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늘이 떴다. 구름 활짝 피우고 비취빛 가득 머금은 채 높이 뜬 하늘. 하늘은 주기적으로 오늘처럼 가을을 몰고 온다. 가을이 되고서야 뜬 저 하늘을 나는 자주 잊고 살았다. 어쩌면 하늘이 있다는 생각조차 하지 못했는지도 모른다. 하늘을 쳐다볼 겨를이 없었다는 말이 맞을 듯하다. 내달리는 하루는 하늘을 닫기에 충분하다. 눈 비비며 전철에 오르고, 버스를 내리고 운전을 하는 아침. 허겁지겁 점심을 먹고 시작하는 시끌벅적한 오후. 마감에 쫓기며 두리번거리는 저녁시간까지. 결국에 지친 신발을 머금고 돌아오는 늦은 밤. 그 어디에도 하늘은 없었던 것 같다. 오직 숨차게 달리는 나와 일과 몇 잔 커피와 쫓기는 시간이 있을 뿐. “언니야, 너무 바쁘게 살지 마. 우리 고모님 칠순 다 되어 외국여행 처음 가는 날, 인천공항에서 쓰러지셨어. 그래서 여행도 못가고 입원하셨다니까. 제발 여유 있게 건강 생각하며 살아” 왜 먼 이국에서는 하늘이 더 쉽게 보였을까. 지중해 에둘러 걸어오르던 리키안웨이. 그 빽빽하던 나뭇잎 사이로 올려다 본 하늘이 그렇게 반가울 수가 없었다. 그때 올려다 본 하늘은 엄마와 대청마루에 누워서 올려다본 감나무 이파리 흔들어대던 바…
피카소가 1907년 음산하고 광적인 분위기를 물씬 풍겼던 ‘아비뇽의 처녀들’을 발표했을 때 동료 브라크는 큰 감동을 받았다. 그는 시인 아폴리네르의 소개로 피카소와 알고 지내던 사이였으며, 앞으로의 경향에 대한 대화를 그와 막 시작하고 있었다. 홍등 아래서 아프리카 탈을 쓰고 있거나 정면을 바라보며 뒤틀린 포즈를 취하고 있는 여인들의 조각난 신체는 뭔가 원시적이고 초월적인 세계를 떠올리게 했다. 하지만 브라크가 받은 인상은 그런 광적인 감흥이 아니었다. 그는 이 작품을 이성적으로 대했다. 얼마 지나지 않아 브라크는 ‘아비뇽의 처녀들’에 답례라도 하듯 ‘큰 누드’를 발표한다. 이 여인의 신체 역시 심하게 변형되어 있었다. 그러나 피카소의 아비뇽의 처녀들처럼 조각나 있지는 않았으며, 오히려 각진 바위 덩어리처럼 건장한 느낌을 주었다. 인체는 다각형의 이어진 면들로 이루어져 있었으며 까끌까끌하고 단단한 나무 혹은 돌처럼 채색이 되어 있었다. ‘아비뇽의 처녀’들과는 전혀 다른 느낌이었지만 피카소의 다분할, 다초점의 매우 강한 영향이 보였다. 피카소는 브라크의 작품에 매우 만족했다…
채석강 /주영중 붕 뜬 도끼처럼 다녀왔습니다, 허공을 찍으며 당신을 보내고 왔습니다 침묵으로 말을 감싸며 왔습니다 돌아오는 도로는 온통 칠흑이었습니다 배후와 한 뼘을 두고 내내 도망쳐 왔습니다 마지막으로 찍은 깊은 영혼이 자꾸 따라오는 것 같았습니다 ‘당신’을 떠나보낼 수 있을까. 부모나 형제 혹은 스승이거나 친구이거나 애인이나 적들까지, 나아가 종교나 나를 둘러싸고 있는 사물들까지를 포함하여 내가 ‘당신’이라 부를 수 있는 존재들을 영영 떠나보낼 수 있을까. 붕 뜬 도끼처럼 어디라도 찍을 수 있을 것처럼 막무가내로 찍어내며 그들을 떠나보낼 수 있을까. 지금의 나는 정신적으로든 물질적으로든 그들과의 관계와 영향 속에서, 그들의 전부 혹은 일부를 내재한 채 존재하고 있는 것, 그렇다면, ‘당신’을 보내는 일은 결국 ‘나’를 보내야만 하는 일. 지독한 침묵으로 칠흑 속 배후를 두고 도망친다 한들, ‘당신’만을 보낼 수는 없는 일이다. 내가 ‘나’를 보내지 않고서는, ‘당신’의 깊은 영혼마저 떼어놓을 수는 없는 일…
지난 2월 인천시 미추홀구의 한 노인정 화장실에서 여중생 A양이 대낮에 남학생 2명으로부터 성폭행을 당했다. 가해자들은 이 사실을 자랑삼아 떠벌리며 다녔고 다른 남학생들은 친구들에게 A양의 명예를 훼손하는 발언을 하고 성희롱을 했다. 심각한 심리적 압박감과 괴로움에 시달리던 A양은 집 다락방에서 스스로 목을 매 목숨을 끊었다. 가해자들은 특수강간 혐의를 모두 인정했다. 그러나 이들은 형사 처벌을 받지 않았다. 이들이 만10세 이상 14세 미만의 촉법소년에 해당하기 때문이다. 경찰은 법원 소년부로 송치하는 것으로 수사를 마무리했다. 현행법으로는 촉법소년들에게 사회봉사명령이나 소년원 송치 등 보호처분을 할 수 있다. 그런데 사망 여중생의 친언니가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 ‘인천 여중생 자살 가해자 강력 처벌 요망’이라는 청원 글을 올리면서 소년법이 다시 사회적 관심을 끌고 있다. 청원 글의 내용은 인천 여중생 사망사건을 계기로 형사 미성년자 처벌을 강화해달라는 것으로 17일 오전 11시 현재 참여 인원이 21만 명을 넘었다. 피해자의 언니는 동생과 8년 지기인 남학생 두 명이 수다를 떨자며 동생을 자기네 아파트 상가로 부른 뒤 화장실로 끌어당겨 문을 잠그고 양팔
카카오의 카풀 서비스 논란은 어제 오늘 일이 아니다. 이런 와중에 서비스 전용 앱 출시 방침을 공개하고 운전자 사전모집에 나서자 택시업계가 반발, 집단파업으로 맞서고 있으나 해결기미가 보이지 않고 있다. 카풀 서비스는 출퇴근 시간에 목적지나 방향이 비슷한 사람끼리 함께 이동할 수 있도록 연결해주는 서비스다. 운전자로 참여하려면 ‘카카오 T 카풀 크루’ 전용 앱을 스마트폰에 설치하고 카카오 계정을 인증해야 한다. 카카오는 카풀 운전자 사전모집을 발표하면서도 언제부터 정식 서비스를 시작할 것인지는 밝히지 않았다. 택시업계는 생존권 사수를 외치며 카풀 서비스를 결사반대하고 있다. 비슷한 충돌은 예전에도 있었다. 세계적인 승차공유 업체 우버가 2013년 8월 자가용 카풀 서비스를 시작했다가 서울시와의 마찰로 겨우 1년 반 만에 사업을 접었고, 콜버스(CALLBUS)는 2016년 7월 전세버스를 활용한 심야 운송 서비스를 내놨다가 규제 탓에 주력사업을 바꿨다. 풀러스(POOLUS)가 출퇴근 시간대에만 제공하던 카풀 서비스를 2017년 11월 24시간제로 확대했다가 형사고발까지 당했다. 기존 사업자의 영업권을 보호하기 위한 정부 규제 탓이다. 올해 3분기 안에 서비스한
세상 모든 부모는 자기 아이가 다른 아이보다 공부를 잘하기 바란다. 그러나 아이가 스스로 공부를 열심히 하면 더할 나위 없겠지만 그렇지 않은 경우가 허다하다. 이 경우 부모는 흔히 형제자매나 또래 친구를 예로 들면서 다그치기 일쑤다. 아이에게 자극을 줄 수 있는 가장 손쉬운 방법이기 때문이다. “너는 왜 하라는 공부는 안 하고 개임만 하느냐. 옆집 친구는 시험만 보면 90점대를 받아온다는데 넌 겨우 60점대이니 한심하구나”라고 부모는 별생각 없이 아이를 나무라지만 늘상 이 같은 말을 자주 들어온 아이는 반성하기보다는 상대를 원망하거나 스스로 난 안된다고 좌절감을 느낄 것이다. 아이는 부모에게 항변하지 않지만 분노를 느끼기도 한다. 아이는 “엄만 왜 나만 가지고 그래, 동생은 혼내지 않으면서 왜 나만 맨날 야단쳐”, “문제는 옆집 친구 때문이야, 그 자식 때문에 내가 맨날 혼난다”고 생각을 하게 될 것이다. 부모 입장에서 자녀가 하는 것을 보면 이렇게 해라 저렇게 해라 잔소리를 하지 않을 수가 없다. 그러나 잦은 잔소리는 자녀에게 짜증만 불러일으킬 뿐 행동을 고치지는 않는다. 형제자매간 편애나 누군가와 비교는 자녀에게 독이 될 수 있다. 비교는 언어적이든 비언
‘갑질, 동문서답, 무식, 막무가내’. 지난해 말 오산시 공무원노조가 ‘워스트(Worst)’ 시의원을 선정, 해당 시의원 하면 떠오르는 단어를 설문에 붙인 결과 나온 응답이다. 선거 때는 시민을 주인으로 삼겠다며 머리를 조아린다. 입버릇처럼 심부름꾼을 자처하고, 최대한 속내를 드러내지 않으며 자신을 낮춘다. 당선되고 의원 배지를 달고 나면 올챙이적 생각 못하고 고개를 뻣뻣하게 세운다. 자신이 모든 것을 다 해결 할 수 있을 것처럼 우쭐대고 기고만장한 태도를 보인다. 오산시의원들이 다 그렇다는 건 분명코 아니다. 시의회 입성 100일 남짓된 짧은 기간동안 초선 시의원들을 비롯해 일부 재선의원들의 ‘규격미달’ 언행이 눈살을 지푸리게 한다. 시의원이 해야 할 일은 부당함을 호소하는 시민들의 목소리를 듣고, 잘못된 행정을 바로잡는 것이라는 건 삼척동자도 다 아는 사실이다. 즉 시민의 공복으로서 행정의 감시자로서 의정활동에 임해야 하는, 그 책무를 한시도 잊어선 안된다. 특히 억지 민원을 들고 다니며 해결사 노릇이나 하려는 시의원, 툭 하면 집행부에게 책임을 전가하는 행위들은 사라져야 한다. 세금만 축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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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는 가서 기쁨으로 네 음식물을 먹고 즐거운 마음으로 네 포도주를 마실지어다. 이는 하나님이 네가 하는 일들을 벌써 기쁘게 받으셨음이니라. 네 의복을 항상 희게 하며 네 머리에 향 기름을 그치지 아니하도록 할지니라. 네 헛된 평생에 모든 날 곧 하나님이 해 아래에서 네게 주신 모든 헛된 날에 네가 사랑하는 아내와 함께 즐겁게 살지어다. 그것이 네가 평생에 해 아래에서 수고하고 얻은 네 몫이니라. 네 손이 일을 얻는 대로 힘을 다하여 할지어다. 네가 장차 들어갈 스올에는 일도 없고 계획도 없고 지식도 없고 지혜도 없음이니라”(전도서 9장 7-10절) 우리는 사는 동안 행복하게 살아야 합니다. 그러면, 어떻게 살아야 행복할까요? 본문은 “다윗의 아들 예루살렘 왕 전도자의 말씀이라”고 시작하는 전도서의 내용입니다. 이 고백을 통해 우리 인생에 대해 한번 생각해보고 어떻게 사는 것이 행복한 삶인가 느껴봅시다. 솔로몬은 행복한 삶을 살았던 사람입니다. 부와 지위를 누렸고, 수많은 왕비를 거느렸으며, 지혜의 글을 많이 남긴 사람입니다. 세상 사람들이 부러워할 정도로 누리며 살았습니다. 빌 게이츠와 같은 부를 누렸고, 빌 클…
지난 여름 교육감 선거 중에는 학력에 관한 의미 있는 다툼이 벌어졌었다. 혁신학교를 운영하면 기초학력이 떨어진다는 논란에 따른 학력 논쟁이 선거공약으로까지 등장한 것이다. 이른바 진보 후보 측에서는 남북 정상회담을 계기로 북한 수학여행, 남북 학교 간 자매결연, 남북 학생 평화축제, 토론·실천 위주의 통일교육 등 남북 학생 교류를 특징적 공약으로 내놓은데 비해 보수 후보 측은 ‘공부하는 학교’를 만들어 진보·좌파 교육감들이 그동안 혁신학교를 지정 운영해서 망쳐놓은 학생들의 학력을 끌어올리겠다고 했다. 학력 문제는 선거 후 전국 시도교육감협의회에서 구체화되었다. 중간·기말고사나 국가수준 학업성취도평가 성적이 높으면 학력이 높고 그 성적이 낮으면 학력이 낮다고 보는 건 옳지 않으므로 학력에 대한 새로운 정의가 필요하고, 혁신학교의 창의력, 체험 중심 교육에 대한 불신·불안감을 해소할 수 있는 방안이 마련돼야 한다는 논의가 이루어진 것이다. 또 교과목 성취도로만 평가하는 학력은 4차 산업혁명시대에 맞지 않으므로 지성과 감성, 시민성의 조화로운 발달을 학력으로 봐야 한다는 연구가 이루어진데 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