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늘은 오래전부터 인간에게 경외의 대상이었다. 대부분의 철학가나 사상가들은 하늘을 신비롭게 여기고 인간의 삶을 주관하는 실체로까지 보았다. 공맹사상을 중심으로 한 유가(儒家)는 하늘의 명령을 도덕의 최고 원리로 삼았고, 노장(老莊)학파에서는 천인합일(天人合一)이라고 주장하였으며, 묵자나 음양학파에서는 하늘이 인간 길흉화복을 판단한다고 주장하였다. 하늘의 현상은 인간 능력 밖의 존재로서, 이에 순응하며 사는 것을 당연시 여겼다. 순자는 이러한 조류에 반기를 든 학자였다. 그는 중국 전국시대 조(趙)나라의 유학자로서 맹자와 거의 동시대를 살았던 인물이었다. 맹자가 하늘을 실체적 존재로 여기고 경외할 것을 주장한 반면, 순자는 하늘의 현상은 그저 자연일 뿐이라고 일축하였다. 그는 하늘은 어디까지나 자연적 현상에 지나지 않으며, 밤과 낮, 사계절 변화, 일식과 월식, 지진과 폭풍, 가뭄이나 홍수 등은 모두 자연 현상일 뿐이라고 주장하였다. 그의 눈에는 왕이 정치를 잘못하여 가뭄이 들거나 흉년이 드는 것, 또는 홍수로 물난리가 나는 것 등은 모두 정치와 무관한 것이었다. 자연현상은 자연의 일부일 뿐, 순자는 사람으로서 하늘을 정복해야 한다(人定勝天)라고까지 설파하였다
1993년 문민정부에서는 대통령 긴급조치로 ‘금융실명제’를 선포하고 모든 금융거래를 금융당사자의 실제 본인 이름으로 해야 하는 제도를 도입 시행한다고 발표했다. 처음에 필자는 ‘금융실명제’란 용어자체가 생소해서 언론매체를 통해 그 의미와 내용을 자세히 듣고 그제서야 알게 된 적이 있다. 기억하기로는 그 당시만 해도 가명, 무기명, 금융거래 등 잘못된 금융관행이 묵인되어 음성, 불로소득이 널리 퍼진, 소위 지하경제가 번성했던 시기였고 이를 타파하고자 실시한 금융실명제는 금융거래와 부정부패·부조리를 연결하는 고리를 차단시켜 깨끗하고 정의로운 사회 구현의 신호탄이 되었다. 이에 연일 언론매체에서 관심을 가지고 보도해서 아직도 기억이 남는다. 그렇다면, ‘정책’에서도 실명제가 가능할까? ‘정책’에도 실명제가 있을까? 답은 “가능하고, 실제로 운영하고 있다”이다. 정책실명제란 행정기관에서 소관 업무와 관련해 수립 시행하는 주요정책의 결정 및 집행과정에 참여하는 관련자의 실명과 의견을 기록 관리하는 것이다. 이를 통해 주요 정책 결정 집행 과정에서의…
‘농가월령가’ 유월령에 “아기어멈 방아 찧어/ 들바라지 점심하소/ 보리밥 파찬국에/ 고추장 상추쌈을/ 식구 헤아리되/ 넉넉히 능을 두소”라는 대목이 있다. 이렇듯 우리는 예부터 여름철이면 밭이나 들에서 나는 채소로 두루 ‘쌈’을 싸서 먹었다. 별다른 찬이 없어도 쓴맛, 매운맛, 떫은맛, 신맛에 특수한 향미를 조화시켜 먹음으로써 채소 한 포기조차 건강의 소망을 담아 음식으로 이용한 것이다. 들에 나는 모든 푸성귀가 쌈의 재료지만 그중에서도 상추가 으뜸으로 꼽힌다. 상추 이외에도 쑥갓·배춧잎·취·호박잎·깻잎·콩잎·머위잎·산씀바귀 등 다양하고, 쌈 문화의 종주국답게 지역에 따라서는 미역이나 다시마 등 해조류로도 쌈 재료로 애용 하지만 상추엔 못 미친다. 우리의 상추재배 역사는 삼국시대로 거슬러 올라갈 정도로 오래 됐다. 그리고 당시엔 매우 귀한 작물 이었다고 한다. 상추를 좋아 한다는 것을 안 중국이 종자를 비싼 값에 팔았기 때문이다. 당시 얼마나 비쌌으면 ‘천금채(千金菜)’라는 별칭 붙을 정도였다. 이런 상추를 선조들은 고려시대에 이르러 맛과 향이 뛰어난 우리만의 품종으로 개량하는데 성공 했다. 그리고 소문은 중국까지 전해졌고 수출 또한 했다. 이 같은 사실은…
솎다 /박철웅 텃밭에서 배추 상추 고추 잎들을 솎아내다가 솎아낼 일이 어디 이것 뿐이겠는가 생각하다가 세상에서 솎아줄 것들이 도처에 널려있음을 본다 차마, 그 대상을 일일이 다 말은 못하겠지만 우리가 가던 길목에도 솎아줄 것이 많고 내 삶의 주변도 솎아줄 것이 많고 내 마음 속의 기억들도 솎아줄 것이 많지만 그중의 나, 내 마음부터 솎아주어야겠다는 생각 불현듯 들어 쇠주 한 잔 붙들고서 지나온 내 삶의 자취를 비추어 본다 파노라마처럼 펼쳐지는 내 삶의 풍경들 때론 비바람이 불고 꽃도 피었지만 초라한 내 생각의 몰골을 바라보면서 이제 하나 둘 정리할 시각이 가깝다는 생각에 술잔을 조용히 내려놓으며 석양이 빚어놓은 수채화 속으로 물들어 간다 - 계간 아라문학 겨울호에서 텃밭의 배추나 상추도 어려서부터 솎아주어야 먹음직스럽게 자란다. 그냥 내버려두면 먹을 수 없는 상태가 되어 버린다. 사람도 제것이라고 어려서부터의 모든 것을 다 들고 어른이 될 수는 없다. 부모가 솎아주고 주변에서 솎아주고 학교에서 솎아주어야 정상적으로 사회에 필요한 인물로 자라게 된다. 자신 역시 스스로 솎아주는 작업을 게을리 해서는 안 된다. 그러나 세상에는 솎아주지 못해 제대로 자라지 못하고
조선시대의 책읽기는 한 특권층에게만 해당된 것이 아니었고 신분에 따라 그 명칭도 다양했다. 왕에게는 경연, 세자는 서연, 문신에게는 사가독서, 잡직 종사자는 습독관제도를 두고 독서를 통하여 인격과 전문성을 향상시키는 계기를 마련토록 했다. 일찍이 책읽기의 중요함을 일깨운 이는 세종대왕이다. 사가독서(賜暇讀書)제도를 지속적으로 시행함으로써 신하들에게 높은 학식과 교양을 쌓도록 해서다. 1426년 세종은 촉망받는 젊은 인재들이 독서에 전념할 수 있도록 1년 정도 휴가를 주는 이 제도를 시행했다. 현재 맡고 있는 직무로 인해 책 읽는 데 전심할 겨를이 없으니, 지금부터 본전에 나오지 말고 집에서 전심으로 글을 읽고 성과를 내어 나라에 보탬이 되라는 게 제도의 핵심이다. 관리로 등용된 인재들에게 재충전의 시간을 주기 위함이었던 이 제도는 일명 독서휴가제로도 불린다. 최소 1∼3년에 이르는 사가독서 기간, 신하들은 집 혹은 산사를 오가며 자유롭게 책을 읽었다. 그리고 한 달에 한 번씩 읽은 내용을 정리하여 월과(月課)로 냈다. 왕은 식량과 술 및 물품 등을 내려주며 독서를 권장하기도 하고, 과제를 주어 수시로 그 결과를 평가하기도 했다. 성종 때에는 독서당도 지어 학
불량 과일 /하재일 눈에 보이지 않는 자신의 몸속 깊이 여름내 열매는 방 하나씩 들이고 산다 고백할까, 망설이며, 설익어간다 풀밭에 떨어져 쉽게 뒹구는 것들 때문에 한 생애가 온통 철없는 사랑인 줄 안다 언제부터 내 안에 벌레 한 마리가 들어와 이렇게 신맛도 나고 단맛도 나게 된 것일까 익기 전에 떨어져 멍이 든 불량한 과일들, 대체 감추어 둔 쓸쓸한 상처 한 줌은, 또 뭐람! 내 몸에 든 까만 눈썹의 애벌레 한 마리 누가 그래, 누가 그래, 속절없이 끝난다고? 누구나 제 몸 속 작은 방 하나쯤 들이고 산다. 익기 전에 떨어져 뒹구는 것들을 가만히 들여다본다. 깊은 곳의 울림을 듣노라면 나도 서둘러 떨어진 호기심 많은 소녀이며 방황하는 사춘기였다. 상처가 지나간 자리론 신맛도 나고 단맛도 나는 한 뼘 더 성숙한 또 다른 내가 완성되곤 한다. 찬란했던 청춘의 한 때, 꿈 꿀 수 있는 자유와 이탈할 수 있는 희망 앞에서 맘껏 불량스러웠던 호기어린 날들, 호기심 많았던 멍 자국들, 안으로 더 단단해지는 껍질 속 생이 성장해가고 있다. 불량과일 이라니, 이 얼마나 유혹적인 이탈인가, 달콤한 황홀인가 /정운희 시인
뜨거운 여름이다. 가뭄 끝에 장맛비 내리더니 이제는 연일 폭염이다. 문명의 이기가 발달되다 보니 측정을 예측을 잘해서 그런가 아니면 정말 환경 파괴로 지구가 몸살을 앓아 열병이라도 난 것인가. 겨울이면 겨울대로 난리고 여름이면 여름대로 난리 법석이다. 벌써 오늘만 해도 국민 안전처에서 폭염과 물놀이 주의하라고 문자가 몇 번씩이나 날아왔다. 걱정이 더 되는 것은 잠시도 가만히 계시지 않는 어머니 때문이다. 밭에라도 나갈라치면 미리 상황 파악을 하신 후 먼저 앞장을 서신다. 83세의 어머니를 모시고 나가자니 남에 눈도 의식이 되고 무엇보다 어머니의 건강이 염려가 되어 집에서 편히 계시라 해도 말씀이 통하지를 않는다. 집에 계시라 말씀드리면 집안에만 박혀있으면 뼈가 굳어서 움직이지도 못하고 결국은 그냥 빨리 죽으라는 이야기 아니냐, 집구석에 박혀 있는 것보다는 밭에 나가서 운동이라도 하고 곡식 자라는 것이라도 보면 건강에도 좋고 기분도 좋아지는데 왜 안 데리고 가려하냐며 앞장을 서신다. 이런 상황에 86세인 아버지는 정반대의 상황을 연출하신다. 움직이는 것을 무척 싫어하시고 농사일이라도 거들면 큰일 나는지 아시고 방과 부엌을 연실 드나드시며 약주로 세월 하신다.…
우리나라 국민들의 부담없는 해외여행 선호 지역으로 알려진 베트남과 필리핀, 태국과 말레이시아 및 인도네시아 등 아세안(ASEAN: 동남아국가연합, 상기 5개국 및 미얀마, 캄보디아, 라오스, 브루나이, 싱가포르 등 10개국) 5개 주요 신흥국들의 경제성장세가 뚜렷해지고 있다. 이들 아세안 5개국의 평균 경제성장률은 재작년과 작년에 이어 금년 중에도 5%를 넘어설 것으로 전망된다. 주요 글로벌 신흥국 중에서는 중국과 인도의 6~7% 성장 전망을 제외하고는 가장 높은 수준이다. 아세안 5개국은 태국을 제외한 4개국 모두 서구 열강이나 일본으로부터의 식민 지배를 경험하였다. 이들은 독립 이후에도 내전(베트남과 필리핀)을 포함한 정치적 부침이나 경제적 성장통을 겪어왔지만 동남아국가 특유의 다양성과 유연성을 잘 발휘해 왔다. 1억명이 넘는 인구의 필리핀은 24세 이하 젊은층이 총인구의 절반을 넘는다. 이는 필리핀 경제의 60%를 차지하는 서비스산업의 중요한 성장 배경이다. 필리핀은 2012년 이후 5년 연속 6~7%의 높은 경제성장을 달성했다. 세계은행은 필리핀의 금년 성장률이 신흥국 중 가장 높은 수준인 6.9%에 달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베트남 역시 9천500
지난 9일 경부고속도로 신양재나들목에서 졸음 운전하다가 다중 추돌사고를 초래해 2명이 숨지고 10여 명을 다치게 한 대형 교통사고가 있었다. 이렇게 졸음운전으로 인한 대형사고가 난 것은 일차적으로 버스 기사에게 문제가 있는 것이지만 근본적으로 들어가면 버스회사와 지자체에게도 책임이 있다. 사고를 냈던 버스 운전기사 김씨는 사고 전날만 해도 18시간 넘는 근무를 했고 또 사고 당일 아침에 7시15분 첫차를 운전을 했다. 출퇴근 시간이라든가 운행 준비 시간까지 합하면 잠잘 수 있는 시간은 대여섯 시간에 불과했던 것이다. 하루 평균 16시간을 운행하고 한달에 19일 근무를 하면서 300시간이 넘게 운행을 한 것이다. 버스에 다고 있는 승객들의 목숨을 책임지고 있는 운전기사가 이렇게 가혹한 운전 노동을 하게 된 것은 버스회사가 이익을 남기기 위해서이다. 자본주의 시대에 기업이 이익을 남기려고 하는 것은 너무도 당연한 것이지만 문제는 시민들의 생명을 우선시하지 않고 기업의 이익을 남기려는 것은 절대로 올바른 처사가 아니다. 그러나 과거처럼 버스가 대중교통의 중심이 아니기 때문에 버스회사는 기업적 측면에서 이익을 남기는 것이 현실적으로 어려운 것이 사실이다. 그래서 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