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어가 돌아왔다. 금어기에 들어서기 전 남대천은 강태공의 놀이터다. 연어는 잘 보이지 않지만 물길을 따라 훌치기 낚싯대를 던지는 사람들은 즐겁기만 하다. 너른 하천과 깊은 물속에 보이지도 않는 연어가 걸려들기를 기다리는 사람들의 표정은 진지하기만 하다. 신선한 강바람과 들꽃과 태풍을 무사히 마중한 하천 그리고 파란 종이에 하얀 파스텔톤의 붓질을 해 놓은 듯한 하늘은 가을이 주는 정취다. 고기 망태기는 비어 있어도 낚싯대를 던지는 것이 어찌 아니 즐겁겠는가. 연어가 돌아올 때를 손꼽아 기다리던 짝꿍도 낚싯대를 들고 한 몫 거들었다. 아이스박스까지 챙기며 단단히 벼르고 갔지만 빈손이다. 돌아온 연어를 본 것으로 만족해야했다. 어느 해는 가을장마에 쳐 놓는 그물망이 쓰러져 연어가 온 하천에 시커멓게 돌아다녔고 발 빠른 사람은 낚싯대 없이 맨손으로 잡았다. 우리도 수십 마리를 잡은 적이 있어 늘 기대를 하지만 그 후 그런 행운은 없었다. 연어는 회귀 생물이다. 치어로 세상 밖 즉 바다로 나가 한 5년 객지생활을 하다가 성숙하여 산란기가 되면 모천으로 돌아오는 것이다. 알을 낳을 때가 되면 옆구리에 구름 모양의 반점이 생기는데 수컷의 무늬가 떠 뚜렷하다고 한다. 모…
현재 당신은 시속 80㎞의 속도로 신호등이 거의 없는 한적한 도로 위를 운전 중이다. 잠시 후 도로 위 과속방지턱을 발견했다. 안전을 위해 당신은 어떻게 하겠는가? ‘위험’을 발견했음에도 불구하고 주행속도 그대로 방지턱을 맞이한다면 그 사람은 운전면허증을 정상적으로 발급받지 않았거나 ‘안전’이라는 것을 생각하지 못하는 사람일 것이다. 위험을 안전하게 넘어가는 방법은 크게 두 가지이다. 먼저 나와 자동차의 안전을 위해 브레이크를 천천히 밟아 차량 속도를 안전한 수준까지 낮추는 것이다. 다른 방법은 속도를 크게 줄이지 않더라도 웬만한 과속방지턱에는 영향을 받지 않을 정도의 좋은 자동차를 소유하는 것이다. 그런데 많은 사람들이 자신과 배우자 사이에 나타난 위험을 안전하지 않은 방법으로 맞이한다. 그리고 아포리아(난관)에 빠져 힘들어한다. 부부로 살다보면 갈등이 발생한다. 부부 갈등의 대부분은 운전 중 만나는 흔한 과속방지턱처럼 심각하지 않은 것들이어서 안전을 위한 조처를 한다면 쉽게 해결할 수 있다. 하지만 많은 부부가 그렇게 하지 못하고 있다. 운전 중 일어나는 많은 위협요인에서 안전을 확보하는 가장 쉬운 방법이 속도…
탄(炭) /이시경 불벼락으로 원시계곡이 불탔다 새끼를 부르는 어미의 손을 놓고 새까맣게 울었다 수직의 사슬을 끊으니 새가 되었다 시공을 넘어 초원 위로 검정말들이 달린다 사자에게 물어뜯기는 아픔 속에서도 슬프지 않았다 동굴 벽 위에서 들소가 뿔을 치켜든다 나를 검다고 깔보지 마라 서걱서걱 한 꺼풀씩 몸을 주고 영생을 얻었다 다이아보다 빛났다 종교신화적 관점을 떠나, 최초의 생명혼(목숨+넋)은 어떻게 탄생했을까. 수십, 수백억 년이라는 천문학적 시공간이라면 우연에 의해서라도 생명혼이 탄생될 수 있는 물질적 조건이 형성될 수 있지 않았을까. 태초까지 거슬러 올라간다면, 생명혼의 모태는 물질일 수 있겠다는 말이다. 양자론적 측면에서라면, ‘우리’의 기원(起源)이라는 것이 상상조차 할 수 없을 만큼 작은, 有의 사슬을 끊어 無에 가까워진 미시세계의 물질일 수도 있겠다는 말이다. 그렇다면 탄(炭)이라는 물질이 되었다고 슬퍼할 일은 아니다. 또 다른 생명으로 부활할 수 있는 영생을 얻은 것일 터, 그것이 ‘인간’인 우리로 재탄생된다면 이보다 큰 축복은 없지 않겠는가. 그러니 우리는, 이미, 다이아보다 더 빛나는 존재가 아니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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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법무부 고양준법지원센터가 한 보호관찰대상자에 대한 집행유예를 취소했다. 그는 조현병을 앓는 40대 남자다. 보호관찰 기간 중 병원진료를 받으라는 보호관찰관에게 욕설을 하며 치료를 거부했다. 노숙자들과 어울려 음주를 반복하고 보호관찰관의 지도감독에 응하지 않았다고 한다.(본보 10일자 19면) 조현병에 지적장애를 갖고 있는 그에게 법원은 공무집행방해로 징역 6월, 집행유예 2년을 선고한 바 있다. 아울러 재범방지와 정상적인 사회생활을 위해 보호관찰관에게 정신과진료 때마다 동행케 하고, 심리치료 비용을 지원해 주는 등 조현병 치료명령을 내렸었다. 그럼에도 치료를 거부하자 준법지원센터는 “강력범죄 등 재범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있는 주취·정신장애 범죄자를 엄중하게 관리하고, 재범방지를 위해 집행유예취소를 신청하게 됐다”면서 그를 구인해 의정부교도소에 수감시키고 법원에 집행유예 취소를 신청한 것이다. 조현병은 뇌에 문제가 생겨 발생하는 정신질환으로 예전엔 정신분열증으로 불렸다. 국민건강보험공단에 의하면 국내 조현병 환자는 점점 증가하고 있는데 2017년 기준 10만7천662명이다. 이는 5년 전보다 7% 정도 증가한 것이다. 최근 이들이 저지른 범죄로 사회적 인
어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2차 북·미 정상회담이 중간선거(11월 6일) 이후가 될것”이라 밝히면서 ‘연내 종전선언’이 불투명해졌으며, 비핵화 협상도 장기전으로 진행될 가능성이 높아졌다. 따라서 시선은 앞으로 진행될 북미 실무협상에 모아지고 있다. 양측이 ‘가급적 이른 시일 내 개최’에 의견을 모은 2차 북미 정상회담의 성패가 사실상 이 협상 결과에 달렸기 때문이다. 폼페이오 방북에서 양측이 북한의 완전한 비핵화와 한반도 평화정착 과정에 대한 공감을 확대했다면, 실무협상에서 구체적 그림을 그려 넣은 뒤 정상회담에서 두 정상이 ‘화룡점정’하는 게 최상의 시나리오였다. 북미 양측이 2차 정상회담의 세부사항에 관한 합의에 매우 근접했으며, 북측이 풍계리 핵실험장 해체를 확인하기 위한 사찰단 방문을 초청했다는 사실은 전해졌지만, 영변 핵시설 폐기와 종전선언과의 ‘빅딜’ 등 폼페이오 방북 전 관심이 쏠렸던 쟁점에 대한 논의 결과는 발표되지 않았다. 비교적 까다로운 문제들은 실무협상 테이블로 넘어간 것으로 보인다. 이제부터 더 중요해졌다. 6월 첫 정상회담을 앞두고 이뤄진 북미 양측 간 실무협상은 기대만큼 성과를 내지 못했다. 그 때문에 싱가포르 북미 정상합의는 원론
작금의 우리사회는 기본적 가치관에 있어서 많은 혼란이 있고 그것이 여러 형태의 사회적 갈등으로 나타나고 있음을 볼 수 있다. 구체적으로는 정치적 이념에서부터 경제 체제 인식을 비롯하여 오랫동안 우리의 숙원이었던 남북간의 관계회복 및 통일에 대한 방식과 생각의 차이로 인해 기본적 가치관의 혼란을 겪고 있다. 기본적 가치관에서 국민들의 대다수가 안정적인 가치체계가 존재할 때 그 사회는 건전하고 안정적인 사회가 될 수 있고 다양한 소수 의견도 관용적으로 수용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국민에 의해 확고한 기본 가치체계가 없을 때 사회의 혼란과 불안이 주어진다고 여겨진다. 무엇보다도 연초부터 논란이 되어온 최저임금 문제는 구조적인 것이다. 사교육 문제가 입시제도를 고친다고 해결되는 게 아니듯, 양극화와 저임금노동자 빈곤 문제 또한 최저임금을 인상한다고 해서 쉽게 해결할 수 있는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아쉽기는 최저임금을 인상하기 전에 전반적인 시장 및 산업 구조를 파악하고, 단계적이든 더 나은 대안을 찾았으면 어떠했을까 싶다. 부작용에 대한 부분은 충분히 고려하지 못하고 오히려 최저임금을 올리는 것만이 도덕적이고 의로운 행위이며 그것이 서민의 삶을 크게 개선시킬 유일한
학교에서는 교사, 교육행정직 공무원, 교육공무직원 이렇게 다양한 구성원이 공존하면서 묵묵히 자신의 일을 수행하여 학생들이 좋은 교육을 받도록 힘을 모으고 있다. 여러 직종들이 모여 있기 때문에 상호 협력과 함께 갈등이 존재할 수밖에 없다. 현재 많은 학교들이 해결하지 못하고 고민하고 있는 현안들이 있다. 그 중에 하나가 급식실에서 근무하는 교육공무직원의 중식 제공 문제다. 그 배경은 처우개선비 인상에서 비롯됐다. 교육공무직원의 처우 개선은 완벽한 해결은 아니지만 노사가 힘을 모아서 고용 안정과 처우개선비를 지속적으로 증액하는 데 노력하고 있다. 작년과 올해에 걸쳐 근속수당과 명절휴가비를 비롯한 여러 항목이 인상되었고, 그중에 하나인 정액급식비가 공무원과 동일한 수준으로 인상되면서 조리종사원들의 중식비 납부 문제가 불거졌다. 그 동안 조리종사원의 중식비 징수 면제 여부는 학교운영위원회에서 매년 심의를 거쳐서 결정되었다. 하지만 올해 처우개선비 인상과 정액급식비가 타 공무원과 동일하게 지급되면서 대부분의 학교에서 다시 고민하게 됐다. 그동안 급식실에서 근무하는 교육공무직원이 다른 직원들보다 열악한 환경에서 고된 일을 하면서도 정액급식비가 현실화되지 않아서 많은…
너무나 친숙한 나머지 공기나 물처럼 인식되고 있는 것이 김치다. 그래서 김치 장점을 정확히 꼽아보라 하면 막연한 경우가 많다. 일상적으로 무심히 먹다보니 보양식처럼 유난스럽게 떠받들고 홍보되는 일이 적기 때문이다. 김치의 오해와 진실이 유독 많은 것도 이 같은 연유다. 이미 10년 전 미국의 건강전문지 ‘헬스(Health)’지가 선정한 세계 건강식품 ‘베스트 5’에 선정됐지만 아직도 건강에 유익하지 않다는 오해 속에 많은 사람들이 멀리하거나 외면하는 경우도 있다. 김치 오해의 대표적인 것이 나트륨과 상관관계인 고염(高鹽) 음식으로 낙인 찍혀 있는 것과 함유 유산균의 진실여부 등이다. 하지만 이러한 것들은 사실과 거리가 멀다. 이미 항암효과를 비롯 항산화 및 항노화 기능, 항동맥경화 및 항고혈압 효과가 있다는 것이 밝혀진 지 오래됐지만 오해에 묻혀 그 빛이 발하지 못하고 있을 뿐이다. 한국인의 대표음식 김치찌개도 죽은 유산균 찌개라는 생각은 기우(杞憂)다. 끓는 과정에서 유산균이 약간 사라지기는 하지만 원재료의 영양과 유산균 대사물질은 그대로라는 게 이유다. 이런 김치가 한때 일본의 기무치(キムチ)와 중국의 파오차이(泡菜)가 내밀은 도전장에 잠시 위기를 맡기도
1980년대 지방자치가 부활되었음에도 우리나라의 실질적 주민자치는 1999년 읍·면·동 기능전환의 일환으로 추진되었던 주민자치센터와 주민자치위원회의 운영이 시작이라고 할 수 있다. 이 제도는 읍·면·동사무소에 주민자치위원회를 중심으로 문화, 건강, 여가, 성인교육 등의 강좌와 모임 등을 운영하는 것이 전반적인 외형적 모습이었다. 이러한 주민자치센터의 운영은 비록 민간의 문화센터나 건강 및 교육영역과 중복되는 점도 있으나 지역의 ‘커뮤니티 센터’로서의 장소적 역할을 수행하였다고 볼 수 있다. 그리고 주민들에게 생활의 질 향상을 가져온 긍정적 측면도 있다. 주민자치센터의 운영과 함께 주민자치위원회의 지역사회 발전을 위한 기능과 역할도 질적 양적으로 확대되었다. 지역사회 발전을 위하여 지역의 주민불편사항의 해소나 주민들의 상호부조 및 마을 만들기 사업 등이 대표적이라 하겠다. 그리고 우수사례는 다른 지역으로 확산되고 있어 주민자치가 점점 정착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주민자치센터와 주민자치위원회를 중심으로 한 주민자치사업은 2010년 이후 지방행정체제 개편 추진과 더불어 읍·면·동에 ‘주민자치회’를 두는 발전적 제도로 정비되고 있다. 주민자치회는 ‘풀뿌리자치의 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