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30일 중앙정부의 기능·재원을 지방으로 대폭 이양하는 ‘재정분권 추진방안’을 발표했다. 내용을 보면 작년 기준 7.6대 2.4인 ‘국세 대 지방세 비율’을 2020년 7.4대 2.6, 2022년에는 7대 3으로 개선하겠다는 것이다. 또한 국민의 추가 세 부담 없이 지방소비세율을 2019년 15%, 2020년 21%로 높여 2년간 11조7천억원을 지방세로 확충하기로 했다. 이럴 경우 기능이양·교부세 감소분 등을 빼면 6조6천억원의 순증 효과가 예상된다는게 정부 설명이다. 그러면서 “지역의 일은 지역의 권한·책임·재원으로 스스로 해결할 수 있도록 지역의 자율성과 책임성을 강화하고, 국가균형발전을 촉진하는 것이 재정분권안의 목표인 만큼 중앙과 지방이 함께 힘과 지혜를 모으자”고 강조했다. 재정분권은 2019∼2020년 1단계, 2021∼2022년 2단계로 추진된다. 그리고 지역 간 세원 불균형에 대한 보정장치를 마련해 어느 지역도 현재보다 불리해지지 않도록 설계한 것이 특징이라고 정부는 설명했다. 하지만 이는 지자체가 당초 요청해 온 6대4 비율에 미치지 못하는 수준이라 매우 미흡하다.2016년 결산기준으로 광역단체와 기초단체를 모두 포함한 지자체의 재정자
2009년 3월 7일, 한 여배우가 스스로 목숨을 끊음으로써 우리 사회에 충격을 줬다. 그 후 벌써 10년이 지났다. 그녀의 이름은 장자연. 고인은 유서와 이른바 ‘장자연 리스트’라고 불리는 문건을 남겼다. 이 명단에는 이른바 성상납 대상자 30여명의 이름이 들어있었다. 이들에게 100차례나 성 접대를 했다는 것이다. 30여 명은 유력 언론계 인사와 기업인, 연예기획사 관계자, 방송사 PD 등이었다. 고인은 그동안 소속사 전 대표 등으로부터 성접대를 강요받았으며 강제 추행까지 있었다고 폭로했다. 하지만 발생 10년이 넘은 지금까지 이 사건은 명확하게 해결되지 않고 있다. 이와 관련 고인과 친분이 있었던 동료의 증언이 소개돼 또 다시 공분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JTBC는 지난 1월 8일 고인의 당시 상황과 소속사 대표의 폭행이 두려워 술자리에 나갔다는 동료의 진술이 고스란히 담겨 있는 수사 기록을 공개한 바 있다. 이 기록엔 술자리에 참석한 인물들과 장소도 언급됐으며 곳곳에 고인이 억지로 술자리에 불려갔던 정황이 나타나 있다. 최근 방영된 JTBC 뉴스에서도 한 동료는 고인이 생전에 “어머니 기일에도 술 접대에 불려나갔다”며 “참담한 현실에 목 놓아 우는 모습
벌써 몇 년 전의 일이다. 지역사회에서 활동하고 있는 한 지인이 찾아왔다. 명절 즈음이나 사회 현안이 있을 때는 가끔 만나 막걸리를 기울이며 의견을 나눠오곤 했던 사이다. 취업성공패키지라는 업무를 새로 맡게 됐으며, 경제가 어려워 일자리를 구하지 못하는 사람이 직장을 구할 수 있도록 체계적으로 지원한다며 포부를 밝혔다. 일단 축하한다는 말은 전했지만 다음 말을 잇기가 당혹스러웠다. 대개 이런 때는 사업이 잘 되길 바란다는 덕담을 하는 게 인지상정인데, 그럼 경제와 취업이 어렵다는 것이고, 반대로 취업이 잘 되면 궁극적으로 이 일이 필요가 없어져 지인의 일자리도 없어져야 한다고 생각하니 당혹스럽지 않을 수 없었다. 취업성공패키지는 약 10년 전부터 시행 중인 저소득 취업 취약계층을 대상으로 하는 정부의 대표적인 고용지원 프로그램이다. 구직자가 취업 지원을 신청하면 먼저 상담과 진단을 통해 진로를 정할 수 있게 도와주고, 직업훈련과 창업지원 그리고 취업 알선도 해준다. 동시에 구직과 훈련에 필요한 비용은 물론, 취업에 성공하면 수당도 줌으로써 특히 청년들의 구직을 유도한다는 게 취지다. 며칠 전, 이 사업을 위탁받아 수행해 온 전국 600여 개 민간위탁기관들이…
최근 불법 촬영물 유포, 리벤지 포르노(revenge porno, 헤어진 연인에게 보복하기 위해 유포하는 성적인 사진이나 영상 콘텐츠) 등이 이슈화되면서 사이버 성폭력에 대한 국민들의 불안감도 높아지고 있다. 사이버 성폭력은 웹 하드, 음란사이트 등을 통해 확대·재생산되면서 끊임없는 2차 피해가 발생하는 만큼 심각한 범죄이다. 이에 연수경찰서는 지난 4일 유관기관인 여성가족부, 민간단체인 ‘포순이봉사단’과 함께 불법촬영카메라 탐지장비를 이용해 관내 다중이용시설을 점검하는 한편, 사이버 성폭력 특별수사단을 구성하고, 8월 13일부터 11월 20일까지 100일간 특별단속기간으로 지정해 사이버 성폭력 특별단속에 나섰다. 특별단속 대상은 불법촬영 행위, 촬영물 게시·판매·교환 등 유포행위, 원본 재유포 행위, 위장카메라 제조·판매, 불법촬영 관련 편취·갈취 행위 등이며 불법촬영물이 유포되는 웹하드, 음란사이트, 커뮤니티 사이트, 헤비업로더, 디지털장의사 등에 대해서도 단속 중이다. 또한 불법촬영물이 확인되면 원본을 압수, 폐기하고 방송통신위원회와 협조해 불법촬영물이 유통되는 사이트와
우리가 일상생활 속에서 편리하게 사용하고 있는 기계들은 평상시 잘 작동되다가도 오류나 노후화 등으로 인해 종종 오작동 되기도 한다. 여기에 화재를 감지해 통보함으로써 사람들을 대피시키고 화재 초기단계에 자체적으로 소화할 수 있도록 설계된 소방시설 또한 마찬가지다. 소방시설 중 화재감지기를 살펴보면 그 제품 자체가 불량이거나 설치 후 오랜 기간 동안 교체 혹은 수리를 하지 않고 방치하거나 습기나 열기 등의 외부적인 요인에 의해 오작동을 일으키는 경우가 많이 있다. 물론 실제 화재의 경우 지체없이 119로 신고해야겠지만 화재 징후가 없는데 소방시설이 오작동한 경우에도 대부분의 건물 관계자들은 당연히 119로 신고하여 소방서에서 조치해 주는 것으로 알고 있다. ‘화재예방, 소방시설 설치·유지 및 안전관리에 관한 법률’ 제20조 6항에는 건물 관계인과 소방안전관리자의 업무에 대하여 명시하고 있는데 그중 몇 개를 살펴보면 ‘소방시설이나 그 밖의 소방 관련 시설의 유지·관리와 피난시설, 방화구획 및 방화시설의 유지·관리’라고 규정되어 있다. 여기에서 볼 수 있듯이 해당 건물의 소방시설, 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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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32년 몽골군의 침입 하자 고려 왕실은 지금의 강화도 관창리 궁을 짓고 개경에서 피난와 39년간 머물렀다. 고려의 ‘강도(江都)’시대다. 당시 고려는 대몽 항쟁의 시련 속에서도 수도로서 개경 못지않은 찬란한 문화를 꽃피웠고, 축조되었던 궁터와 왕릉은 고려의 왕실 문화를 살펴볼 수 있는 중요한 문화유산으로 남아있다. 그러나 강도엔 아픈 역사도 있다. 왕족과 지배 계급은 백성의 고통과 절망에는 아랑곳없이 궁궐에서 연등회와 팔관회 같은 큰 행사를 꼬박꼬박 치르는등 그 호화로움이 개경에서 벌이던 것에 못지않았기 때문이다. 동국통감(東國通鑑)엔 이런 기록도 있다. "여름 5월, 최이(崔怡)가 종실의 사공 이상과 재추들을 그의 집에 불러 연회를 베풀었는데, 기악(伎樂)을 벌여 온갖 놀이를 하고, 팔방상(八坊廂)의 공인 1천 3백 50여 인이 모두 성장을 하고서 뜰에 들어와 음악을 연주하는데, 거문고를 타며 노래하는 소리와 북을 치고 피리를 부는 소리가 천지를 진동하였다. …그 비용이 거만(鉅萬)이나 되었다" 고려 왕실과 지배계급의 잔치는 이처럼 항상 음악과 춤을 곁들여 호화로운 것이었다. '처용무'나 '가면잡기'
아침저녁으로 날씨가 쌀쌀해지고 가을 단풍도 소임을 다하고자 형형색색 빛을 내고 있다. 다시 자연으로 돌아가는 시절이다. 이맘때가 되면 집집마다 일년지대계(一年之大計)라 할 만큼 중요한 집안의 연례행사인 김장을 생각하고 준비하게 된다. 집안의 연례행사인 김장은 세계적으로도 이름을 떨치고 있으며 2013년 유네스코에서는 우리나라의 김장문화를 인류무형문화유산으로 등재했다. 김장이 한국인의 삶속의 일부가 되어있고 우리나라 과거부터 현대를 아우르며 이웃 간 나눔의 정신을 실천하고 공동체 문화를 잘 나타내고 있으며 그들 사이에서 연대감, 소속감, 정체성을 증대하고 자연재료를 독창적이고 특색있게 이용하는 식습관을 가진 점 등을 등재 이유로 설명했다. 우리 민족이 주로 먹는 음식의 최고봉은 밥이고 그 뒤를 이어 김치를 들 수 있다. 김치는 태생 자체가 밥과 함께할 운명으로 지금까지 천생연분 원앙처럼 서로를 소중히 하며 밥상에 같이한다. 김치는 우리 몸에 섬유질, 비타민, 염분 등을 제공하고 밥은 필수불가결의 영양소인 탄수화물을 공급한다. 동의보감을 들여다보면 김치의 주연배우인 배추는 “맛이 달고 독이 없다”고 기술되어 있으며, 기력을 보충해주는 보양음
우리나라 대기업 공장을 방문해보면 커다란 공장 내에 근로자들을 찾아보기 힘든 경우가 많다. 철강·석유화학 등 장치산업의 경우는 특히 더하다. 모든 시설은 자동화·기계화되고 근로자는 중앙통제장치에서 공정을 감시하는 역할만 수행한다. 공항의 탑승수속도 셀프로 하고, 주유소, 음식점, 목욕탕도 무인 계산 하는 경우가 늘고 있다. 투자가 늘어도 고용이 늘지 않는 것은 기술발전으로 인해 기계가 인간의 노동을 대체하고 있기 때문이다. 게다가 플랫폼 사업자의 자연독점의 심화, 4차 산업혁명으로 인한 인공지능과 로봇공학의 눈부신 발전으로 인해 추가적 일자리 감소가 우려되고 있다. 인공지능의 등장으로 회계·법·의료·교육 등 전문적인 분야까지도 일자리에 대한 우려에서 자유롭지 않게 되었다. 빠른 기술발전으로 자본이 노동을 효과적으로 대체함에 따라 생산성이 높아지고 사회 전체적으로는 과거보다 부유하게 되지만, 자본이 아닌 노동력만을 생산수단으로 보유하고 있는 개인은 설 땅을 점점 잃게 된다. 상위 1% 부자가 차지하는 소득비중은 계속 높아지고 빈부격차가 심화되고 있는 것이 미국 등 선진국을 포함한 세계적 추세이다.…
꽃등 /방민호 한밤에 켠 꽃등은 아름다웠네 꽃등들 한데 모여 춤추면 꽃등에 그린 것들 살아있는 듯했네 노란 오징어가 헤엄쳤네 파란 코끼리가 앞발 이리 내딛고 저리 내딛고 빨간 올빼미가 나뭇가지 위에 앉아 장난스레 웃었네 꽃등 아래 서서 꽃등을 보면 세상은 왜 그리 탐스러운지 종이로 빚은 꽃등들의 아침은 생각나지 않았네 오로지 밝게 지금 빛나는 한밤의 꽃등만 사랑할 뿐이었네 한낮의 꽃등, 밝은 대낮의 꽃등이 무슨 의미가 있겠는가. 가도 가도 끝이 없이 내 앞에 도사리고 있는 어둠들, 내 안의 가난과 남루와 곤궁 같은 어둠들, 내 밖의 압제와 만행과 농단 같은 어둠들 속에서의 꽃등이야말로 빛날 것이 아니겠는가. 그런데 우리는 한밤의 어둠을 뚫어내지 못하고, 그 어둠에 매몰되어, 어둠과 똑같이 되어가고 있는 것은 아닐까. 아니다, 어쩌면 우리는 본래 빛이었을 것이다. 빛으로부터 생겨 나왔을 것이다. 그러니 우리는 한밤을 밝힐 수 있는 꽃등이어서, 꽃등들로 서로 만날 수 있을 것이다. 노랗게 헤엄치면서, 파랗게 휘저으면서, 빨갛게 웃으면서. /김명철 시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