쌀은 전 세계 인류의 40%가 주식으로 하고 있을 만큼 보편적인 음식이다. 외국인과의 교류가 대폭 늘어난 요즈음 외국인들이 우리 비빔밥을 즐기고 떡을 먹는 모습을 심심치 않게 볼 수 있게 되었다. 추석이 지나고 필자는 한인 교포가 많이 살고 있는 미국 LA와 샌디에이고 등지에서 경기도 농특산물을 홍보하는 판촉행사에 참여할 기회가 있었다. 경기도는 지난해 10월 미국 H마트와 도내 농특산물의 미국 진출을 위한 업무협약을 한 바 있다. H마트는 불과 10여년 사이에 미국 13개주에 41개의 대형 매장을 운영하는 대형 유통업체로 성장한 업체다. 미국 현지에서 만난 마트의 점장은 ‘미국 시장에서 유망한 것이 무엇인가’라는 필자의 질문에 거침없이 경기미라고 답했다. 그러나 낮은 가격과 맛있는 쌀로 인식되고 있는 미국 쌀 칼로스가 있는데 경기미가 경쟁력이 있다니, 믿을 수가 없어 거듭 질문을 했지만 돌아온 답은 미소와 함께 ‘예스’였다. 점장은 경기미가 품질도 좋고 맛도 뛰어난 데다 가격도 비싸기에 가능하다고 말했다. 실제 매장에서 팔리고 있는 경기미의 가격은 그 매장에서 제일 비싼 값에 팔리는 일본계 품종 쌀보다 높은 가격이
우리나라의 고령화는 전 세계에서 가장 빠른 속도로 진행되고 있으며, 특히 베이비붐세대(1955∼1963년생)가 고령인구로 편입되는 2026년 이후에는 고령인구가 20.8%를 차지해 대한민국은 초고령 사회로 진입하게 된다. 하지만 안타까운 것은 급속한 고령화와 함께 치매인구도 급속히 증가하고 있다는 점이다. 2012년 보건복지부에서 발표한 ‘치매 유병률 조사’에 따르면 우리나라 65세 이상 노인 중 치매환자가 54만명으로 9.18%에 달하는 것으로 발표됐으며, 이 수치는 해마다 크게 증가해 2050년에는 270만명에 이를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치매는 발생원인 등에 따라 여러 가지 종류로 나뉘지만 알츠하이머병이라고 하는 나이 들어서 생기는 퇴행성 또는 노인성 치매가 70% 이상을 차지한다. 노인성 치매 외에도 뇌혈관질환으로 생기는 혈관성 치매, 지나친 음주로 인한 알코올성 치매, 파킨슨병으로 인한 치매 등 다양한 원인으로 발생한다고 한다. 전에는 나이 들어 생기는 치매증상을 노망 또는 망령이라고 하여 신체의 노화현상과 더불어 생기는 당연한 것으로 치부해 버리는 경향이 많았다. 그러나 지금은 뇌혈관성 치매는 건강관리만 철저히 하면 충
지난달 정부가 영유아 보육에 대한 국고 기준보조율을 애초 약속한 20%포인트가 아니라 10%포인트 올리는 데 그침에 따라 영유아 무상보육의 재정 부담에 대한 정부와 지방정부 간 갈등이 고조되고 있다. 무상보육을 지속하려면 정부의 재정 분담률을 높여 지자체의 부담을 덜어줘야 하는데, 이를 요구하는 지자체들에 대해 정부는 오히려 무상보육 대란을 조장한 책임을 물으면서 무상보육이 또다시 정쟁의 도마에 오르내리고 있다. 새누리당과 박근혜 대통령은 지난해 이명박 정부의 무상보육 중단 위기 사태를 비판하고, 소득과 관계없이 보육료를 지원하겠다는 약속은 반드시 지켜져야 한다며 정부의 재정 책임을 자신했다. 그러나 우려했던 대로 재정논란이 재현되고, 상위 70% 이하 소득 제한, 전업주부의 어린이집 이용 제한 등의 얘기가 새누리당 내에서 다시 나오면서 부모들은 또 속았다는 기분이 들 수밖에 없다. 무상보육 문제는 애초부터 정치적으로 성급히 추진한 데 문제가 있었다고도 볼 수 있다. 보육료 지원과 같은 중차대한 보육정책은 중앙정부와 지방정부가 사전에 충분히 협의하여 장기적인 계획 속에 예산이나 인프라를 차근차근 준비해 나가야 하는 것이 마땅하다. 그러나 그러한 협의 과정이…
만남은 이별의 시작(合者離之始)이라 하지 않았던가. 이 말은 부처님이 열반을 앞두고 제자에게 한 말로, ‘인연으로 이루어진 이 세상 모든 것들 빠짐없이 덧없음으로 돌아가나니 은혜와 애정으로 모인 것일지라도 언젠가는 이별하게 마련이다. 이 세상의 모든 것들은 으레 그런 것이거늘 어찌 근심만 하고 슬퍼만 하랴’ 했다. 제자가 울면서 말했다. ‘하늘에서나 인간에서 가장 높으시고 거룩하신 스승님께서 머지않아 열반에 드시게 되니 어찌 걱정되고 슬프지 않겠습니까’ 하며 ‘이 세상의 눈을 잃게 되고 중생은 자비로우신 어버이를 잃게 됐나이다’ 했다. 이에 부처님은 ‘걱정하거나 슬퍼 말아라. 비록 내가 한세상 머문다 하더라도 결국은 없어지리니 인연으로 된 모든 것들의 본바탕이 그런 것이리라’ 라고 답해 주었다. 生者必滅 去者必返 會者定離(생자필멸 거자필반 회자정리)가 그것이다. 즉 살아있는 것은 반드시 죽고 떠난 사람은 반드시 돌아오며 만나면 반드시 헤어지게 된다는 것. 만해 한용운의 시 한 수속에는 다음과 같이 녹아내리고 있다. ‘사랑도 사람의 일이라 만날 때에 떠날 것을 염려하는 것과 같이 떠날 때에 다시 만날 것을 믿습니다’, ‘임은 갔지마는 나는 임을 보내지 아니 하
내객 來客 /서영식 누런 쌀밥을 한 입 떠 넣고 삭은 깍두기를 씹는 밤 오득, 오드득 입 안에서 눈 밟는 소리 들려온다 산 입에 어찌 눈이 쌓였는지 누가 이 몸을 걸으려는지 눈 내리는 겨울 덕장 입 벌린 명태 속으로 걸어가는 싸락눈 같은 눈발이 눈발을 밟고 텅 빈 몸으로 드는 소리 같은 오득 오드득 눈발 성성한 입 속, 까마득한 거기가 덕장이다 --서영식 시집 『간절한 문장』(2009, 도서출판 애지) 눈(耳)이 혹사당하고 있다. 스마트폰을 필두로 점점 우리는 두 눈을 제외한 감각을 잃어버리고 있지는 않은지. 어릴 적 뛰어놀던 그 감각들, 소리들. 눈이 쌓이면 오드득 오드득 걷던 그 조용한 소리들과 차가운 느낌들. 눈(耳)은 많은 일들을 처리하고 있고 쓸모가 없어진 감각들은 점점 퇴화되고 있다. 겨울, 입 안으로 들어온 깍두기가 눈 밟는 소리로 들린다는 화자. 눈발이 눈발을 밟고 명태 입 속으로 들어가는 파노라마. 언어들도 보는 것에 맞춰 적당히 적당히 사라지고 있다. 머지않은 미래에 우리는 보는 것을 제외한 모든 감각의 이미지를 잃어버릴지도 모른다. 그렇기에 우리는 시의 힘을 믿는다. 따뜻한 문장들을 믿는다. 따뜻한 손님처럼 말이다. /유현아 시인
청소년들이 자살하는 이유 중 학교폭력에 의한 자살이 심각하다. OECD 통계에 따르면 청소년(10~24세) 인구 10만명단 자살률은 2000년 7.7명에서 2010년 6.5명으로 감소했으나, 같은 기간 우리나라 청소년 자살률은 6.4명에서 9.4명으로 40% 증가한 것으로 조사됐다. 자살하는 청소년 중 5명에 1명꼴로 학교폭력이 직접 원인을 제공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최근에는 신종 학교폭력이 등장했다. 단순한 예전의 방식을 넘어 지능적으로 괴롭히는데, 그 정도가 심각하다. 문제는 기존 기성세대들은 잘 모르는 신종 학교폭력이라는 점이다. 따라서 어른들이 학교폭력을 예방하기 위해선 신종 학교폭력도 알아야 한다. 힘이 강한 학생이 비싼 운동화를 약한 학생에게 보여주고 그 제품을 강압적으로 구매하게 하는 신발셔틀이 있다. 인터넷으로 주문하기 때문에 다른 사람들이 알기 어렵다. 만약 피해가 알려져도 친구끼리 선물한 것이라고 주장하면 증거확보가 어렵다. 등교와 하교를 힘들게 만드는 버스셔틀이 있다. 많은 아이들이 버스를 이용한다. 요즘은 현금보다는 교통카드를 이용하기 때문에 더욱 쉽게 피해를 입힐 수 있다. 스마트폰 채팅 어플을 이용해 단체로 욕설과 비방을 하는…
국가기록원에 보관돼 있어야 할 남북정상회담 회의록이 실종됐다, 삭제됐다, 사전 유출됐다하여 온 나라가 시끄럽다. 우리나라의 현대사를 정리할, 사초가 쟁점이 됐다. 사초란 당시의 역사를 기록한 실록, 사기(史記) 등을 편찬하기 위한 초고이다. 이 일은 우리나라 최근 역사의 한 부분이 지워질 수도, 왜곡될 수도 있는 심각한 문제라 하겠다. 조선시대에도 사초가 문제가 되어 능지처참을 당한, 우리 김해김씨 삼현(三賢)파의 중시조이신 탁영 김일손 선생이 계신다. 선생이 사관(史官)이었을 때 스승인 김종직 선생의 조의제문(吊儀祭文)을 사초에 실었다가 연산군에 의해 화를 당하셨다. 조의제문은 중국 초나라 의제(儀帝)가 꿈속에 나타나 패왕 황우에게 살해됐다하여, 의제를 조문하는 내용이다. 이는 곧 왕위를 찬탈하고 단종을 죽인 세조의 패륜을 비난하는 글이다. 성종실록을 편찬하던 이극돈, 유자광 등이 발견, 연산군에게 고변하면서 사단이 일어났다. 사초는 객관적인 직필과 사관의 보호를 위하여 왕을 비롯 누구도 열람할 수 없는 것이 원칙이나 연산군이 금기를 깨고 열람, 연루자 50여명을 참하거나 귀양, 파직하는 무오사화(戊午士禍)를 일으켰다. 우리나라는 고려 때부터 실록을 편찬했
한의사가 맥(脈)을 짚지 않고 보이는 증상만으로 진단을 내린다면 그 결과가 얼마나 참담할까? 그러나 맥을 진단하는 것은 단지 한의학에서만 중요한 것이 아니다. 얼기설기 엮여 있는 사건과 사상의 ‘맥락’(脈絡)을 파악하는 것 역시 한의사의 진맥만큼이나 중요하다. 최근 각종 언론매체를 볼 때마다 온갖 선정적이고 선동적인, 폭로성 짙은 제목들에 머리가 어지러울 지경이다. 제목 한 줄에 어떤 인물은 공공의 적인 악마가 되기도 하고, 어떤 인물은 한국 사회를 구원하는 천사가 되기도 한다. 그러나 정말 그 한 줄은 바르게 전해지고 있는 것일까? 인터넷 시대의 폭발적 정보 과잉과 함께 말의 병이 판을 치는 시대에 병든 말을 진맥하는 것이야말로 단단히 정신을 벼리고 달려들어야 할 일이다. 예나 지금이나 맥락 없이 가져다 쓴 말은 거의 예외 없이 오용되거나 오해되곤 했다. 자신의 말이 맥락과 달리 인용돼 피해를 본 대표적인 인물로는 아마도 고대 로마의 풍자시인 유베날리스(Juvenalis)와 발명가 에디슨(Thomas A. Edison)을 들 수 있다. 먼저 오해받은 유베날리스의 유명한 말은 다음과 같다. “건전한 육체에 건전한 정신이 깃든다
각 나라가 사이버부대 병력을 대폭 보강하면서 역할도 방어적 대응형에서 공격형으로 빠르게 진화시키고 있다. 적의 네트워크에 공격을 가해 지휘통제 시스템을 무너뜨리거나 기간망 시스템을 파괴해 보이지 않는 전쟁에서 승리하기 위한 국가적 전략인 셈이다. 중국은 인민해방군 산하 61398부대가 정부에서 육성하는 사이버부대라고 알려져 있다. 규모는 수천명에 이른다. 이들은 세계를 상대로 해킹과 사이버 교란 작전을 일삼고 있다. 이미 공격형으로 진화한 것이다. 올해 초 미국이 국방부 문서 130만 쪽 분량의 데이터를 해킹한 주범으로 지목해 중국과 심한 갈등을 빚은 그 부대다. ‘디도스 공격’을 주도한 것으로 알려진 북한의 사이버부대는 3천여명으로 추산하고 있다. 그들 역시 공격형으로 거듭 진화중이다. 미국은 최근 국방부 산하 사이버사령부를 현재 인원의 5배 이상인 약 5만명으로 확대하는 전략을 마련한다고 밝혔다. 이 중 전투 임무 부대를 중점 육성, 앞으로 공세적인 사이버 작전을 펼칠 계획으로 알려졌다. 영국은 지난달 합동사이버예비군을 새로 창설했다. 국방부가 수백명의 고급 IT전문가를 고용해 외인부대 개념으로 창설한 이 부대는 사이버테러에 대한 방어와 공격이 목적이다.