔달산 언덕에 위치한 행궁재 2층 데크에서 바라보면 화성행궁 광장과 수원시립아이파크미술관(이하 SIMA) 등 수원 구도심의 전망이 한 눈에 들어온다. 특히 하늘 전체가 티끌 없이 펼쳐져 있어 작업하다가 지쳤을 때 차 한잔을 들고 요즘처럼 단풍이 절정인 SIMA를 바라보면 따뜻한 삶의 위로가 밀려온다. 이제는 담아 두기보다는 나누고 건네며 비우는 성숙한 인생살이가 되어야 한다는 자각이 함께 오는 것도 큰 기쁨이다. 일 년에 한 번 아트프로젝트로 해외 전시 겸 투어에서 가장 큰 비중을 두는 것은 미술관 방문이다. 마음속으로는 국제적인 미술관이 되어야 할 SIMA와의 비교와 차이점으로 매우 복잡한 심경을 애처 감추며 냉정한 판단을 하려고 무척 노력한다. 2018수원-뉴욕 아트프로젝트를 진행한 뉴욕에서도 작가적 예민함은 변함이 없었다. 뉴욕 센트럴파크 옆에 있는 메트로폴리탄뮤지움(THE MAT)의 그 엄청난 소장 유물은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전시대와 지역에 걸쳐져 있고 대부분이 시민이 기증하여 민간 주도로 이뤄졌다. 또한 맨하탄 북쪽 워싱턴하이츠의 포트 트라이언 공원에 위치한 클로이스터스분관은 중세 유럽의 수도원 건축 양식으로 디자인되어 서양
올해는 세종이 조선의 4대 왕으로 즉위한 지 600년이 되는 해이다. 손무의 ‘손자병법’이나 미야모토 무사시의 ‘오륜서’, 클라우제비츠의 ‘전쟁론’은 현대의 기업이나 각종 조직에서도 널리 활용되고 있는 고전이다. 그렇다면 우리가 내세울 병서는 어떤 것이 있을까? 여기에 생각이 미치면 우리나라의 병학(兵學)을 공부하는 사람으로서 늘 안타까움을 느낀다. 전쟁은 사람의 생사는 물론 나라의 존망을 결정짓는다. 따라서 전쟁을 다루는 학문, 곧 병학은 피와 아우성을 바탕으로 정립된 학문이다. 따라서 병서는 처음부터 실학일 수밖에 없다. 사람들이 줄지어 길게 늘어서 있는 것을 ‘장사진’이라 표현하고, 충무공을 생각하면서 ‘학익진’을 떠올리는 사람도 있을 것이다. 이처럼 ‘진(陣)’이라는 용어는 현대에도 가끔 접할 수 있지만, 구체적으로 진법이 무엇인지 아는 사람은 거의 없다. 그러나 세종시대의 남자들에게 ‘진법’은 생존을 위해 반드시 익혀야 했던 생존기술이었다. ‘계축진설’은 세종 15년(1433) 7
■ DMZ 자전거 투어 2제 ‘한국군사정전에 관한 협정’, 1953년 7월 27일에 체결된 이 협정이 바로 한국의 전쟁 행위를 멈추게 한 휴전협정이다. 휴전협정이 체결되면서 남·북으로 각각 2㎞씩 병력을 배치하지 않기로 했다. 이 지역이 바로 비무장지대(DMZ)다. 군대의 주둔이나 무기 배치, 군사시설 설치 등이 금지된 곳이다. 민간인의 출입도 허락되지 않는다. 60여년이 넘도록 사람들의 출입이 통제된 만큼 환경 오염이나 파괴가 거의 없다. 이 때문에 생태계의 천연 보고라도 불린다. 민간인의 출입조차 허용이 어려운 이 일대를 자전거 라이딩을 통해 만끽할 수 있는 행사가 잇따라 열린다. 자전거로 민통선을 달린다- DMZ 자전거 투어 4일 파주 임진각 통문서 300여명 힘찬 출발 통일대교~군내삼거리~초평도~64통문 총 17.2㎞ 중급자 코스… 초급자는 13㎞ 완주 평화의 바람 가르며 DMZ 가을 풍경 만끽 DMZ 자전거 투어가 오는 4일 파주 임진각에서 열린다. 민간인출입통제선 북쪽을 자전거로 질주할 수 있는 국내 유일의 행사로 2010년부터 경기도와 경기관광공사가 개최하고 있다. 이날 투어에는 300여명이 참여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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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르바이트는 독일어의 일, 노동, 근로 등의 뜻을 가진 용어에서 유래된 말이다. 흔히 아르바이트는 우리말처럼 외래어화 하여 쓰이는데, 약칭 ‘알바’라고도 한다. 일반적으로 학생, 직장인, 주부 등이 돈을 벌기 위해서 학업이나 본업 이외에 부업으로 단기 혹은 임시로 하는 일을 말한다. 아르바이트를 하는 주체와 목적 등은 시대와 사회에 따라 변화되어 왔다. 최근에는 직장인이 별도의 추가적 수입을 얻기 위해 일한다든지 주부가 시간제 근무(part-time job) 형태로 부업을 하는 등 일시적·계절적으로 다양한 형태의 아르바이트가 행해지고 있다. 업종도 직업의 종류만큼 다양하다. 최근에는 아르바이트나 파트타임으로 생계를 유지하는 사람들을 자유(free)와 아르바이터(arbeiter)의 합성어인 ‘프리터(freeter)’라고도 한다. 경제가 어려운 요즘은 별의별 알바가 다 등장하고 있다. 정부가 최근 발표한 고용 확대 계획 가운데도 ‘알바’가 적지않게 차지 하고 있다. 어제 발표한 고용 계획만 보더라도 그렇다. 체험형 인턴 5천300명, 행정업무보조원 2천300명을 뽑는다고 했지만 대부분 단기 아르바이트 자리다. 50일짜리 ‘전세임대주택 물색 도우미’에 ‘빈 강의실
논 습지는 벼가 재배되는 논과 용·배수를 일컫는 것으로 최소 114개국의 논에서 벼가 경작되고 있으며 세계 인구의 절반 이상이 쌀을 주식으로 먹고 있다. 또한 논은 환경보전, 농촌활력 유지, 농촌경관 보전과 문화계승 등의 다양한 편리를 제공하기도 한다. 농업과학기술원에 따르면 1㏊당 연간 논의 홍수조절 능력은 2천944t, 지하수 함양량은 4천143t, 이산화탄소 흡수량은 21.9t, 산소 공급량은 15.9t, 나지(裸地)와 비교해 토양을 유실하지 않는 보전량은 110.8t이다. 이를 경제적 가치로 환원하면 홍수조절은 44조3천149억원, 지하수 함양은 1조7천694억원, 이산화탄소 흡수와 산소 공급 등 대기정화는 7조1천845억원, 토양보전은 1조5천69억원이다. 그러나 사회·경제적 변화로 인해 논의 면적은 감소하고 질(質)은 떨어지고 있다. 한국에서 논 습지는 1988년 135만8천㏊에서 2007년 107만㏊로 28만8천㏊가 줄었다. 지난 2월 26일 통계청이 발표한 ‘2017년 경지면적조사 결과’를 보면 2017년 논이 86만5천ha로 10년 만에 20만5천ha가 다시 줄었다. 이는 지난 30년 동안 해마다
모하비 사막 /황경식 땅끝 저 너머 무엇이 있을까 입술 굳게 다문 지평선 우리는 버스를 타고 먼길을 돌아갔다 금빛 징 깨어지듯 울려 퍼지고 어디선가 쓸쓸한 짐승들 엎디어 있으리라 추억의 길다란 혓바닥이 살구빛 침을 흘리고 마른 나뭇가지 사이에 산적(散炙)처럼 꿰인 해 붉은 피 흘리며 익어 간다 그림자들 여기저기서 수런거리고 발목까지 어둠에 젖어 있는 길은 비틀거리며, 저 혼자 앞으로 나아가고 이곳이 아닌 저곳이 더 많이 궁금해질 때, 내가 서 있는 곳은 ‘사막’의 정체성을 갖게 됩니다. 식물이 잘 자라기에는 일교차가 심하고 밤에는 건조한 바람이 강하게 부는 곳, 나무는 말라가고 동물은 죽음으로 발견되는 곳, 내가 서 있는 곳은 ‘지평선’처럼 입을 닫고 쉬이 속내를 보여줄 것 같지 않아요. ‘우리는 버스를 타고 먼 길을 /돌아’갑니다. 사막의 낯선 손님이 되어 사막에 소음을 내는 주체가 되어 말입니다. 간절히 간절히 원하는 일. 짐승들이 몸을 감추는 길을, 야생의 공포가 적막 속에 출렁이는 길을, 우리는 ‘마른 나뭇가지 사이에 산적散炙처럼 꿰인 해’를 닮아가지만, 실은 막…
휴대폰에 “결제완료”라는 문자 받아본 적이 있나요? 갑자기 사용하지 않는 카드 결제 문자메시지가 휴대폰으로 전송된다. 이를 문의하는 피해자에게 “명의도용 가능성이 있다”며 경찰청 또는 검찰청 수사관을 연결시켜 주고, 가짜 수사관은 “안전계좌로 돈을 입금하라”고 요구한다. 최근 보이스피싱 수법이다. 전화금융사기, 즉 보이스피싱 사건은 2006년 최초 국세청 과징금 환급 빙자 사건을 시작으로 2018년 상반기까지 전국 누적 피해규모는 총 16만 건, 1조 5천억 원 상당으로 매년 약 2만 건, 2천억 원 상당의 피해를 야기하고 있다. 보이스피싱은 재산적 피해뿐만 아니라 국부유출, 사회 전반의 신뢰 저하 등 2·3차 피해를 야기하기 때문에 더욱 심각한 범죄라 할 것이다. 실례로 보이스피싱 사건을 수사하는 경찰관의 전화에 사건 관계자는 “네가 경찰이면 난 검찰”이라고 말하며 진짜 경찰을 믿지 않는 것이 지금의 현실이 됐다. 경찰이 총력전을 벌이며 온·오프라인을 통해 젊은 여성층, 노인층, 학생층 등 전 국민, 전 연령을 상대로 홍보활동을 벌이고 있음에도 보
드디어 경기도 수원·용인·고양시와 창원시의 소망이 이루어질 것 같다. 이들 도시는 기초지방자치단체지만 인구 100만 이상의 대도시다. 이들은 그동안 ‘특례시’를 요구해왔다. 특례시란 기초자치단체 지위는 유지한 채 광역시 급 행·재정적 권한을 가진 새로운 형태의 지방자치단체다. 특례시는 일반 시와 차별화되는 법적 지위를 부여받는 새로운 지방자치단체 유형으로써 광역지자체와 기초지자체의 중간 형태라고 보면 되겠다. 행정안전부는 대도시 지방정부에 중앙 정부의 권한 일부를 넘기는 ‘특례시’ 도입이 포함된 지방자치법 개정안을 10월 30일 발표했다. 행안부는 이 개정안을 11월 입법예고하고 국무회의 심의를 거쳐 12월 중 국회에 제출할 계획이다. 그러나 여기까지 오는 과정은 쉽지 않았다. 경기도의 경우 이재명 지사가 지난 9월3일 국회에서 “지방자치 분권이 제대로 안된 상태에서 특례시를 만들면 다른 시·군 지역의 주민들은 완전히 엉망이 된다. 현재 상태로는 실현 불가능하다고 본다”고 밝혀 특례시를 추진해 온 대도시들의 반발을 사기도 했다. 인구 100만 이상 대도시에 조직·인사·재정 등에 특례를 부여하는 ‘지방분권법 일부개정법률안’(김진표 의원)과 ‘지방자치법일부개정안
국가인권위원회·여성가족부·국방부가 참여한 ‘5·18 계엄군 등 성폭력 공동조사단’은 31일 활동을 마무리하면서 “당시 계엄군 등에 의한 성폭행 피해 총 17건과 연행·구금된 피해자 및 일반 시민에 대한 성추행·성고문 등 여성 인권침해행위를 다수 발견했다”고 밝혔다. 5·18 관련 성폭력 행위를 국가 차원에서 조사하고 확인하기는 이번이 처음이다. 이보다 앞서 5·18 때 여성에게 가해진 성폭력과 고문의 실상에 대한 피해자 증언은 올해 초에야 나오기 시작했다. 광주항쟁 당시 가두방송을 했다가 성폭행과 모진 고문을 당했던 김선옥(60) 씨의 용기에서 비롯됐다. 그녀의 증언은 광주 5·18 자유공원 야외광장에서 지난 5월 개막한 ‘5·18 영창 특별전-스물세 개의 방 이야기’에 담겼다. 이번 공동조사단의 공식적인 조사 결과는 충격적이다. 피해자 대다수는 총으로 생명을 위협받는 상황에서 군복을 착용한 다수의 군인으로부터 성폭행을 당했다고 증언했다. 여고생이 강제로 군용트럭에 실려 가는 모습, 차마 입에 담기 어려운 만행을 당한 여성 사체를 목격했다는 진술도 나왔다. 위국헌신(爲國獻身)을 본분으로 삼아야 할 군인들이 총부리를 시민에게 겨누는 것도 모자라 연약한 여성들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